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정기훈 기자

통합진보당의 운명을 좌우할 당직선거가 시작됐다. 온라인투표는 25일 오전 9시부터 28일 오후 6시까지, 현장투표는 전국의 투표소에서 29일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30일은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에 한정해 모바일 투표가 이뤄진다. 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진보정당의 선거보다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단 대선을 관리하는 지도부라서가 아니다.

통합진보당에게는 이번 선거가 지난달 12일 중앙위원회 폭력사태로 대변되는 당내 갈등이 해소될지, 증폭될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야권연대의 지속 여부도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매일노동뉴스>가 두 명의 당대표 후보를 만나 통합진보당 사태의 원인 분석과 해법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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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기호 1번 강기갑(59·사진) 후보의 키워드는 ‘혁신’이다. 강 후보는 “당이 끝없이 추락하고 땅속에 묻힐 정도가 됐다”며 “빨리 땅속에서 끄집어내 숨이라도 쉬게 해야 한다”고 표현했다.

강 후보는 당내 분란이 가장 극대화됐던 시기에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지난달 15일이다. 한쪽에서는 비난을 쏟고, 다른 쪽에서는 칭찬을 듣는 기묘한 상황이 계속됐다. 중앙위원회 결정대로 경쟁명부비례대표 후보들의 사퇴를 권하고 이를 거부하는 일부 비례대표 후보를 당기위에 제소한 것도 그였다.

강 후보는 지난 21일 후보자 합동연설에서 “기존 당의 정파질서가 용납하는 방향으로 당을 끌고 갈 것인가, 아니면 민심이 원하는 방향으로 당을 이끌 것인가 사이에 중간은 없었다”며 “길은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혁신할 것인가 두 갈래뿐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한 달여 동안 당의 ‘구원투수’였던 그가 대선을 이끌 ‘선발투수’가 되겠다고 나섰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20일 오후 국회에서 그를 만났다.

“땅속에 묻힌 당 숨 쉬게 해야”

- 왜 당대표가 되려 하나. 왜 강기갑이어야만 하나.

“당이 끝없이 추락하고 땅속에 묻힐 정도가 됐다. 빨리 땅 속에서 끄집어내 숨이라도 쉬게 해야 한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중앙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안을 제대로 이행하고, 그동안 큰 폐해로 나타나고 있는 정파적 패권주의를 잘 정화시켜 내고, 또 새로나고 거듭나는 혁신을 해 나갈 지도부를 세우는 것이 사명이고 역할이다. 당대표 선거에 새롭게 출발할 수 있는 후보군들이 나와야 하는데 불행하게도 이번 선거구도는 그렇지 못하다. 오히려 사태 수습 과정에서 추태를 보이고도 한 점의 반성이나 성찰이 없고, 혁신을 거부하고 봉합하려는 후보군이 나타났다. 과거 2008년 이전으로 돌아갈 듯한 후보군의 출현은 혁신비대위 활동을 무색하게 하고 이후 ‘진보시즌2’와 같이 재창당과 대통합구조를 만드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 사실 주변에서 권유를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혁신을 중단 없이 지속하고, 재창당 같은 대통합을 이뤄 내는 데 최적의 후보냐 하는 고민이었다. 민주노총이 중집회의에서 조건부 지지철회를 결정했다. 민주노총을 방문해 김영훈 위원장을 만났을 때 가슴 아팠던 말이 ‘이 당을 용도폐기할지 고쳐 쓸 수 있을지 고민한다’는 것이었다. 위기 상황이다. 과연 차기 지도부가 낡은 정파연대로 가면 진보진영마저도 싸늘하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걱정에서 출마했다.〃

