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1라1844 단체교섭응낙가처분

김태욱 변호사
(금속노조 법률원)
2010년 1월1일 날치기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통과되면서 지난해 7월1일부터 ‘복수노조-창구단일화제도’가 전면 시행됐다. 법 개정당시에는 전임자급여 지급금지문제가 현실적으로 좀 더 쟁점이 됐다. 하지만 복수노조-창구단일화 문제는 전임자급여 지급금지보다 더 큰 파급력을 가지는 사안이었다. 그런데 사안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노조법 자체가 졸속적으로 개정되다보니, 법 규정 자체가 허술했다. 그래서 개정 노조법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해석론이 나오게 됐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부칙 제4조에서 정한 “이 법 시행일”이 2010년 1월1일인가 2011년 7월1일인가에 관한 것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전자를, 노동계는 후자를 주장했다.

경총 등 재계는 애초에는 2011년 7월1일이라고 주장하다가 나중에는 고용노동부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인지 슬그머니 그 주장을 철회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 쟁점에 관해 최근 선고된 2개의 상반된 고등법원 결정(서울고등법원 2011라1502결정/서울고등법원 2011라1844결정)을 소개한다. 결과적으로 이 법 시행일을 2011년 7월1일이라고 본 서울고등법원 2011라1844결정이 타당함을 살펴보겠다.

복수노조-창구단일화 제도의 도입과 대혼란

올해 5월17일자 서울고등법원 25부의 2011라1502결정 (금속노조 KEC지회 사건, 이하 제1 결정)의 원심 결정인 서울중앙지법 결정(2011카합1584)은 이 쟁점에 대한 최초의 결정이었다. 부칙 제4조의 “이 법 시행일”을 2011년 7월1일이라고 봤다. 이 결정은 서울중앙지법의 결정이어서 이후 각급 법원에 영향을 미쳤고, 이후 같은 취지의 결정들이 나왔다. 그 취지는 문언·체계상으로 부칙4조의 “이 법 시행일”의 의미가 명백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지만,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부칙 제4조의 시행일을 2011년 7월1일이라고 판시했다.

① 부칙4조가 창구단일화로 인해 교섭 중인 노동조합의 교섭요구권이 박탈당하는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경과조치인 점 ② 복수노조 및 창구단일화 관련 규정은 모두 2011년 7월1일 시행이 되는 점 ③ 노동부 주장대로 2010년 1월1일로 보면 2010년 1월1일부터 2011년 6월30일까지는 부칙 4조가 아무 의미가 없는 조항이 되며 ④ 2010년 1월1일 교섭 중인 노조를 특별히 보호할 이유도 없는 점 ⑤ 사용자측의 단체교섭 체결 해태를 조장할 우려도 있는 점 등을 근거로 했다.

그런데 위 서울고등법원 결정은 서울중앙지법 결정을 파기하면서 이 법 시행일을 2010년 1월1일이라고 봤다. 그 근거는 ① 2010년 1월1일이라고 보는 것이 2011년 7월1일보다 문언의 통상적 해석에 부합한다는 점 ② 2010년 1월1일 개정당시 교섭 중인 노조는 이를 기득권으로 볼 수 있어 보호할 필요가 있지만 2010년 1월1일 이후 교섭 중인 노조는 이를 기득권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점 ③ 2010년 1월1일로 보는 것이 2011년 7월1일로 보는 것보다 교섭창구단일화 제도의 원칙 구현에 부합한다는 점 ④ 2011년 7월1일로 보면 노동조합 측에서 창구단일화의 예외를 적용받기 위한 시도가 증가할 것이라는 점(장래 충족되는 사실에 대해 예외를 부여하는 방식이 된다고 함) ⑤ 2010년 1월1일로 볼 경우 부칙 4조의 의미는 “2010년 1월1일부터 2011년 7월1일까지 계속 교섭 중인 노조”만을 보호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고등법원 결정이후 불과 한 달여 만에 서울고등법원 다른 재판부(2011라1844 결정)에서 반대취지의 결정(민주택시노조 한성운수분회 사건, 이하 제2 결정)이 나왔다. 이 결정은 문언 해석상 2가지 견해가 모두 가능할 수 있지만 ① 입법기술상 “이 법 시행일 당시”는 “이 법 ○조의 시행일 당시”라고 이해되는데, 복수노조-창구단일화 관련 규정은 모두 2011년 7월1일 시행되고 ② 경과조치란 통상 신법의 시행을 기점으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이므로 시행일(2011.7.1)에 맞춰 해석하는 것인 점 ③ 부칙 4조의 입법취지는 창구단일화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적법하게 교섭 중인 노동조합이 법 시행에 따라 복수노조가 설립되기만 하면 기존의 교섭당사자 지위를 박탈당하는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기존 노조에 연속적인 교섭권을 보장해 주기 위한 것인 점 ④ 2011년 7월1일 당시 교섭 중인 노조에 대해 아무 조치가 없으면 사용자는 2011년 7월1일이 가까워질수록 교섭에 불응하려고 할 것이라는 점 ⑤ 2011년 7월1일설에 대해 신설노조의 단체교섭권이 장기간 과도하게 제한된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으나 그런 사례가 맞지 않을뿐더러 이는 복수노조-창구단일화의 시행으로 인한 급격한 변화와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을 택한 입법적 결단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했다.

