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재정이 파탄 직전에 있다. 2001년 한 해 동안 건강보험은 4조원 가량의 적자가 예상되며 이 상태가 계속되면 직장의보는 5월 말, 지역의보는 7월말에 파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 파탄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재정 파탄의 원인에 대한일부 언론과 야당의 시각이다. 이들의 잘못된 시각은 잘못된 대책을 낳고, 끝내는파국의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건강보험 재정 파탄은 준비 안된 의약분업과 의보통합 때문이라고주장한다. 의약분업 정책의 어떤 내용이 보험재정을 악화시켰는지 구체적으로제시하지 않고, 정부가 준비 없이 의약분업을 시행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되뇌기만 할 뿐이다.

그러면 건강보험이 왜 의약분업 시행 이후 재정 파탄의 위기에 처했을까? 사실건강보험 재정은 1996년 이후 적자를 보기 시작해서 2000년에는 약 1조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그러나 올해의 적자 규모는 양과 내용 면에서 과거와 크게 다르다. 이의원인은 정부가 의약분업 시행과정에서 원칙을 어기고 과도한 수가인상을 한 때문이다.

정부는 1999년 11월 이후 다섯 차례에 걸쳐서 총 43.9%의 수가를 인상했다.

특히 2000년 7월 의약분업 시행 이후에 세 차례에 걸쳐서 총 1조8천억원에 달하는 수가를 인상하였다. 이는 2001년 진료비 증가 예상액 4조4천억원의 41%에 달하는 액수다. 게다가 의료계-약계-시민단체가 합의한 대로 대체조제를 허용했으면 줄일 수 있었던 비싼 약 처방으로 약 7천억원의 재정을 추가 지출했으며, 주사제에 대한 처방료와 조제료 산정으로 3천억원 이상을 낭비하였다. 당초의료계-약계-시민단체가 합의한 대로 정부가 의약분업을 시행했다면, 이로 인한국민의 추가 부담은 지금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다.

또 한 가지, 정부의 수가인상 과정은 문제가 있었다. 2000년 9월의 수가인상은 국민건강보험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며, 2001년 1월의 수가인상은 보험료결정권한이 있는 건강보험공단 재정운영위원회의 수가동결 결정을 복지부가 무시한 것이다. 결국 의약분업 이라는 제도 `자체'가 아니라 의약분업 시행 과정에서의 과도하고 근거가 부족한 수가인상이 재정 파탄의 중요한 원인이 된 것이다.

의보통합이 재정 파탄의 원인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지역의보 통합 후 보험료징수율이 낮아진 사실과 재정이 건실하던 직장의보가 2000년 7월 조직통합 이후재정이 악화된 것 등이다.

1998년 지역의보 통합 이후 보험료 징수율이 낮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통합이 원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아이엠에프 관리체계 아래서 국민소득이 크게 낮아진 데다, 통합을 반대하던 복지부가 전산 일원화 등 실무적인 준비를 소홀히 한 것 등이 원인이었다. 더구나 징수율이 1% 하락한다 해도 감소하는 보험료수입은 연 300억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이를 건강보험 적자 4조원의 원인으로 보는것은 무리다.

건실했던 직장의보가 통합 후 재정이 악화된 것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어이가없다.

1996년 직장의보는 1조9천억원의 적립금이 있었으나 그 이후 적자가 계속되어 2000년에는 7천101억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적자의 원인은 2000년 7월의 조직통합을 앞두고 의보통합에 반대하던 직장의보 대표이사와 노조가 적립금이 통합공단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보험료를 동결하는 등 통합 전에 적립금을 소진시킨 데 있다.

그리고 이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도 이런 행태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따라서 직장의보 재정 악화의 원인은 의보통합이라는 제도가 아니라 의보통합을 반대하던 집단의 도덕적 해이와 이를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의 행정실패인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 파탄의 원인을 뭉뚱그려 의약분업과 의보통합이라고 주장하는것은 건강보험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사실과도부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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