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파행 끝에 내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을 지난달 30일 새벽에 표결로 처리했다. 6.1% 인상하는 공익위원안을 놓고 공익위원 9명과 국민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1명의 찬성표를 던졌다. 양대 노총 근로자 위원은 불참했고, 사용자위원 8명은 기권했다.

최저임금 협상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최저임금 수준이 아니라 운영과정에서 잡음이 일었다. 정부는 노사단체와 일체의 협의 없이 공익위원을 위촉했고, 근로자위원 자리도 한국노총 몫에서 한 명을 빼 국민노총에 줬다. 양대 노총은 이명박 대통령과 이채필 고용노동부장관을 ILO에 제소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런 파행에도 최저임금은 결정됐다. 정부의 의도를 이보다 더 강경하게 드러나게 할 방법은 없어 보인다. 장외로 나가더라도 결정하겠다는 시그널을 준 것이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위원회 운영과 결정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저임금제도 개선 어떻게 해야 할까.

“노사 참여와 협의를 통한 최저임금 결정은 ILO 권고 방식”

▲ 박종길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관

우리나라는 노동계와 경영계, 공익위원 각 9명이 균등하게 참여해 상호 협의를 거쳐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최저임금제도를 운용한다. 최저임금은 법령이나 전문심의위원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결정할 수 있지만 국제노동기구(ILO)는 우리나라 제도와 같이 노사의 참여와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항상 노사공익 모두가 합의해 결정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노사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고 공익위원들의 중재를 거치면서 적정 수준, 이를테면 노사 양측 모두가 어느 정도는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해 왔다. 현 제도가 문제점도 있겠지만 장점도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최저임금 수준도 우리나라가 아주 높다고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다른 나라와 일률적으로 비교해 매우 낮다는 식으로 평가하는 것도 바르지 않다. 최근 비교 대상이 됐던 프랑스는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전체 근로자의 임금 자체가 우리나라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시급으로 결정되는데, 월급제에 적용하면 다른 나라에는 없는 주휴수당(유급휴가)이 포함되면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다. 상여금이나 숙식비 등 각종 수당도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 우리나라는 5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중위임금을 산정하기 때문에 중위임금과 비교한 최저임금 수준도 과소계상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 문제점이 있다면 논의를 통해 수정하고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논의 과정에서 현 제도의 장·단점을 모두 잘 살펴야 올바른 대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저임금액 올리고, 최저임금 결정은 독립적으로”

▲ 이은미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팀장

현재 최저임금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최저임금이 지나치게 낮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과정이 정부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급선무는 최저임금액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는 점이다.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라는 하한선을 두고 단계적으로 끌어가는 방향을 모색하자는 것이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최저임금법 개정안도 평균임금의 50% 이상으로 최저임금을 책정하고, 그 밑으로는 내려가지 못하게끔 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독립성 문제는, 공익위원 선정을 공정하게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최저임금위는 노사정 3자 논의기구이고, 그러다보니 공익위원들의 관점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공익위원 자리를 차지해 왔다. 공익위원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사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가 일방적으로 위촉하는 방식은 공정성 논란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공익위원의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추는 방향으로 위원 위촉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공익위원이 바뀐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액 결정 방식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지금처럼 노사가 안을 내면 공익위원이 중재하는 방식을 넘어서, 보다 합리적인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이상이라는 법적 마지노선을 정하고, 노사가 합리적 기준에 따라 추가 인상폭을 정하는 방식을 통해 최저임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참여계층 넓혀야”

▲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

이번에 공익위원이나 근로자위원 임명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근로자위원뿐 아니라 위원 구성은 생각할 여지가 많다. 기본적으로 다양한 직종이랄지, 사람이 들어가야 한다. 지금도 현행법에는 경제5단체로 국한돼 있는데 그것도 바뀌어야 한다. 경제단체로 말하자면 소상공인도 있고, 소기업 연합회도 있다. 근로자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대표가 들어가야 한다. 경제5단체나 양대 노총에 국한하지 말고 노사에서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대변할 수 있도록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솔직하게 얘기해서 최저임금 시책이 전경련에 어떤 관련이 있을까. 실태조사를 해 보면 최저임금은 한계기업과 관련돼 있다. 눈물이 날 정도다. 기업도 어렵고 근로자도 어렵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월급이 올라가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근로자들은 회사가 넘어져서 단돈 100만원도 못 받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한다. 없는 집 살림에서 월급을 주니 그렇다. 위원 문제를 논의할 거면 노동계도 청년 대표들도 들어가고,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원들로 구성됐으면 좋겠다. 합의결정이 쉽지 않다. 시스템 자체가 어느 수준이든 노사가 만족할 수 없다. 현재 방식대로 해도 국가경제와 근로자의 소득을 감안해서 노사를 설득해 타결해야 한다.

“공익위원 다양성 보장해야”

▲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

최저임금은 실제 노동조합에 가입하기 어려운, 수많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국가 수준에서의 임금교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최저임금 수준만이 아니라 최저임금의 결정에 이르는 합의과정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회적 합의를 추구하는 제도인 만큼 정부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관행이 반복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 또한 정부가 주도하면서도 사실상 공익위원의 이름 뒤에 숨어 정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지난 6월 최저임금위원회의 파행과정과 정부주도의 일방적 결정과정은 과거의 그릇된 관행을 또다시 반복한 과정이었다. 이러한 악습의 반복을 막기 위해선 최저임금 결정제도의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현행 최저임금 결정방식은 크게 3가지 측면에서의 개혁돼야 한다. 첫째는 공익위원의 추천방식이다. 현재 시행령으로 되어 있는 위원의 임명·위촉 사항을 법률로 규정해야 하고, 노·사·정이 공히 위촉권을 행사하도록 해서 공익위원 구성의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 둘째는 공익위원의 전문성이다. 노동문제에 상당한 전문성과 지식을 가진 자들이 공익위원으로 들어가고, 이들이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노사단체를 설득하는 방식을 통해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최저임금결정에 대한 비판이 수용되고, 이것이 내부적 개혁에 반영되도록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 물론 장기적인 과제이겠지만 현재처럼 최저임금을 결정한 사람들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정부가 최임위에게, 최임위는 정부에게 그 책임을 넘기는 구조 하에서는 비판을 통한 제도개혁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보수공사 수준 안 돼, 재건축 해야”

▲ 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

최저임금위원회가 1988년 최저임금 심의를 처음 시작한 이후 올해까지 노사, 공익위원이 합의해 최저임금을 결정한 것은 7번에 불과하다. 25년간 노동계와 경영계의 퇴장이 반복되면서, 어느샌가 공익위원 주도의 최저임금위원회가 돼버린 것이 사실이다. 최저임금을 ‘단체교섭’이나 ‘협상의 산물’로 생각하는 한 이러한 악순환은 매년 예약돼 있는 것이다. 실질적인 생계보장형 최저임금이 되려면 현 제도를 보수공사하는 수준이 아니라, 재건축을 해야 한다. 우선 전체 노동자 평균정액급여 50%수준의 기반공사가 시작이다. 최저임금위원회 구성원을 선정하는 방식과 기준을 법률로 정해 최저임금 시공자로 대표성과 전문성이 있는지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또한 ‘공익’위원을 고용노동부 장관의 제청으로 선정하는 방식은 수의계약과 다름없다. 고용노동부, 노동자·사용자 위원이 추천하는 자 중 투표로 선정하는 것이 가장 민주적이며, ‘공익’에 부합한다. 통합진보당은 이와 같은 내용을 최저임금 개정 법률안에 담아 입법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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