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정기훈 기자

통합진보당의 운명을 좌우할 당직선거가 시작됐다. 온라인투표는 25일 오전 9시부터 28일 오후 6시까지, 현장투표는 전국의 투표소에서 29일 오후 8시까지 진행된다. 30일은 당대표와 최고위원 선거에 한정해 모바일 투표가 이뤄진다. 이번 선거는 역대 어느 진보정당의 선거보다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비단 대선을 관리하는 지도부라서가 아니다.

통합진보당에게는 이번 선거가 지난달 12일 중앙위원회 폭력사태로 대변되는 당내 갈등이 해소될지, 증폭될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야권연대의 지속 여부도 달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매일노동뉴스>가 두 명의 당대표 후보를 만나 통합진보당 사태의 원인 분석과 해법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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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기호 2번 강병기(52·사진) 후보는 자신을 ‘중립지대’라고 표현한다. 강 후보는 "지금의 당은 당권파와 비당권파로 나뉘어 한쪽에서는 굴복시키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그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는 ‘통합’이다.

강 후보는 “혁신은 당의 기본적인 단결이 완전히 깨지지 않는 선 위에서 할 수 있다”며 “당의 화합 없이 혁신할 수 없고, 혁신을 피하면서 화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혁신을 위해서는 스스로 뼈를 깎겠다는 마음이 생겨야 하는데 반대편에서 나를 죽이려 한다고 의심하는 상황에서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없다”고 단언했다. 당대표로 선출될 경우 가장 먼저 할 일로 꼽은 것도 “분란 기간 동안 상처받은 당원들의 마음을 추스르는 일”이었다. 당이 수습하고 혁신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면 야권연대도 쉽게 복원될 것으로 예상했다. 강 후보는 특히 “당 사태와 관련해 상처 입은 당의 보배들을 정치적으로 복권시키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의 한 커피숍에서 진행됐다.

“나는 중립지대, 양 극단 격돌하면 분열 더 깊어져”

- 왜 당대표가 되려 하나. 왜 강병기여야 하나.

“두 달여 동안 당이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그것을 지켜보면서 우리 당이 제대로 존속할 수 있을까 하는 위기감을 다들 가지고 있다. 불행하게도 양 극단이 팽팽하게 대립하면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당직선거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양쪽 세력이 당대표를 놓고 다시 격돌하면 당의 분열은 더욱 깊어지고, 어느 한쪽이 승자가 돼도 수습하기 어렵다. 양쪽에서 대립하는 당사자가 아니라 중립지대에서 당이 직면해 있는 극심한 대립이나 분열을 일정하게 수습해야 한다. 그래서 출마했다. 신 당권파니, 구 당권파니 하는데 그렇지 않다. 비교적 중립적이고 자유로운 지역이 부산·울산·경남지역(부울경)이다. 내가 속한 곳이다.”

- 강기갑 후보는 강병기 후보가 낡은 정파구도 위에 서 있다고 비판한다. 경기동부연합과 울산엽합이 힘을 합쳐 복권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것인데.

“강기갑 위원장이 평소 모습과 달라졌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내가 경기 광명(경기 동부) 동지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내가 출마하면 결국 경기 광명 하고 손잡고 소위 말하는 구 당권파를 구원하기 위한 것 아니냐, 또 다른 패권 아니냐, 그래서 낡은 정파 위에 서 있는 것 아니냐는 말씀을 하신다. 그분하고 30년 지기라 말씀을 안 드렸는데, 그분을 받드는 세력은 정파가 아닌지 한번 묻고 싶다. (자민통이) 세 그룹으로 나뉜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이다. ‘자기는 정파가 아니고 나머지만 정파다, 그것도 낡은 정파다’라고 규정짓는 근거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그분들은 자기들 편에 서지 않으면 구 당권파로 모조리 몰아붙인다. (구 당권파보다) 훨씬 더 정파적인 시각에 잡혀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들 편에 서지 않으면 구 당권파인가”

- 통합진보당 사태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중앙위원회의 결정사항을 보자. 경쟁명부 비례대표 사퇴 부분도 있고, 당직선거를 잘 관리하라는 의미도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1차 진상조사가 본인들도 일정하게 인정했듯이 완벽한 게 아니다. 한쪽에서는 강력하게 왜곡됐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중앙위는 특위를 구성해서 2차 진상조사를 하라고 했다. 그런데 혁신비대위는 2차 진상조사특위 구성을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면서 곧바로 당기위에 제소했다. 그래서 대결의 한 당사자가 됐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 1차 진상조사 결과 발표가 성급했다고 보는 것인가.

