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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왜 다시 산별노조인가? ⑥] 경제적 조건 변화와 노동자의 현실이 요구하는 산별노조박하순 노동자운동연구소 소장
박하순
노동자운동연구소 소장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4월30일 창립 20주년 특별기획으로 마련한 '2012년 총·대선 국면 산별노조운동 점검 좌담회'에 이어 '왜 다시 산별노조인가'를 주제로 연중 캠페인을 진행한다. 캠페인에는 산별노조연석회의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가 함께한다. 연석회의에는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금융노조·보건의료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연중 캠페인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연속기고에서 한국 노사관계 개혁을 위한 산별노조운동 전면화와 초기업 노사관계로의 재편을 제안한다.

연속기고는 매주 월요일 게재되며, 산별운동에 관심 있는 현장 노사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연속기고가 마무리되면 책자로 발간한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산별운동 진단과 제도화 방안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산별노조운동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공론의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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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 자료와는 다르지만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1977년 노조조직률은 25.4%였고 조합원수는 약 95만5천명이었다. 그런데 80년 경제위기와 전두환 정권의 대대적인 노조탄압으로 노조조직률은 24.4%(79년)에서 21%로 3.4%포인트 하락했고 조합원수는 108만8천명에서 94만8천명으로 14만명 줄었다.

87년 노동자대투쟁 효과로 조합원수는 87년 23만명·88년 46만명·89년 22만5천명이 폭증했다. 그 결과 89년에 조직률은 약 19.8%로 증가했고 조합원수는 193만2천여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 후 노조조직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져 2010년에는 급기야 9.8%로 줄어들어 한 자릿수 조직률을 기록했다. 조합원수는 경제위기가 극심했던 98년에 140만2천명을 기록했고 2010년 기준으로 164만3천명을 기록하고 있다. 낮은 조직률에도 불구하고 조합원수가 늘어난 것은 취업노동자수가 증가한 탓이다.

89년 이후 98년까지 조합원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든 것은 경제성장 둔화·산업구조재편 및 경제위기·인력구조조정과 깊은 관련이 있다.

노조조직률만이 아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조의 투쟁은 지속적으로 패배해 왔다. 96~97년의 노동법 개악 반대투쟁에서 민주노총으로 조직된 노조가 일정한 위력을 보여 줬으나 98년 경제위기 이후 그 위력도 눈에 띄게 축소됐다. 파업일수는 현저히 감소했으며, 실질임금인상률은 생산성증가율에 턱없이 못 미쳤다. 반면 기업들은 엄청난 이윤을 축적했다. 노조의 힘이 현저히 약화됐음을 보여 주는 지표다.

왜 이렇게 부진한 결과를 낳았을까. 이는 경제적 조건이나 정부의 정책 그리고 기업의 변화에 노조운동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다. 기업별노조 관행에 익숙한 노조로서는 이런 변화에 대응할 태세가 전혀 갖춰 있지 않았다. 노동자 내부의 단결을 강화하는 산별노조운동이 지지부진했던 것이 이런 결과를 초래한 이유 중 하나다. 노조운동 환경변화는 왜 강력한 산별노조나 이에 기반한 총연맹 수준의 전 노동자적 대응이 아니면 대응이 불가능했는가를 알아보기로 하자.

노동조합 환경 변화 : 저성장궤도 진입과 자본축적 둔화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70년대 10%대 초반에서 최근 3~4%로 떨어졌다. 70년대~80년대 초반에서 외환위기 이전 시기, 2000년대를 거치며 저성장궤도로 진입한 것이다.

설비투자규모로 본 자본축적의 추세도 경제성장률 추세와 유사하게 나타난다. 외환위기 이후 그래프 경사도는 80년대부터 90년대 중반까지의 경사도에 비해 매우 완만하다. 97년부터 줄어든 투자는 2004년에 들어서서야 위기 직전, 즉 96년 수준의 설비투자 규모를 회복한다. 그 기간이 무려 8년이 걸린 것이다.

설비투자 증가는 신규 고용규모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설비투자규모 증가의 규모로 보건대 신규 고용규모가 이전 시기의 신규 고용규모에 비해 월등히 크지는 않을 것임은 명확하다. 더구나 감가상각과 단위투자당 고용창출계수의 감소를 감안하면 갈수록 이전 시기에 비해 신규 고용규모가 더 줄어들 가능성마저 있다.

노동유연화와 노동자 내부의 분화

경제성장률 저하와 자본축적 둔화는 노조의 개입 없이 신자유주의적 정부나 자본의 시장논리에 맡겨 둔다면 고용증가 속도가 늦어질 것은 필지의 사실이다.

취업자의 증가추세선이 외환위기 이후 한 계단 내려왔고 증가추세도 이전보다 더 완만해졌다. 15세 이상 인구와 취업자 사이의 간극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 고용률은 외환위기 직전 최고치를 아직 못 넘어서고 있다. 위기 직후 고용률이 일정하게 회복되다가 그 이후로는 수평선을 형성하고 있고 이번 금융위기를 맞이해서 약간 더 내려갔다.

정부는 이런 둔화된 고용증가에 발맞춰 지속적으로 노동 유연화를 가능케 할 노동법을 개악했고 노동자를 형식적으로 자영업자로 탈바꿈시키는 각종 법·제도를 도입했다. 법적 규제를 어기고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불법·탈법 기업에 대해서는 처벌을 미루거나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다. 이런 정부의 정책은 성장률 둔화·자본축적 둔화와 결부하면서 사내하청 중소·영세 비정규직과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를 양산했다. 정규직 채용은 외환위기 이후에는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다.

