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법에 절망한다고 말했다. 벼랑 끝 몰린 노동자가 틀어쥘 마지막 풀포기는 대한민국에 없다고도 했다. 약자를 핍박하는 수단이었고 가진 자의 부를 위한 것이었다고 또박 말했다. 편들어 달라는 게 아니라고, 그저 최소한 공정하길 바란다고 보탰다. 짧은 머리, 목에 두른 하늘색 손수건, 왜소한 어깨, 증인 김진숙이다. 대법관 자격을 따져 묻는 자리, 그 살벌한 위엄 속에서 무서울 것도 없었던지 그녀 목소리 우렁찼다. 단호했다. 하지만 100만원은 겁났다고 김진숙은 고백했다. 하루하루 셈했다고. 법원이 매긴 강제금 몇억이 그녀에겐 없었단다. 목숨을 담보 잡혔지만, 주머니 가난했다. 법대로 하자는 그 말에 절망했다며 크레인 농성을 곱씹었다. 법대로도 하지 않는다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용산·평택·울산에서 또 어디 수많은 벼랑 끝에서 법은 일방적이었다고, 방방곡곡 널린 낡은 천막 농성장 어디 한 곳이라도 가 본 사람이 대법관이어야 한다고 김진숙은 두 손 들어가며 말했다. 12일 국회에서 열린 김신 대법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자리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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