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 철폐 등을 요구하며 오는 30일 총파업을 예고한 금융노조(위원장 김문호)가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해 인수합병을 통한 메가뱅크(대형은행)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노조는 11일 성명을 내고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실패로 드러난 메가뱅크 야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김석동 위원장은 국부유출 범죄자인 론스타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한국을 떠날 수 있도록 산업자본이 아니라는 판정을 내린 당사자”라며 “이제는 미국 금융위기를 불러온 위험천만한 메가뱅크를 한국에서 시험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특히 메가뱅크 추진이 국가경제에 유동성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조는 “그리스에서 시작해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유럽발 금융위기에 더해 중국과 브라질의 경기후퇴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의 해외 차입은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 절반 가량 몰려 있는데, 영국이 자금회수에 들어가면 한국에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나라 안팎의 금융환경이 불확실한 시기에 금융위가 KB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을 추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게 노조의 입장이다.

노조는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국내 은행 간 인수합병을 통해 자산 키우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조에 따르면 2005년까지 KB국민은행과 비슷한 덩치였던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미국 금융위기 직후 아시아 전역의 미국계·영국계 은행들의 영업망과 자산을 인수하면서 현재 600조원의 자산을 가진 글로벌 은행으로 성장했다.

노조는 “정부가 진정 글로벌 은행을 키우고 싶다면, 김석동 위원장을 비롯한 금융당국은 미국 금융위기를 부른 미국식 대형 투자은행 모델을 폐기하고 유럽 금융위기가 진정된 후 해외 금융기관들의 아시아 지역부문 인수를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KB금융지주가 인수합병을 위한 회계법인을 선정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며 “노조는 무작정 덩치만 키우면 된다는 금융당국의 안이하고 근시안적인 정책을 규탄하며 메가뱅크를 막아 내기 위해 전면전에 나설 것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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