그 결과 기존에 조직된 대규모 사업장의 노동자와 미조직·중소·영세 사업장의 저임금·비정규 노동자로의 분할이 이뤄졌다. 이 분할에는 세대적 분할과 성적 분할이 중첩돼 있다. 전자는 경향적으로 중고령 남성 노동자인 경우가 많고 후자는 젊은 여성 노동자인 경우가 많다. 어떻든 후자의 노동자군은 기존 대기업에 직접고용되는 것이 아니라 사내하청·파견 등의 형태로 고용돼 있어 기존에 노조로 조직된 노동자들과 분리돼 있다. 결국 근로조건·고용형태·기업조직의 측면에서 외환위기 이후 새로운 노동자군이 대거 등장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별 노조의 관행을 지속시킨 기존 노조에 정부와 자본의 비협조 내지 탄압은 신규 노동자의 조직화를 어렵게 했고, 이 둘 사이의 근로조건 차이는 계속 심화했다. 이들은 심지어 대립적인 갈등에 놓이게 됐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노동자 민중과 자본 사이의 양극화지만 노동자 내부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는 양극화의 일종이다.

결 : 계급적 단결과 역량을 강화할 산별노조

서구에서 산별노조 조직화가 경제상황 또는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한 대응이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 19세기 후반까지 노조는 숙련공 중심의 직능노조였다. 그러던 것이 독점자본주의 아래에서 반숙련·미숙련 노동자가 대거 등장하면서 영국을 비롯해 새 노조운동이 시작됐는데, 그것은 계급적 단결을 강화할 수 있는 산별노조 또는 일반노조 운동이었다. 숙련 여부와 관계없이 한 산업·한 지역에 있는 모든 노동자들이 단결하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노동자 내부의 분할을 극복하고 크게 뭉쳐 사회의 모순을 지양하자는 운동이었다.

오늘날 이런 산별노조 정신을 한국사회에서 응용하면 어떨까. 한국 사회에 직능이나 숙련 여부별 차이가 어느 정도 있고 이에 따른 조직 분화가 존재한다. 이것은 극복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노동자 내부 분할의 핵심은 독점 대재벌 또는 공기업 산하 정규직과 중소·영세·하청 산하 저임금·비정규직 사이의 분할이다. 그래서 산별노조의 핵심은 이제까지의 기업별노조의 관행을 깨고 실질적으로 이 두 노동자군의 계급적 단결을 이룩할 수 있는 실천이다.

그런데 이 두 노동자군의 분할에는 경제위기·경제 상황의 변화와 법·제도 개악, 위법한 실천이 존재한다. 기업별 노조의 실천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기업별 노조의 의제에도 오르지 않고 교섭틀도 없으며 이를 해결할 만한 힘도 없다. 강력한 계급적 단결을 가능하게 할 산별노조나 이에 기반한 총연맹의 정치적·사회적 노조운동이 있어야만 대응이 가능하다.

한편 전자의 노동자군으로서는 현재의 지위가 보장만 된다면 기업별 노조 관행에 안주하고 싶은 생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노동자 분할이 숙련 여부에 따른 분할도 아니어서 전자의 노동자군이 누리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근로조건은 지속적으로 공격을 받을 것이고 중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특수한 조건이 조성돼 일정기간에만 존속 가능하고 이 조건이 사라지면 곧 사라질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적 지대’라 해야 할 것이다. 비정규직의 활용, 혹은 세계적으로는 중국·인도 등 주변부 노동자의 지속적인 진출에 의해 이내 허물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대공황은 아니더라도 저성장 및 금융위기가 빈발할 장기불황이 예고돼 있는 시기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프>
는 OECD 소속 몇 나라의 노조조직률을 보여 준다. 자본주의 황금기인 60년대 초반부터 2009년까지의 조직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야기하면서 글을 마치기로 하자.

우선, 나라마다 조직률 격차가 크다. 스웨덴처럼 60%대 후반을 나타내는 나라도 있고(표에는 없지만 덴마크·핀란드 등도 60~70% 조직률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미국·일본처럼 10%대의 조직률을 나타내는 나라도 있다.

둘째, 조직률의 변화는 다양하다. 60년대 초반부터 조직률이 하락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70년대 말에서 80년대 초까지는 대체로 조직률이 상승하고 있다. 이 시기 이후 조직률의 변화는 각국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호주나 이탈리아 같은 나라는 미국과 일본처럼 조직률이 하락하지만, 스웨덴·벨기에·캐나다·독일처럼 굳건하게 버티거나 오히려 조직률이 상승하는 나라도 있다. 90년대 중반 이후로는 벨기에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조직률이 하락하고 있기는 한데, 조직률이 하락하는 나라들 중에서도 조직률 하락이 큰 나라와 그렇지 않는 캐나다와 이탈리아 같은 나라도 있다.

또한 경제위기에는 반드시 조직률이 하락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경우 90~93년 사이 커다란 경제위기를 겪었지만 90년 조직률이 80%에서 93년에는 83.9%로 오히려 상승했고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80%대의 조직률을 유지했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대체로 조직률이 하락하고 있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고 조직률 하락 시기나 정도도 나라마다 다르다. 결국 경제적 조건의 변화에 대한 노조의 대응 여하에 따라 그 결과가 일정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패배주의를 극복하고 계급적 단결과 노동자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제2의 산별노조운동을 다시 전개할 필요가 있다. 이번 7~8월에 전개될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의 투쟁이 산별노조운동의 좋은 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편집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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