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천만 SH공사통합노조 위원장
"무기계약직은 떼쟁이가 아닙니다. 굴욕적인 직급별 승진정원제도를 철폐해 무기계약직은 당연히 차별받아도 된다는 관행을 없애고 싶습니다."

김천만(49·사진) SH공사통합노조 위원장은 5일 오전 서울 망원동 노조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모두 무기계약직 차별철폐를 말하고 있는 이 시기에 SH공사만 시대를 역행해 무기계약직에게 불합리한 차별을 강조하고 있다"며 "SH공사가 서울시 산하기관인 만큼 서울시와 협상을 통해서라도 무기계약직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무기계약직으로 구성된 SH공사통합노조는 지난 5월 SH공사가 무기계약직에 대해 '직급별 승진정원제도'를 강행하려는 것에 맞서 SH공사일반노조와 SH공사재개발임대주택관리원노조가 통합해 출범한 노조다. 복수노조 시대에 현안 해결을 위해 각각 활동하던 무기계약직 노조들이 통합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SH공사에는 정규직으로 구성된 SH공사노조(578명)·무기계약직으로 구성된 SH공사일반노조(176명)와 SH공사재개발임대주택관리원노조(90명), SH공사통합센터노조(90명)가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진행된 통합노조 위원장 선거에서 92%의 찬성률로 당선됐다. 임기는 지난달 7일부터 내년 3월31일까지다. 통합노조라서 잔여임기로 한정했다.

93년 SH공사에 입사한 김 위원장은 4·5대 SH공사일반노조 위원장을 지냈다. 박은성 SH공사재개발임대주택관리원노조 위원장은 통합노조 지도위원으로 추대됐다.

김 위원장은 두 노조를 통합으로 이끈 일등공신으로 SH공사를 꼽았다. 그는 "공사는 노동자들을 계약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 준 만큼 더 이상 해 줄 것이 없다며 무기계약직의 차별을 관행화시켰다"며 "사측에 맞서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쌓인 가운데 회사가 굴욕적인 직급별 승진정원제도를 밀어붙이면서 통합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직급별 승진정원제도는 임대주택관리를 위해 공사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돼 채용되거나 재채용된 직원들에 대해 직급별 승진정원을 두고, 승진대상을 선별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반면 정규직의 경우 관리자 직급을 제외한 3급 이하 전 직급은 일정연수가 지나면 승진하는 직급별 통합 승진제가 실시돼 안정적인 승진을 보장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정규직은 때가 되면 따박따박 자동으로 승진하는데 무기계약직이라는 이유로 입안의 혀처럼 말 잘 듣고 맘에 드는 극소수 인사만 선별해 승진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사회적 요구에 반하고 공공기관으로서도 책무를 저버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 같은 방침이 △무기계약직에 대한 정규직과 차별 고착화 △노동강도 강화 △무기계약직 노조통제 강화 등의 수단으로 악용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통합노조 출범 이후 노조는 설립 이래 처음으로 창립식을 개최하면서 SH공사 강당을 사용했다. 사측으로부터 먼저 만나 얘기를 나눠 보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회사 강당을 사용하는 데 노조 설립 이래 12년이나 걸렸다"며 "교섭 자리에 나가면 사측의 일방적인 무시로 민원인보다 못한 취급을 받았는데 달라진 사측의 태도에 감개무량했다"고 전했다. 그는 "노동자 단결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배웠다"며 "노동현장 곳곳의 비정규 노동자들이 차별을 감내하지 말고 함께 힘을 모아 처우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위원장이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무기계약직 차별 철폐를 넘어 무기계약직 일반직 전환 투쟁을 벌이고 나아가 간접고용 외주직원의 직접고용 투쟁을 진행할 생각입니다. 복수노조로 갈등을 겪고 있는 노동현장에 모범사례로 남을 수 있도록 통합의 취지를 살려 힘찬 투쟁을 전개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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