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추가로 발견된 부실 저축은행을 시중은행에 떠넘기려 한다는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위원장 유택윤)가 사측의 저축은행 인수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지부는 1일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은행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할 경우 결국 그 피해는 중소기업과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부에 따르면 최근 기업은행은 예금보험공사에 지난 5월 대규모 부실대출로 영업이 정지된 한 저축은행에 대한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지부는 실제 인수가 이뤄질 경우 저축은행의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점에서 경영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부는 “저축은행 사태는 경영진의 부도덕한 경영과 금융당국의 감독 부실이 원인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부는 이번 일에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은 올해 초 공공기관에서 해제됐지만 여전히 정부가 대주주인 국책 금융기관이다. 지부는 “중소기업 지원에도 힘이 부치는 기업은행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번 저축은행 인수 움직임은 명백히 정부의 강압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기업은행의 저축은행 인수시도가 ‘흥행’을 유도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실제 인수의향이 없는 기업은행을 끌어들여 시중은행과의 경쟁을 부추긴 뒤 매각작업을 순조롭게 이끌려 한다는 것이다. 기업은행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산업은행이 저축은행 인수에 나선 것도 이러한 추측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지부는 경쟁 입찰자가 등장하지 않는 등 언제든 시장상황이 돌변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기업은행과 정부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지부 관계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설립된 기업은행의 주인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라며 “원칙도 없고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저축은행 인수시도가 실제 이뤄진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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