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인 구본홍 전 YTN 사장 임명저지 투쟁에서 시작된 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김종욱)의 '공정방송 쟁취투쟁'이 1천500일을 넘겼다. 여야가 불법사찰 국정조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권의 '언론장악' 대표 사례로 꼽히는 YTN 사태가 국정조사에서 제대로 다뤄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YTN지부는 9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지부사무실에서 'YTN 불법사찰 국정조사 대책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장은 '낙하산 인사 저지투쟁' 당시 지부장이었던 노종면 전 지부장이 맡았다.

◇갑작스레 교체된 MB 측근, 구본홍 전 사장=올해 3월 언론노조 KBS본부가 입수해 공개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불법사찰 문건 중 2009년 '1팀 사건 진행상황' 문건에 따르면 같은해 7월27일 사찰팀은 'BH 하명'으로 'KBS·YTN·MBC 임원진 교체 방향 보고'를 지시받았다. 'BH'는 청와대를 의미한다. 실제 일주일이 지난 같은해 8월3일 구 전 사장은 갑작스럽게 사퇴하고 당시 전무이던 배석규 현 사장이 직무대행을 맡았다. 구 전 사장은 당시 자신이 해고한 기자 6명에 대한 복직 문제를 지부와 협의 중이었다.

배 사장은 직무대행이 되자마자 일주일만에 보도국장 복수추천제를 폐지하고 돌발영상 제작자인 임장혁 기자를 대기발령했다. 또 낙하산 인사 반대투쟁에 나섰던 기자 6명을 지국으로 발령내고, 해직기자들의 건물 출입을 막았다. 같은해 9월3일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이 작성한 'YTN 최근 동향 및 경영진 인사 관련 보고' 문건에서 원충연 전 조사관은 배 사장에 대해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인다", "직무대행 체제를 종식시키고 사장으로 임명해 힘을 실어 줄 필요가 있다"고 적시했다. 이에 대해 지부는 "구본홍 전 사장이 지부 투쟁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정권 비판 방송을 제대로 차단하지 못하자 청와대가 불법사찰팀에 새 인물 추천을 지시했을 것"이라며 "직무대행 기간 동안 정권이 좋아할 만한 조치를 밀어붙이고 사찰팀이 이를 문건에 반영해 청와대에 보고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4년째 끌어온 해직자 문제=구 전 사장 관련 낙하산 반대투쟁 과정에서 해고된 기자 6명은 이날로 1천373일째 해고자 생활을 이어 가고 있다. YTN 노사는 2009년 4월1일 1심 판결에 따른다는 취지로 "해고자 복직문제는 법원의 결정에 따른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같은해 9월 1심에서 6명 전원에 대해 해고 무효 판결이 났다. 그런데 배석규 사장은 항소했다. 2심에서는 3명만 부당해고 판결을 받았다. 현재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지부는 이날 불법사찰 국정조사와 언론장악 청문회를 통해 규명해야 할 핵심 내용으로 △해직사태 △해직사태 장기화 △불법 체포와 구속 △구본홍 전 사장에서 배석규 사장으로의 교체 △불법 사찰과 증거 인멸 협조를 꼽았다. 노종면 특위 위원장은 "YTN 해직사태와 집단 징계사태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해직사태의 배후와 2009년 3월 불법체포 사유, 이후 갑작스런 구본홍 전 사장의 사퇴에 대해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불법사찰·증거인멸' 진상 드러날까=불법사찰과 관련해 YTN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YTN 내부 간부가 불법사찰 증거인멸에 관련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불법사찰 증거인멸 기간이었던 2010년 당시 YTN 감사팀장·법무팀장·보도국장이 주야를 가리지 않고 원충연 전 조사관과 통화한 기록이 남아 있다. 언론사 경영진이 불법사찰팀과 유착됐을 가능성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특히 감사팀장은 원 전 조사관과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이로 알려져 있다. 노종면 위원장은 "최근 서울지검은 불법사찰 재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YTN 간부들과 사찰 범법자들이 집중적으로 통화한 것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며 "검찰의 은폐 기도가 있다고 보는 만큼 국정조사에서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욱 지부장은 "특위를 통해 강하고 치밀하게 대응해서 범죄행위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 해직자 등 피해자 구제조치를 반드시 관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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