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불법파견이 문제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이 문제로 투쟁이다. 올해 특별교섭 요구안으로 지부는 사측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제출해서 교섭 중이다. 19대 국회가 개원하자 새누리당은 제1호 법안으로 ‘사내하도급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사내하도급법안)을 제출했다. 민주노총과 비정규직노동단체들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등 법원이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사업장에 ‘적법 사내하도급’이라는 면죄부를 주게 될 것이라며 비판하며 입법 저지를 위해 나서고 있다.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상 파견이 허용되지 않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 등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사업주는 이제 개정파견법이 시행되는 8월 2일이면 2년 넘게 근로하지 않은 파견근로자라도 곧 바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는 한시하청 근로자에 대해서 계약직으로의 직접 고용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지회를 중심으로 반발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민주통합당의 은수미 의원, 통합진보당의 심상정의원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조사했다. 지금 불법파견으로 현대자동차를 중심으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다. 이 나라는 불법파견이 문제다.

2. 불법파견이 문제라면 그건 법이 금지한 파견근로가 문제라는 것이다. 파견근로를 규제하는 법은 파견법이다. 그러니 이 법을 위반한 파견근로가 문제인 것이다. 법원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의 사내하청 근로자 최병승 사건에서 대법원 확정판결로 파견법을 위반한 불법파견이라고 선언했다. 노조는 사측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해서 교섭 중이고, 새누리당이 제출한 사내하도급법안은 불법파견을 사내하도급으로 합법화시키려는 것 아니냐고 반발하는 것이다. 파견이 허용되지 않는 사업장에선 이제 8월 이후에는 바로 불법파견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불법파견이 아니라면 그것은 지금 문제가 아니다. 파견법에 따른 적법한 파견근로에 관해서는 그 근로자를 고용해서 파견하는 파견사업주도, 그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사업주도 이 문제에 신경을 쓸 이유가 없다. 그저 불법파견근로의 사용자, 현대자동차 등 불난집을 쳐다보고 불구경이나 하면 된다. 그렇다면 지금 이 나라는 파견노동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파견근로가 적법하다면 파견법이 허용한 대로 파견하고 사용하면 그만이다. 그것은 사용자의 자유다. 자유롭게 파견근로계약을 체결해서 노동자를 고용하고 근로자파견계약을 통해서 파견해도 이건 문제가 아니다. 민주통합당은 기껏해야 대법원판결 취지를 반영한 파견법 개정안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을 명확히 해 불법파견을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다고 불법파견의 법적 규제가 강화되는 것은 아니다. 기껏해야 손쉽게 파견과 도급을 법적으로 가릴 수 있을 뿐이다. 이건 지금까지 수시로 사용자들은 주장해왔다. 현대자동차도 근로자지위소송, 노동위 부당해고구제 심판사건에서 수도 없이 주장해온 것이다. 파견과 도급을 구분하기 쉽지 않고 그러한 상황에서 진정한 도급계약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왔다고 주장했다. 만약 지금 불법파견이 문제라고, 그 문제가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라고 본다면, 그래서 그 구별기준을 명확히 하는 입법을 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파견법의 정비로 이 나라에서 파견노동의 문제를 바라 본 것에 지나지 않다. 그러나 그런 법이 입법된다고 해서 지금까지는 도급이라고 판단됐던 것이 파견이라고 판단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 파견이고 어떤 경우는 도급이라고 명확히 구별할 수 있게 될 것이니 현대자동차 사내하청근로가 파견이라면 지금 보다는 쉽게 파견이라고 파악될 것이다. 그러면 지금처럼 소송과 구제신청으로 파견이냐 도급이냐를 다투지 않게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이 나라에서 사용자는, 특히 현대자동차처럼 대기업은 처음부터 그런 불법파견 노동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불법파견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사용자들은 직접 고용이든 아니면 진정한 도급계약에 의한 방식이든 손쉽게 택하게 될 것이다. 더 이상 지금처럼 실질적으로 파견인 사내하청 근로가 아닌, 실질적으로 도급인 사내하청 근로로 도주해 버리고 말 것이다. 물론 민주통합당의 파견법 개정안 중 도급과 파견의 구별기준에서 사내하청 근로는 모두 도급이 아닌 파견인 것이라고 구별해 놓는다면 이 도주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민주통합당의 파견법 개정안에서는 그것을 찾을 수가 없다. 오히려 적법한 사내하도급에 대해서는 사용자와 유사한 사용자책임을 부과하겠다고 언급하고 있는 것을 보면 도급과 파견에 관한 법원의 판례기준을 파견법에 담아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행 파견법을 노사 중립적으로 정비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사용자의 원활한 사내하도급 사용을 위한 편의 제공으로 될 수 있다. 민주통합당이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법안의 제정에 반대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새누리당과 다를 것이 없는 파견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현대자동차에서 불법파견이 문제인 것은 자본의 관점에서는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이 명확하지 않아서일 수 있다. 하지만 노동의 관점에서는 근로자의 근로를 제 사업을 위해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자가 진짜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 문제다. 자본은 그 구별기준을 명확히 해달라고 국회의원에게 주문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노동은 노동을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자가 진짜 사용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문해야 한다. 이러한 노동의 주문은 파견근로의 사용이 적법이든 불법이든 그 파견근로를 사용하는 자가 진짜 사용자라고 노동자가 법적 주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현행 파견법은 이것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기껏해야 2년 넘게 사용했어야 직접 고용의무가 사용사업주에게 인정될 뿐이다. 그런데 현대자동차에서는 지금 불법파견이라서 노조가 투쟁한다. 법에 따라 직접 고용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이 현대자동차 사내하청근로가 불법파견이라고 선고한 이후에도 여전히 불법파견이 문제라고 할 뿐이다. 이 나라 노동운동은 이 현대자동차에서 더 나아가지도 못하고 있다.

