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은회 기자

49.2%에 불과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여성의 고용경력 단절을 보여 주는 ‘M자 곡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출산율…. 우리나라 여성 노동자들의 고용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남성 노동자는 장시간 노동관행 속에서 점점 가족으로부터 멀어지고, 맞벌이를 해야 가정생활 유지가 가능한 상황에서 여성은 일과 양육을 모두 해내야 하는 ‘슈퍼우먼’이 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노총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현대컨벤션센터에서 ‘일과 생활 균형제도 활용 실태와 실효성 제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양육수당을 아동수당으로 전환하고, 사각지대가 큰 사회보험을 통한 휴가급여는 현재 수준에서 억제하되 보편적 아동수당으로 기존 휴가급여의 기능을 수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육정책, '취업지위' 기준으로 차별화해야"

장 연구위원은 “현재 정부는 저소득층이 영유아를 보육시설에 보내지 않는 것을 전제로 양육수당을 제공하고, 반면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저소득층에게는 보육료를 지원한다”며 “이처럼 소득계층을 기준으로 한 돌봄 사회화 방식은 여성의 유급노동 참여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양육수당은 모든 아동에게 제공되는 아동수당으로 전환하고, 아동의 보육시설 이용시간은 부모의 소득계층이 아닌 취업지위에 따라 차등적으로 제공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회보험에 기초한 육가 관련 휴가급여의 수혜대상에 저임금 노동자나 비정규직이 누락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사회보험이 저임금계층이라는 거대한 사각지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회보험에 기초한 육아 휴가급여 역시 저임금·비정규 노동자를 소외시키고 있다”며 “아동 양육에 들어가는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책임진다는 의미에서 보편적 아동수당을 도입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저임금·비정규 노동자를 배제하고 있는 일-가정 양립 제도의 보편화를 위해 노동조합의 역할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두 번째 발제자로 참여한 윤정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노총 남성 조합원 153명과 여성 조합원 636명에게 ‘경력 단절 예방과 일-생활 균형을 위한 보완 과제’를 조사한 결과 산전후휴가 및 육아휴직 후 동일 일자리 복귀 보장(54.2%)·육아휴직급여 인상(46.9%)·육아휴직 및 육아기 단축근로시간 확대(42.0%) 순으로 나타났다”며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정부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여성 노동자의 고용을 지속적으로 보장하고, 양질의 돌봄이 되도록 재정을 지원하면서 제반 사회체계를 공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윤 연구위원은 “현재의 일-가정 양립 제도가 저임금·비정규 노동자에게도 보편적으로 적용되려면 노동 문제에 대한 사회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노동시장의 체질개선을 위한 전 사회적 캠페인 차원에서 노조의 역할과 위치가 막중하다”고 덧붙였다.

"저임금·비정규직에게도 보육정책 적용하려면"


사업주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빠지지 않았다. 토론자로 나온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은 “지난해 모성관련법을 위반한 사업주를 처벌한 건수는 4건에 불과하다”며 “직장 내 성평등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홍보·교육·인텐티브를 강화하고, 모성관련법을 어긴 사업주에 대해서는 강력한 사법처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정애 민주통합당 의원은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대해 돌봄 서비스에 대한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 의원은 “현재 아동수 대비 11% 수준인 국·공립 보육시설을 대폭 확대해 2017년까지 30%, 2022년까지 50%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돌봄 서비스는 시장화·민영화가 능사는 아니며 국가와 비영리단체의 분업으로 사회화할 필요가 있다”며 “돌봄 서비스 종사자의 임금·노동조건 개선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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