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치용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참터 강원지사)

시간외수당 미지급분을 받기 위해 홀로 소송을 진행 중인 노동자가 있다. 처음 만난 때가 지난 3월 말 즈음이었다. 이미 소송이 시작된 지 10개월 정도 된 듯했다. 엄청난 양의 자료를 들고 사무실을 방문한 그는 참 시끄러웠다. 첫 상담을 직접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멀리서 들려오는 걸걸한 목소리에 일하기가 힘들 정도였다. 내용을 들어보니 연장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 등을 회사가 계산을 이상하게 해서 줬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본인이 계산한 방식을 설명하는데, 엉망이었다. 얼핏 봐서는 회사가 계산을 정상적으로 한 것처럼 들렸다.

우선 진행 중인 소송자료를 검토하고, 필요하면 의견서를 작성해 주기로 하고 돌려보낸 뒤 자료들을 살펴봤다.

처음에는 노동청에 고소를 했던 모양이다. 근로감독관은 시간외수당을 오히려 법적기준보다 더 많이 줬다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계산방식을 살펴보니 한숨이 나왔다. 연장근로시간을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월을 기준으로 계산했다.

단체협약도 엉망이었다. 2010년 임금협약서를 보니 임금을 계산할 때 하루에 일정 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보고 계산하도록 명시해 놓았는데, ‘계산례’에는 30분이 빠져 있었다. 실제 급여계산에서도 30분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지난해 임금협약서를 보니 시급이 인상됐다. 그런데 2010년에는 존재했던 수당 하나가 사라졌다. 수당은 기본급과 주휴수당 등 법정수당들로 쪼개져 흩어져 버렸다. 실제로 시급은 인상되지 않았다. 회사의 경영사정을 감안해 노동조합에서 내린 결단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그렇다면 시급을 높인 것처럼 임금협약서를 만들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잘못된 계산방법에 의한 원고의 주장에 괴이하기 짝이 없는 피고측 변호사의 반박으로 원고와 피고의 서면은 뒤죽박죽 상태였다. 소송은 산으로 가고 있었다. 통상임금과 시간외수당을 다시 계산했지만 차액이 얼마 되지 않아 판례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계산을 했다. 기존의 판례가 잘못됐다고 생각했고, 의뢰인에게도 대략 설명을 했으니 양심을 속이거나 꼼수를 부린 것은 아니다.

평범하게 흘러갔으면 이미 끝났어야 할 소송이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다.

며칠 전, 홀로 소송을 하던 한 노동자께서 옛 동료 몇 분을 모시고 왔다. 상담을 마치고 위임장을 쓴 후 문 밖으로 배웅했다. 돌아서서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머리가 아프다. 계산은 복잡하고, 절대 금방 끝날 것 같지 않다. 사업주는 체불액 10원이 나와도 버틸 가능성이 농후하다. 사건은 몇 개 해 보지도 못했는데 어째 의뢰인들 대부분이 평택에 살고 있다. 이곳에서 퇴직하면서 평택에서 일자리를 찾은 모양이다. 돌아서면서 한숨 한번 쉬고, 사무실 식구들을 보면서 씨익 웃었다. 같이 씨익 웃어 준다. 돌아오는 표정이 문자로 표현하자면 ‘ㅋㅋㅋ’. 딱 그 표정이다.

그 노동자를 처음 만났을 때,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만났을 때, 괴팍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세 번째 만났을 때부터는 안타까웠다. 왜 이 사람은 이해하기도 어려운 법전과 판례를 뒤져 가면서 공부해야 했을까.

억울한데, 아무도 들어주지도 도와주지도 않았기 때문일거다. 이상한 주장을 하면서 잘 듣지도 않고 우기기만 하던 이 목소리 큰 노동자를 모두 귀찮아했던 것 같다. 노동조합도, 근로감독관도, 검사도 이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다. 애시당초 들어줄 마음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억울한 마음이 더욱 커진 이유일 테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