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ING그룹이 구제금융 상환을 위해 ING생명 한국법인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ING생명보험지부(지부장 이기철)는 8일 “사측이 회사 매각과 관련한 노조의 요구에 귀를 닫고 있어 파업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부에 따르면 ING생명은 올해 1월 매각주간사(JP모건·골드만삭스)를 선정한 뒤 매각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런데 인수자 선정과 논의내용 등 매각 과정이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지부는 사측에 매각과 관련한 정보공유를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측은 매각 과정에서 사측과 인수자가 향후 인원감축과 점포 폐쇄 등을 금지하는 고용안정협약서를 체결하자는 지부의 요구도 거부하고 있다. 지부 관계자는 “ING생명 한국법인은 해마다 뛰어난 경영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고용관계를 유지하라는 요구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부는 HR BCP(Business Continuity Plan) 도입 철회도 요구하고 있다. ING생명은 지난해부터 과거 금융위원회가 파업 등에 대비하기 위해 "전산업무의 경우 별도의 인력을 확보하라"고 내린 지침을 "전산 외의 업무에도 대기 인력 확보", "비정규직과 파견직 확대 채용" 등으로 변형해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지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이달 5일 열린 1차 조정회의에서도 노사 간 의견차가 여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부는 조정회의 전날인 지난 4일 서울 순화동 ING생명 본사 앞에 천막을 치고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이기철 지부장은 “노사의 20여 차례 협상과 쟁의조정 과정에서도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며 “쟁의조정 결렬이 예상되는 만큼 13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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