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금융연맹 비씨카드노조(위원장 김현정)가 "모기업인 KT가 자율경영 약속을 어기고 노사관계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는 11일 “KT가 계열사인 비씨카드에 대해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해 수시로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임금·단체협상을 방해하는 등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T는 지난해 10월 비씨카드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노조에 자율경영을 약속한 바 있다. 노조는 “KT가 시너지 창출을 이유로 통상 1년에 한 차례 하던 조직개편을 세 번이나 단행했다”며 “잦은 전출과 인사이동 때문에 조합원들의 불안과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KT는 올해 초 비씨카드의 감사실장과 인사부장에 대한 임의발령을 시도해 노조와 마찰을 겪기도 했다.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철회하고 대신 자사 출신 준법감시실장을 내려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KT가 비씨카드의 올해 임단협이 시작되자 노사관계 개입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노조는 5월 말 이후 이날 현재까지 7차례에 걸쳐 사측과 교섭을 벌였다. 그런데 노조의 주요 요구인 △임금 7% 인상 △자율경영 보장을 위한 상설협의체 구성 △유니온숍 도입 등에 대해 사측은 입장표명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번에는 난데없이 이종호 전 대표이사 사장이 물러나고, 이강태 전 하나SK카드 사장이 사장에 내정됐다. 노조 관계자는 "이강태 내정자는 지난해 하나SK카드 고객정보 유출사건과 관련해 현재 금융감독원이 징계절차를 밟고 있는 문제 인물"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임단협 과정에서 사측이 요구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거부하고, 뚜렷한 이유 없이 사장이 교체된 것에 대해 KT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장원 노조 부위원장은 “7차례의 협상 동안 사측 교섭위원들이 노조의 요구에 대해 일언반구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배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KT가 회사를 인수하면서 했던 자율경영 보장 약속을 어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KT 관계자는 “그동안 비씨카드 지분이 여러 금융기관에 분산돼 있다 보니 투자와 조직 시스템에 정체가 있었다”며 “대주주가 생기고 책임경영에 나서자 직원들 사이에 혼란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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