3. 그런데 파견노동이 문제여야 하는가. 지금 이 나라는 온통 불법파견이 문제라고 시끄러우니 노동자 아무개는 내게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파견노동이 문제여야 한다. 이 나라에서 모든 국민은 기본권으로 근로의 권리가 헌법에서 보장돼 있다.(헌법 제32조 제1항) 여기서 근로의 권리를 갖는 대한민국의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는 자다.(헌법 제10조 전문) 그리고 아무리 국가라도 그가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보장할 의무를 지며(동조 후문), 법률로써 제한하더라도 그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헌법 제37조제2항)

그러니 노동자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는 노예여서는 안 된다. 노예를 대한민국 헌법으로 읽어본다면 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빼앗긴 자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스스로 행복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로서의 인간이어야 한다. 따라서 만약 노동자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빼앗겼다면 그는 대한민국에선 노예라고 불러야 한다. 노예제도는 대한민국 헌법이 인정하고 있지 않으니, 파견노동이 노동자를 노예로 만드는 것이라면 그것은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파견노동은 노예노동일까.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면 파견노동을 허용하는 파견법은 위헌 무효니 파견법 개정이니 철폐니 할 필요도 없다. 노예처럼 물건으로 매매된다는 점에서 파견노동은 노예라고 과격하게 주장할 수도 있겠다. 파견근로관계에서는 파견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파견사업주에 고용된 근로자는 그의 명령에 따라 사용사업주에게 근로를 제공해야 한다.(파견법 제2조 제1호 등 참조)

이 세상에서 ‘근로’ 자체는 노예가 주인에게 제공하던 노동과 다름이 없다. 주인의 지휘명령에 복종해서 그를 위해 일해야 한다는 점에서 근로자의 근로는 노예의 노동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그러니 인간은 노예에서 멀리 달려오지 않은 것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계약을 체결하고서 복종하느냐, 아니면 신분으로 주인의 것이니 복종하느냐 하는 것만 다르다고 해야 한다. 그러면 뭔가. 신분, 그리고 매매. 이것으로 노예는 노동자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파견노동은 여기서 신분이 아닌, 노동자와 사용자의 자유로운 근로계약으로 체결돼서 태어났다. 하지만 노예와 마찬가지로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의 계약에 의해서 근로계약상 근로는 사용사업주의 것으로 그에게 복종해야 한다.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 사이 노동자에 관한 계약을 법률은 근로자의 매매계약·임대차계약이 아닌 근로자파견계약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고 해서 파견노동이 과연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근로조건에서의 근로이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보장된 국민으로서의 근로라고 볼 수 있겠는가. 기본권 행사의 주체가 아니라 사용자들의 기본권 행사의 객체로, 즉 거래의 주체가 아니라 거래의 객체로 전락한 근로자의 근로는 의심받아야 마땅하다. 결국 이 세상에서 노동운동은 그 의심을 살려내고 증폭시켜야 파견노동을 철폐할 수 있다. 그리고 객체가 아닌 주체인 노동자로 하여금 복종의 ‘근로’를 넘어서 노동을 세상의 주인으로 세워낼 수 있을 것이다. 하긴 어디 파견노동뿐이겠는가. 노동자의 근로가 노예의 노동과 얼마나 다르다고.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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