서울고등법원 2011라1502결정의 부당성

가. 문언해석

부칙 4조의 “이 법 시행일”을 2010년 1월1일이라고 본 제1 결정은 가장 먼저 문언해석에 반한다. 위 결정은 부칙 4조의 의미는 “2010년 1월1일부터 2011년 7월1일까지 계속 교섭 중인 노조”라고 해석했는데, 부칙 제4조의 문언은 “이 법 시행일 당시 단체교섭 중인 노동조합은 이 법에 따른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본다”고 정했을 뿐이다. 여기에 2010년 1월1일을 대입하면 부칙 4조는 “2010년 1월1일 당시 단체교섭 중인 노동조합은 이 법에 따른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본다”는 의미가 될 뿐이다. 제1 결정은 2010년 1월1일을 전제해 놓고 그에 맞춰서 부칙 제4조를 해석한 아전인수식 결정일 뿐이다.

나. 체계적 해석

법률 전체의 체계적 해석에 의하더라도 부칙 4조는 복수노조-창구단일화에 관한 규정이다. 그런데 시행일이 2010년 1월1일이면 위 관련 조항들이 시행조차 되지 않았던 시점인데, 이때를 기점으로 복수노조-창구단일화 제도에서 정한 특정한 법률효과를 부여하는 것도 부당하다.

다. 목적론적 해석

경과조치라고 함은 법의 “시행”으로 인해 기존 법률관계가 일거에 변경되는 경우 발생하는 혼란을 정한 것이다. 그러므로 “시행”을 전제로 하지 않고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고용노동부는 2010년 1월1일부터 2011년 7월1일까지의 기간이 복수노조-창구단일화 제도에 적응하는데 충분한 유예기간이 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시기는 고용노동부와 노동위원회가 자신들의 행정업무에 소비한 시간일 뿐이다. 복수노조 자체를 제도적으로 금지했고 창구단일화 제도는 시행조차 될 수 없었던 시기를 두고 유예기간을 부여했다고 볼 순 없다.

라. 입법론적 해석

노조법 개정당시 정부·여당에서 발의한 이른바 ‘안상수 안’은 부칙 4조를 부칙 3조에 두고 있었고 동일한 문구로 했다. 그런데 당시 안상수 법안은 2012년 7월1일부터 창구단일화 관련 조항이 시행되는 것으로 정했었다. 그런데 제1 결정대로라면 2010년 1월1일부터 2012년 7월1일까지 무려 2년 6개월 동안 계속 교섭 중인 노조를 대표노조로 보겠다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마. 경과조치라는 점을 간과

그 외에 제1 결정은 ‘창구단일화’ 원칙을 보다 널리 구현할 수 있다는 점과, 장래 충족되는 사실에 예외를 부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을 근거로 삼았다. 그런데 경과조치를 해석함에 있어서 원래의 규정이 얼마나 넓게 적용되는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그 자체로 경과조치의 취지를 몰각한 것이다. 또한 2010년 1월1일설도 제1 결정대로라면 결국 2011년 7월1일까지 교섭을 계속해야만 부칙 4조가 적용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장래 충족되는 사실에 예외를 부여한다는 점에서는 아무 차이가 없다.

입법부 과오가 논란 초래

현재 위 2개의 고등법원 결정은 모두 대법원에 재항고돼 계류 중이다. 부칙 제4조의 “이 법 시행일”의 의미 외에 부칙 제4조에 의해 교섭대표노조가 된 경우 그 지위유지 기간과 권한에 대해서도 법규정이 반드시 명확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생략한다. 현재와 같은 문구의 부칙 제4조의 “이 법 시행일”에 대한 해석론으로는 당연히 2011년 7월1일 설이 타당하다. 하지만 법 개정과정에서 조금 더 신경을 써서 문구를 작성했더라면 이와 같은 논란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부칙 제4조의 “이 법 시행일”을 둘러싼 논란은 입법부의 과오에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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