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관 공공운수노조 KT지부장

"내부적으로는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통신노동자로서 자존감을 회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외부적으로는 통신공공성을 확장하는 데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이해관(50·사진) 공공운수노조 KT지부장은 지난 9일 저녁 서울 용산 철도노조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이 지부장은 "지난 10년간 KT가 성공한 민영화 사례로 왜곡되고 노사가 상생하는 모범사례로 소개돼 은폐된 진실을 알려 내기 위해 새노조를 결정했다"며 "민영화 후 소리 없이 사라진 3만여명의 노동자들이 흘린 피눈물이 투쟁을 이어 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설립된 KT새노조는 상급단체 없이 활동하다 지난달 28일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했다.

89년 한국통신 6급 통신기술사로 입사한 이 지부장은 한국통신노조 부천전화국지부장(92년)·부위원장(94년)을 지냈다. 이어 95년에 해고됐다가 2007년에 복직했다. 새노조의 출범 슬로건은 △경영참여 △통신공공성 확보 △노동인권 회복이었다. 출범 당시 10명이었던 조합원은 현재 20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전체 직원 3만5천여명에 비하면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이 지부장은 10개월간의 새노조 활동에 대해 "국민에게는 비싼 통신비를 안기고, 노동자의 죽음과 희생을 강요해 얻은 수익으로 경영진들이 돈잔치를 하는 KT 민영화의 문제점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데 성공했다고 본다"며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내부에서도 KT의 경영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KT에서 지난 6년간 사망한 노동자는 자살자 14명을 포함해 204명이나 된다. 고용불안과 실적에 따른 스트레스가 죽음을 불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지부장은 "KT가 장치산업이라서 회사를 떠나는 순간 그동안 배운 기술을 써먹을 곳이 없다"며 "노동자들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직장에서 버티려고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KT는 흑자회사로 정리해고가 불가능하다 보니 경영진이 강제인력 퇴출 프로그램을 통해 스스로 사표를 쓰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부장도 2007년 복직 후 직무와 근무지가 매년 바뀌었다. 최근에는 안양에 있는 집에서 출퇴근이 힘든 가평으로 인사발령이 났다. 제주 7대 경관 전화투표가 국제전화가 아니라는 것을 폭로하고, KT 이석채 회장을 비판한 것에 따른 인사조치였다. 현재 사측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부의 사회활동에 대해 일각에서는 노조 본연의 역할보다는 정치적 역할에 주력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지부장은 "신자유주의로 인해 노조활동이 조합원의 실리를 챙겨 주는 것으로 의미가 축소됐다"며 "하지만 공공부문 노동자라면 사회공공성을 지키고 확장하는 데 책임감을 갖고 역할을 하는 것이 본연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KT노조는 한때 통신주권 수호·KT 민영화 반대와 같은 사회적 이슈를 선도하며 민주노조를 대표하는 상징이었다. 그러나 2002년 민영화된 후 KT 노동자들의 잇단 사망에 대해 올해 2월 고용노동부가 KT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려 하자, KT노조가 나서 근로감독에 반대해 노동계의 반발을 샀다.

이 지부장은 “KT노조가 건강성을 잃은 배경에는 노조탄압이라는 직접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공기업의 민영화 성공사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민주정권 동안 치밀하게 진행된 정치적 역할에도 적지 않은 책임이 있다”며 "신자유주의가 가속화하면서 노동자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자리보존에 급급해 공공노동자로서 자존감을 잃어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아울러 "KT 노동자들이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 지부장은 “공공부문 노동자는 특정자본에 돈을 벌어 주는 노동자가 돼선 안 된다”며 “KT를 싸고 질 좋은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좋은 회사로 만들어 통신공공성을 확장하는 데 KT 노동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