- 두 후보가 사태의 원인을 진단하는 것부터 다르다. 1차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나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다시 진상재조사를 하고 있다. 그렇지만 1차 진상보고서에 나와 있는 내용 중에 사실이라고 확인한 사항이 몇 가지 있다. 그중에는 관행적으로 했던 부분이 있었다. 공당으로서, 그것도 진보정당으로서 더 엄격하게 자기반성하고 성찰해야 한다. 최소한의 조치가 4명의 공동대표와 경쟁명부 후보의 사퇴였다. 2차 진상조사 결과 발표와 상관없이 1차에서 확인된 사안만 가지고도 책임 있는 진보정당이라면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였다. 사태를 수습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진보정당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추태와 패악이 일어났다. 배꼽이 배보다 커져 버렸다. 물리력으로 18시간 동안 전국운영위원회 회의를 지연시켰다. 다른 회의장소를 지정해 회의를 하려고 하자 두 번이나 물리력으로 막았다. 운영위에서 정상적인 토론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중앙위 폭력사태가 일어났다. 진보정당의 순결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여기에 대해 실제 반성하거나 성찰하거나 책임지는 자세나 태도를 지금까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사태 수습 과정에서 나타난 행동이 국민들을 더 실망시켰고 분노하게 했고, 경악하게 했다고 본다.”

"침몰 막으려 인당수로 뛰어드는데…"

- 일각에서는 미흡한 진상조사보고서를 토대로 너무 과도한 결정을 한 것 아니냐고 주장한다.

“안타깝고 황당한 주장이다. 물론 후보들의 부정이나 과오가 확인되지 않은 개별 후보들에게는 가혹한 요구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공당이지 않나. 통합진보당호가 암초에 부딪혀 배 밑에 구멍이 뚫렸고, 물이 차올라 오는데 이걸 막을 수 있는 사람은 4명의 당대표와 관련 후보들뿐이었다. 인당수에 뛰어드는 심정으로, 배 구멍을 막아 보자는 마음으로 최고 의결기구가 결정한 사안이다. 그런데 끝까지 내가 왜 제물이 돼야 하느냐고 버틴 것이다. 중앙위 결정사항은 권고사항으로 표기됐지만 비례대표 경쟁명부 후보들은 그만한 책임이 있고, 직접적인 책임은 없을지라도 분명 관련 당사자들이다.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만 수습할 수 있기에 당에서 그런 요구를 한 것이다. 진보의 가치라는 것이 더 큰 공동의 선과 국민들의 행복을 위하고, 다수의 희생을 소수의 희생으로 끌어안는 정신이다. 당이 만신창이가 되도록 저항하고 맞서는 것이 맞는지, 본인들도 양심적으로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강기갑 위원장도 사태를 악화시킨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는 극으로 달리지 않았다. 자진사퇴를 그렇게 간곡하게 호소하고 부탁했다. 그래도 듣지 않았다. 6월30일까지 새로운 지도부를 세워야 한다. 그때까지 혁신비대위는 모든 사태를 마무리 지어야 했다. 새 지도부를 통해 새로운 희망에 대한 기대를 국민들에게 심어 줘야 했다. 그런데 징계절차가 늦춰졌다. 당기위로 넘어갔지만 미루고, 호소하는 바람에 30일 다 돼서야 2심 결론이 겨우 나올 것이다. 서둘렀다면 더 빨리 처리했을 것이다. 혁신비대위는 지난 한 달 동안 1년 같은 세월을 보냈다. 새롭게 나려고 노력했던 모든 것들이 지금 나와 있는 후보군들의 주장에 의하면 전부 원점으로 돌아간다. 오히려 낡은 정파의 더 큰 연대를 통해 우리 당의 역사가 2008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절박감과 위기감을 갖고 있다.”

“새로나기특위 보고서는 도수 높아 마실 수 없는 술”

- 새로나기특위에서 발표한 혁신보고서가 혁신비대위의 공식 안인가.

“그렇게 보기 힘들다. 새로나기특위는 외부인사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원래 계획은 새로나기특위가 당 외부의 목소리와 수위를 정리해서 주면 혁신비대위 위원들이 검토를 하는 것이었다. 중간보고서 보고를 받았는데, 내용이 불투명하고 두루뭉술한 내용이 너무 많았다. 혁신비대위는 거론된 의제를 낮은 수준부터 높은 수준까지 최종보고서를 자신 있게 마련해 보라고 주문했다. 쟁점사항은 미결로 남겨 놓고 차기 지도부가 토론을 통해 새롭게 확정을 하거나 처리하게 할 생각이었다. 그 와중에 부산·울산·경남연합에서 강병기 후보를 내고, 경기동부연합 쪽에서 지지한다는 얘기가 돌면서 강기갑에게 대표로 출마하라는 압력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15일부터 당무를 볼 수가 없었다. 혁신비대위원장이 나가면 논란이 있을 수 있고, 선거국면으로 들어가면 선거와 연계돼 여러 말이 나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혁신비대위에서 논란 끝에 보고받는 정도로 처리하고 결론을 못 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알콜 도수가 너무 높아 그냥 마시기에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숙성시킬 것은 숙성시키고, 마실 수 있는 술로 만들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차기 지도부로 넘겼다.”

