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금속노조 법률원)

대상 판결 / 대법원 2012.6.14. 선고 2012도3305 업무방해등
뒤집힌 ‘파업은 업무방해’ 판례


기존의 대법원은 쟁의행위에 대해 “근로자들이 집단적으로 근로의 제공을 거부하여 사용자의 정상적인 업무운영을 저해하고 손해를 발생하게 한 행위가 당연히 위력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여 노동관계 법령에 따른 정당한 쟁의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가 아닌 한 업무방해죄를 구성한다”는 취지로 판시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해 3월 위와 같은 입장을 폐기했다.(2011.3.17. 선고 2007도482 전원합의체)

대법원은 “쟁의행위로서의 파업이 언제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비로소 그 집단적 노무제공의 거부가 위력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이 대법원 판결의 반대의견(5인)은 이랬다.

“단순파업은 부작위임이 명백한데 작위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업무방해죄)를 부작위에 의하여 범하기 위해서는 노무제공의 부작위가 적극적인 방해행위와 형법적으로 동등하게 평가돼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볼 수 없으므로 단순파업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위 5인의 반대의견이 매우 타당하다.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종전의 단결 금지 법리를 일정하게 해제한 것으로서 노동 형사 사건에 있어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다. 즉, 종전에는 파업은 항상 형법상 업무방해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예외적으로 정당성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그 위법성이 조각됐다. 그런데 이제는 파업의 정당성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구성요건 단계에서 형법상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대법원 판결이 남긴 과제와 우려점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설시한 요건을 보자.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의 의미가 반드시 명확하다고 보기 어렵다.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 의견은 정작 해당 사건인 철도노동조합 파업을 유죄로 판시하기도 해 전원합의체 판결이 설시한 요건의 실질적인 의미는 이후 후속 판례들이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남겨진 과제였다. 그리고 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단순파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 판결들은 대부분 소규모 파업에 관한 사건들이었다. 그래서 대법원이 소규모 파업에만 위 법리를 적용하고 규모가 큰 파업에 대해서는 위 법리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가져오기도 했다. 하급심판결들도 비슷한 추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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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명이 2시간 파업(대법원 2011. 10. 27.선고 2009도3390판결, 대법원 2011. 10. 27.선고 2009도6260판결)

△ 회사측 동의없이 체육대회 실시(대법원 2011. 7. 14.선고 2009도11102판결)

△ 182명 중 9명이 부분파업(대법원 2011. 10. 27.선고 2010도5961판결, 대법원 2011. 10. 27.)선고 2010도7733판결, 대법원 2012. 4. 26.선고 2010도5392판결)

△ 회사와 협의없이 체육대회 실시(창원지방법원 2011. 12. 15. 선고 2011노1702판결)

△ 교육시간 활용한 동시파업(대구지방법원 2011. 8. 11. 선고 2011노772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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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판례의 의의

가. 파업의 규모와 무관함을 확인

이번 금속노조 KEC지회의 업무방해죄 무죄 사건은 공소장 기재에 의할 경우 2010년 6월9일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같은해 6월21일부터 9월30일까지 총 107일간 약 700여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참가했다. 회사로 하여금 합계 483억6천400만원의 손해를 입게 해 회사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기소된 사안이다.

위와 같은 우려, 즉 전원합의체 판결 법리가 소규모 파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불식시킨 사안이다. 즉 파업의 규모와 무관하게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나. 전원합의체 판결이 설시한 요건의 상호관계에 대해 밝힘

1) 전원합의체 판결이 설시한 요건의 의미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전후 사정과 경위 등에 비추어” ①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②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③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혼란될 수 있다고 평가되는 경우에 비로소 업무방해가 성립한다고 봤다.

위 요건들의 구체적인 의미와 상호관계에 대해서는 이후 좀더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나, 요건 ①(사용자의 예측가능성, 전격성)과 요건 ②(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는 모두 총족돼야 한다. 또한 ②요건은 ①요건으로 인해(인과관계) 발생한 것이어야 할 것이다. 대법원 판결의 문언 자체가 위와 같은 의미다. 특히 ①요건을 원인으로 하지 않는 ②요건을 업무방해죄 요건으로 인정해 버리면 성공한 파업(상당한 압력을 가한 파업)은 유죄이고 실패한 파업(압력이 되지 않은 파업)은 무죄라는 기이한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 두 가지 요건과 인과관계 요건에 모두 해당하고 그로 인해 비로소 ③의 결과를 초래한 경우에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 성립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위 각 요건들은 “전후 사정과 경위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인정돼야 함은 물론이다.

2) 대상 판결의 태도

이번 대법원 판결의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설시한 1심 판결은 다음과 같다.

“KEC지회는 2010년 6월9일 부분파업을 시작하기 약 3개월 전부터 타임오프와 관련한 회사와의 교섭을 시작하였고, 그 교섭에서 회사와 사이에 타임오프에 관한 안건을 상정하는 것에서부터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어왔던 사실, 이에 2010년 5월20일 피고인 ○○○가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2010년 5월 말과 2010년 6월 초 조합원의 투표와 조정절차를 거친 다음 2010년 6월9일부터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2010년 6월21일 전면파업에 돌입한 사실, 회사는 이에 대응하여 2010년 6월30일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2010년 7월2일 경 파업으로 중단된 업무수행을 위하여 신규인력을 채용하여 업무를 영위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한 위 파업이 회사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가 제압, 혼란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증인 ○○○의 법정진술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심과 대법원 역시 위 사실관계를 토대로 판단했고, 대법원은 “파업의 경위, 그에 대한 회사측의 대응”을 기초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했다. 공소장에 파업으로 인한 손해액이 기재됐고 공판과정에서 고소인(회사측)들의 주장도 손해액에 집중됐으나 1심·원심·대법원 모두 손해액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설시하지 않았다.

이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설시한 요건 중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나머지 요건들(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심대한 혼란 내지 막대한 손해를 초래하는 등으로 사용자의 사업계속에 관한 자유의사를 제압 내지 혼란)은 살피지 않더라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위 요건들의 충족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사용자의 주관적(혹은 내심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고, 파업의 경위 등 객관적 요소를 근거로 판단해야함도 명백히 했습니다. 공판과정에서 고소인(회사측) 증인들은 계속 예측불가능성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론

대상 판결은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의해 단순 파업이 형사처벌에서 배제되는 범위를 더욱 넓히고 그 요건도 명확히 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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