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지난 25일부터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이 계속되고 있다. 2008년 6월 총파업 이후 4년 만이다. 화물노동자들은 4년 전 총파업을 통해 다단계 하청구조 개선, 운임 인상, 화물노동자 권리보호 등에 관해 정부와 합의했다. 하지만 정부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화물연대와의 약속 대부분을 지키지 않았고, 화물운송업체는 집요하게 운임을 삭감하고 화물연대 조합원들을 탄압해 왔다. 4년 간 쭉 그랬다.

화물노동자들이 반복해서 생존권 위기에 처하는 이유는 지입제와 다단계 하청구조로 운영되는 화물운송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화물운송업체하면 바로 생각나는 현대 글로비스·대한통운·한진 등은 화물차를 소유하지 않는다. 이들은 화물차를 직접 소유해 운전 노동자를 고용하는 대신 지입제를 이용한다. 그리고 시비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직접 화물노동자와 지입계약을 맺지도 않는다. 중간에 2~3개의 알선업체를 낀다. 길거리에서 자주 보는 현대 글로비스 로고가 있는 화물차들은 현대 글로비스 차가 아니다. 모두 지입제로 운행되는 차들이다. 한국 화물차의 95% 이상이 지입제로 운영된다.

현대 글로비스·대한통운 등의 물량을 운반하는 화물노동자는 요즘 식으로 이야기하면 간접 계약 지입차주 특수고용 노동자다. 한국의 고용관계에서 나쁘다는 말은 여기에 모두 들어가 있다.

이러한 화물운송시장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법제도 개선과 동시에 현대 글로비스와 같은 재벌 화물운송 계열사들의 변화가 필요하다. 화물연대 파업 이후 정부 정책에 문제가 많다는 점은 사회적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여전히 글로비스 등의 재벌 운송 계열사가 어떠한 일들을 하고 있는지는 많이 드러나지 않았다.

현대 글로비스의 예를 보자. 글로비스는 현대차·기아차·모비스·현대제철 등 그룹 물량 대부분을 독점하고 있다. 1년간 운송부분 매출이 5조원이 넘는다. 그리고 영업이익은 4천600억원에 달한다. 물론 이렇게 매출과 이익이 크지만 소유한 화물차는 글로비스가 운행하는 화물차의 5% 미만이다.

지입차주 화물노동자가 글로비스의 물량을 받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첫째, 화물연대 조합원은 안 된다. 이전에 화물연대 조합원 경력이 있어도 안 된다. 글로비스는 겉으로는 지입차주와 운송계약을 맺는 형태를 취하지만 실제는 삼성의 무노조 경영 뺨치는 노무관리를 하고 있다. 심지어 화물노동자들이 서로 돕기 위해 만드는 상조회도 불허한다.

둘째, 글로비스 물량을 받기 위해서는 글로비스가 정해 주는 현대 화물차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심지어 일부 사업소에서는 화물차만이 아니라 부속장비도 모두 글로비스가 정해 주는 것만 써야 한다. 글로비스 출신의 임원들이 각종 부속장비 회사를 차려 놓고 고가로 장비를 화물노동자들에게 판매하기도 한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화물노동자가 자신의 비용을 들여 화물차를 글로비스가 정해 주는 디자인으로 도장까지 해야 한다. 디자인이 바뀔 때마다 화물노동자가 자기 돈으로 도장을 새로 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많은 화물노동자들이 글로비스와 계약하기 위해 큰 비용을 치른다. 그나마 안정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화물노동자들의 상당수는 고정된 물량 없이 알선업체가 주선해 주는 이곳저곳의 물량을 받아 하루하루를 불안정하게 운행하고 있다. 보통 두 군데의 알선업체를 거치고, 많은 경우 네 군데 이상을 거친다. 알선수수료가 운임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화물노동자가 받는 운임은 중간에 끼는 알선단체가 많을수록 적어진다. 최악의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 그나마 조금 수입이 안정적인 곳을 찾아 화물노동자들이 떠돌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 역시 행태는 비슷하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 로지텍이란 물류기업을 만들어 그룹 물류 전체를 처리하고 있다. LG전자는 LG하이비지니스를, 롯데는 롯데 로지스틱스를 가지고 같은 비슷한 형태로 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경제에서 절대적 지위를 누리는 재벌 대기업들은 자신들의 물량을 무기로 화물운송시장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모두 지입제와 다단계 하청구조를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물론 이들은 화물연대 탄압에도 가장 적극적이다.

화물노동자들의 생존권과 한국 화물운송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현대 글로비스를 비롯한 재벌 대기업 물류회사들에 대한 규제와 이들 이익의 사회적 환원이 필요하다. 재벌 개혁의 구체적인 형태 중 하나는 이번 화물연대 파업을 계기로 이들 재벌 대기업 물류 계열사들을 통제할 방안을 찾는 것이어야 한다. 재벌 대기업으로 인한 산업적 폐해가 가장 극단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바로 화물운송시장이다.

현재 화물연대는 현대 글로비스를 비롯해 재벌 물류 계열사에 직접 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은 화물연대를 인정할 수 없다며 철저히 화물연대를 배제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한 지점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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