- 새로나기특위의 안이 진성당원제의 근간을 흔든다는 지적이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진보정당의 진성당원제는 소중하다. 그 중심으로 가는 것이 맞다. 진보정당은 진정성이나 서민들을 위하는 행보나 노력에 대해 국민들에게 많은 인정을 받았다. 이번 총선에서도 13명까지 국민들이 허락해 준 것이다. 사태가 터지기 전만 해도 국민들은 우리에게 힘을 키워라, 힘 있는 진보정당이 돼라고 요구했다. 이번 사태로 다 까먹어 버렸지만. 대중 속에 파고드는 진보정당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힘을 더 가져야, 대중적 지지를 더 많이 받아야, 당이 커질 수 있는 것 아닌가. 더 많은 진성당원을 확보하고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면 진성당원제를 고집하고 집착해서는 안 된다. 대중적 진성당원제를 위해서는 진성당원제의 중요한 가치나 중심을 잃지 않는 선에서 대중들의 주장과 의견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보통사람은 진보정당 활동을 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인식의 벽을 깰 수 있다. 진보의 대중화를 위해 조금씩 문을 열 필요는 있다고 본다.”

“노동할당으로는 부족, 노동이 중심되는 정당 돼야”

- 노동중심성 회복을 말했는데. 구현할 방안이 있나.

“대표에 당선되면 곧바로 노동·농민·농어민·도시빈민 대표자를 모셔다가 혁신재창당위원회를 만들 계획이다. 통합진보당이 민중중심성을 잘 세우고 정책으로 끌어안아 현실정치 속에서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올해 연말까지 당을 혁신하고 재창당할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전에는 진보대통합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 보면 ‘중’자도 안 됐다. 3주체만 통합했다. 당대표가 되면 제2의 대통합을 추진하겠다. 노동할당 정도가 아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제대로 통합하면 10만명의 민주노총 조합원과 노동자들이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에 가입시키는 운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이게 통합의 묘안이다. 노동이 중심이 되는 정당으로 가야 한다. 아직도 정파적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걸 해결할 길은 정파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물길이 더 크게 들어와서 그 물길이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새로운 정당건설, 대통합의 길을 만들어 가야 한다.”

- 차기 지도부는 대선을 관리해야 한다. 야권연대는 여전히 유효한가.


“대선에서 야권연대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난장판이 됐던 저 당이 이제 뭔가 할 것 같다, 이걸 보여 줘야 한다. 그래서 혁신 중심으로 처절한 반성과 성찰이 전제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본 거다. 민주통합당도 빨리 사태를 수습해야 손을 잡는다고 한다. 그런데 상대 후보군으로는 대선에서 대응을 할 수 없다. 과연 누가 여기에 눈을 돌리고, 손을 잡고 대선 정권교체에 나설 수 있겠는가.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진정한 단결과 통합이 가능하다. 야권연대 협상의 핵심은 가치연대다. 지도부를 잘 선출하고, 혁신을 잘 마무리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이 허락하고 지지한다면 대선 후보를 내고 싶다. 당연히 내야 한다. 단일화해서 승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연대 단일화의 문제점은 인물과 자리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다. 대선은 가치연대를 중심으로 해야 한다. 그래야 진보적 정책이 2012년 이후 현실화할 수 있다. 야권연대의 출발은 정책공약수립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다. 정책 중심으로 제대로 된 비전과 국가운영원리를 도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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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갑 후보 약력

통합진보당 혁신비대위원장
통합진보당 원내대표
민주노동당 대표 최고위원
17~18대 국회의원
가톨릭농민회 감사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가톨릭농민회 경상남도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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