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정영하)가 공정방송 회복과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2일 현재 파업 155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KBS 시사제작국장이 '추적 60분' 제작진에게 MBC 파업 취재 불가를 통보해 논란이 되고 있다.

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추적 60분 제작진은 2주일 전 권순범 시사제작국장에게 MBC 파업 취재 기획안을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권 국장은 이날 오전 취재 불가 입장을 통보했다. 권 국장은 취재 불가 사유로 "공정성이 담보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연대파업의 당사자였던 KBS 조합원이 관련 아이템을 취재하면 공정한 방송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추적 60분 제작진은 성명을 내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언론사 파업 문제는 국회 개원협상의 선결조건 중 하나였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이슈"라며 "이런 문제를 공영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서 다루지 않는다면 오히려 직무유기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장이 우려한 공정성 문제는 취재를 진행하는 동안 적절한 협의 과정과 데스킹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며 "제작진은 개인의 신념이나 호불호를 떠나 시사프로그램을 제작한다는 사명으로 불편부당한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취재한다"고 강조했다.

KBS본부도 성명을 내고 "KBS 현직간부 가운데 감히 누가 공정성을 함부로 주장할 수 있냐"며 "이명박 대통령 후보 언론특보를 사장으로 모시고 이 대통령의 치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던 지난 4년이 부끄럽지도 않냐"고 비난했다. 또 "(최근 KBS본부의) 95일 파업은 언론자유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처절한 투쟁이었다"며 "국민적 관심사이자 사회적 현안인 MBC 파업사태에 대한 취재마저 막는 것은 명백한 제작 자율성 침해이며 언론자유에 대한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본부는 권 국장에게 "자기가 거느리는 일선 취재진의 공정성마저 믿지 못하겠다면 보직을 내려놓는 것이 합당한 이치"라며 "이도저도 하기 싫다면 그 자리를 떠나라"고 경고했다.

본부에 따르면 추적 60분 제작진뿐만 아니라 같은 시사제작국의 '미디어비평'에서도 MBC 파업 사태를 다루는 기획안을 냈으나 최근까지 허가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여야는 최근 국회 개원 협상에서 언론 관련 청문회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개최하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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