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석(사진 가운데) 언론노조 KBS본부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이사추천위원회 구성을 제안하고 있다. 조현미 기자

KBS와 MBC가 공정방송 회복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들 방송사의 사장 임명권을 갖고 있는 이사회가 8월에 새로 구성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MBC 사장을 임명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 방송문화진흥원 이사회는 8월7일, KBS 이사회는 같은달 31일 임기가 종료된다.

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는 26일 시민·사회단체에 KBS 이사추천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KBS본부, 이사추천위 제안=KBS본부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본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시점에서 올바른 이사 선임 방식을 만드는 것이 공정방송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과제"라며 "KBS의 독립을 위한 이사추천위원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현행 방송법상 11명의 KBS 이사는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현재 KBS 이사회는 정부·여당쪽 7명, 야당쪽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사회 구성이 여야 배분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시청자보다는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관철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KBS본부는 이사추천위 구성을 통한 이사 선임 방식 개혁을 요구했다. 언론뿐만 아니라 시민·사회, 학계·노동계·법조 등 각 분야 사람들로 이사추천위를 구성한 뒤 이사 후보자를 공모해 심사·선정한 후 방통위에 추천하겠다는 것이다. 김현석 본부장은 "여야 정파 간 나눠 먹기로 이사가 꾸려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이사추천위와 사장추천위의 모범사례를 보여 주겠다는 것이 저희들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인사추천위를 통해 이사 후보를 여야에 추천하고 여야가 추천범위 내에서 선택해 줄 것을 요청하겠다"며 "이전 방식대로 자기사람 심기를 되풀이할 경우 거기에 상응한 행동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상돈 전 위원 "김재철 사장 여론 나빠"=이날로 파업 149일째에 접어든 MBC의 경우 8월7일 새 임기를 시작하는 차기 방문진 이사진의 역할에 따라 파업사태가 새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상돈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중앙대 교수)은 지난 25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MBC 파업이 오래 진행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던 현재 방문진과 달리 새로운 방문진 이사진은 지금과 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은 "정부·여당·야당이 후임 방문진 이사 3명을 각각 지명하는 구조하에서 향후 새누리당이 추천할 이사 3명은 청와대 의중과 다른 독자적 길을 가게 될 것"이라며 "방문진 이사진이 바뀌게 되면 관례에 따라 경영평가를 하는데 그 결과에 따라 사장이 중도하차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방문진이 구성되면 김재철 사장이 중도하차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이어 "관건은 새누리당이 지명하게 될 방문진 이사 3명이 김재철 사장을 어떻게 보느냐 여부"라며 "김재철 사장이 현재 이런저런 불법의혹마저 받고 있고 무엇보다 김 사장에 대한 여론이 굉장히 나쁘다"고 지적했다. 최근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MBC 파업이 징계사태까지 간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 전 위원은 친박계 핵심 인사로 꼽힌다.

한편 노조 연합뉴스지부는 전면파업 103일째인 이달 25일 잠정합의안을 추인하고 26일 업무에 복귀했다. 23일부터 25일까지 이어진 투표에는 조합원 470명이 참여해 329명(70%)이 잠정합의안에 찬성했다. 노사는 지난 21일 △보도 공정성 제고 △합리적 인사 △뉴스통신 경쟁력 강화 △근로여건 개선 △사내 민주화 제고 △가칭 편집총국장 제도 도입 등에 합의했다.

지부는 성명을 내고 "투쟁의 성과와 아쉬움을 남긴 채 업무현장으로 돌아가지만 파업 때 못지않은 열정으로 연합뉴스 바로 세우기를 위한 싸움을 잠시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박정찬 사장과 사측이 합의사항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다면 다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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