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이 지난 2월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노사와 체결한 독립경영 보장 관련 합의문이 외부로 공개되는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12일 금융노조 외환은행지부(위원장 김기철)가 공개한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사가 맺은 합의문 원문을 보면 당시 언론에 공개된 내용과 상당히 다르다. 합의문 원문에는 독립경영 보장기간(5년) 후 합병방식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합병의 경우 대등 합병을 원칙으로 하고 양사 중 경쟁력 있는 조직체계를 도입하기로 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당시 외부에 공개된 합의문에는 해당 문구가 “합병의 경우 대등 합병을 원칙으로 한다”로 변경돼 있다. "양사 중 경쟁력 있는 조직체계를 도입하기로 한다"는 대목이 빠져 있다.

이와 함께 원문에는 “인사(채용·승진·이동 등) 및 노사관계에 대해 지주사는 일체 간섭하지 않기로 하며”라는 부분이 있다. 인사 개입과 관련한 금지 항목이 세부적으로 나열된 것이다. 하지만 외부에 공개된 합의문에서는 "채용·승진·이동 등"이라는 문구가 삭제됐다.

원본 다섯 번째 조항에 등장하는 “외환은행 임직원과 하나은행 임직원과의 교차발령은 내지 않는다”는 문구는 외부 공개시 아예 빠졌다. 임금 관련 내용에서도 “공단협의 합의결과를 최소 기준으로 반영한다”는 부분이 사라졌다. 공단협은 지부의 상급단체인 금융노조가 사용자단체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맺은 임금·단체협약을 말한다.

지부 관계자는 “합의문을 외부로 공개하면서 문구를 수정했다고 합의문 원본에 대한 효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하나금융의 행보를 봤을 때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당시 합의문을 외부로 공개할 때 김기철 위원장 등 지부의 동의하에 원문에 대해 첨삭을 한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현장에서 이의를 제기해야지 지금에 와서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지부가 뒤늦게 합의문 원본을 공개한 것은 하나금융의 경영간섭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부는 “하나금융이 상반기에 외환은행 신입행원의 채용을 관장하려다 노조와 마찰을 겪은 적이 있다”며 “외부에 배포된 자료에서 삭제된 ‘지주사는 채용에 간섭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위반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