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참터)

개인적인 예다. 요즘 만나는 사람들은 뻥친다 하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나는 저체중이었다. 장염으로 며칠 앓아누운 뒤로 음식섭취에 두려움을 느꼈고, 지속적으로 소식한 결과 체중이 10킬로그램이 넘게 줄은 탓이었다. 다시 살을 찌우겠다고 더 먹으려고도 해 봤다. 하지만 위가 찢어질듯 아파서 더 먹을 수 없었고, 몸무게는 늘지 않았다. 5년쯤 지났다. 노무사시험이 끝났고 끝없는 불규칙한 생활로 하루 4끼에서 5끼를 먹기 시작했다. 물론 위가 아팠지만, 시험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 아픔이 더 필요했다. 잠이 안 올 때가 많았고, 그럴 때면 라면을 끓여 밥을 말아먹고 자기 일쑤였다. 합격자 발표가 난 후에는 라면 대신 기분 좋게 술을 먹었고, 몸 생각한다고 안주는 두 배로 해치웠다. 위가 아팠지만 좋은 기분에 참을 수 있었다. 음식이 목구멍까지 차도 위가 아프지 않을 정도로 과식이 익숙해졌고, 어느덧 과체중을 넘어 경도비만에 이르렀다.

노무사시험에 합격한 후로는 선무당이 무서운 줄 모르는 지인들로부터 노동문제에 관한 상담전화를 자주 받는다. 전화를 거는 사람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이기도 하고, 노동자이기도 하다.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한 명은 학생 때 아르바이트를 했던 식당의 실장님(사장님 아들)이다. 그날도 나는 술집에서 과식 중이었는데, 실장 형으로부터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형은 식당 종업원이 2명인데, 이런 상황에서도 퇴직금을 줘야 하는지를 물어왔다. 퇴직금 지급상대는 이주노동자였다. 답은 간단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도, 2010년 12월1일부터 근무한 기간이 1년이 넘었다면, 그때부터 그만두는 날까지 1년마다 한 달 월급의 절반 정도를 주면 될 거예요.”

형은 “아, 그래?”라고 말한 뒤 잠시 말이 없었다. 나도 말이 없었다. 문득 원하는 답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근데…”라고 입을 열었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멈췄다.

“형, 식당 많이 힘들어도 그런 걸로 고용노동부 가고, 벌금 받고 그러면 그 돈이 더 많이 들어요.” 기껏 생각해서 한 말이다.

다른 한 명은 대학 동창이다. 대학시절의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친구다. 친구는 CS(콜센터)기업에서 근무 중이었다. 동종의 다른 기업으로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내게 전화를 걸었다. 통상임금이 뭐냐는 것이었다. 왜 그러냐고 물었다. 새로운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는데, 가산임금을 정하는 통상임금이 법이 정한 기준에 맞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임금수준은 예전 회사에 비해 조금 나아졌으나, 야간·휴일 가산임금 계산시 수당을 빼고 기본급만으로 한다는 것이었다. 답은 간단했다.

“각종 수당이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경우에 당연히 통상임금에 포함돼야 하는데, 그 수당의 명칭에 따라 노동부와 법원이 통상임금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다른 경우가 많고, 법원에 갈 경우에는 소송비용 때문에 실익이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친구는 “그건 잘못된 거 아니냐”고 되물었다.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 더 주니까….” 또다시 생각해서 한다는 말이 이 모양이다.

요즘 다이어트를 하는 중이다. 성공은 요원하나 자기 전에 라면만큼은 먹지 않는다. 그런데 쉽게 허기가 가시질 않는다. 습관적으로 과식한 탓이다. 몸에 충분한 만큼 먹어도 위는 늘어났고 늘어난 위가 줄어들기 전에는 허기가 채워지지 않을 것이다. 노력하는데도 말이다. 5년 전 쯤에 나는 내 몸에 필요한 만큼 먹지 않아서 위가 줄었다. 그 익숙함에서 벗어나려고 평소보다 더 먹어 보려고 했으나 위가 아파서 멈출 때가 많았다. 어느 쪽이든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무엇인가 기준이 필요하다. 미의 기준이 아니라, 건강함을 기준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경험상 저체중이나 과체중은 내가 생각하는 건강한 기준에 닿기 위해서 고통이 따랐다. 그래도 오래 살기 위해서는 그 기준을 좇아야 한다. 사람이 그렇다면, 사회도 그럴 것이다. 사회도 오래 가려면 건강한 기준과 그 기준을 지키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글을 쓰고 생각해 본다. 난 몸뿐만 아니라 마음의 위가 일부는 늘어나고 일부는 줄어든 것이 아닌지.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