“본인들도 인정했다. 처음 1차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워딩이 달랐다. 나중에 특위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총체적 부실, 일부 부정이었다. 그걸 발표하면서 총체적 부실·부정으로 바뀌었다. 부정사례가 하나하나 반박을 당했는데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진상조사위가 당과 의논 없이 발표하는 바람에 언론에 대서특필됐고, 당이 수습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때문에 중앙위에서 진상조사특위를 통해 제대로 된 조사를 하라고 한 것 아닌가.”

- 이석기 의원을 비롯해 비례대표 후보 4명을 사퇴시키겠다는 입장이 바뀐 것인가. 처음에는 사퇴를 설득하겠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 7월 이내에 하겠다고 했는데.

“그 부분이 곤혹스럽다. 사퇴 후보에 대한 입장이 뭔지, 모순이 있는 것은 아닌지 등의 질문을 계속 받는다. 원래는 애초 이 사건이 터지고 시끄럽게 비대위가 만들어질 정도까지 오면서 어찌 됐든 정치적 해결을 위해 자진사퇴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냈다. 그런데 국면이 바뀌었다. 그분들이 완강하게 거부해 버렸고, 혁신비대위는 징계위원회로 날려 버렸다. 그 사이에 중요하게 본 진상조사특위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자진사퇴는 정치적 해결을 의미하는 것이다.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 달라는 것이다. 본인이 억울하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강제로 제명하는 것은 진보정당의 본모습이 아니다. 그래서 반대했다. 그분들은 2차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당당히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진상조사 결과가 조만간 발표된다. 그때 엄격하게 처리하겠다. 국면이 바뀐 것이다. 앞뒤가 혼재되니까 사퇴를 하란 말이냐 안 하라는 말이냐, 입장이 바뀐 것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이석기·김재연 의원 사퇴와 혁신은 다른 문제”

- 민주통합당은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를 야권연대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애초 선거 부실·부정 문제를 가지고 출발해서 지금은 종북문제까지 터져 나왔다. 당이 문제가 많은 집단으로 비춰져 버렸다. 또 하나 이상한 것은 국민들이 부실·부정 문제를 포함해 당이 새롭게 변화하는 출발점을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냐 아니냐로 인식하게 됐다는 점이다. 이석기 의원의 사퇴를 반대하면 구 당권파이고, 찬성하면 혁신하고자 하는 세력인 것처럼 규정하는 것은 과도하다. 냉정하게 볼 시점이 됐다. 민주통합당조차 그 프레임에 갇혀 야권연대를 하는 기준처럼 삼는다. 민주통합당이 군소정당인가. 새누리당을 포함한 비이성적인 신메카시즘에 맞서겠다면서도 정작 그 문제만큼은 크게 보지 못한다. 2차 진상조사 결과가 나오면 거기에 기초해서 어떤 식으로든 해결을 할 것이다. 혁신은 피할 수 없다. 그렇게 하면 야권연대는 복원될 것이다.”

- 혁신과 통합은 모순된 가치 아닌가.


“강기갑 위원장과 가장 생각이 달랐던 부분이다. 완벽하게 대립된 인식을 하고 있다. 강 위원장은 우리 당을 함께 운영했던 분들을 잘라내지 않고서는 혁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은 제대로 된 혁신이 되기도 어려울뿐더러 당을 깨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종기가 하나 생겼다고 팔을 잘라야 하나. 혁신은 당의 기본적인 단결이 완전히 깨지지 않는 선 위에서 해야 한다. 쪼개져 나가는 것은 혁신이 아니다. 결국 당의 화합 없이 혁신할 수 없고, 혁신을 피하면서 화합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 새로나기특위의 혁신보고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 당 정강정책과 관련해 의견을 내놓은 것인데, 매우 심각한 내용을 담고 있다. 심각하게 걱정하는 것은 진보정당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특성, 보수정당과 다른 근본적인 특성 중 하나인 진성당원제를 흔든다는 것이다. 비례대표와 관련해 전략공천을 하는 안이 그렇다. 또 하나 비이성적인 종북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거기에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다. 영국과 외교관계를 할 때 21세기에 국왕제도가 맞는지 검증하자고 하나. 안 한다. 왜 통합진보당이 앞장서서 그렇게 해야 하는가. 자칫 남북 간 대결국면에 이용당할 수 있다. 주한미군 철수만 보더라도, 특위에서 그렇게 발표하면 국민들은 통합진보당이 주한미군 즉각 철수를 주장하는 집단이라고 오해한다. 새로나기특위는 대체 무엇을 한 것인가.”

“새로나기특위는 대체 무엇을 한 것인가”

- 진성당원제 말씀을 하셨는데. 패권주의가 진성당원제를 매개로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진성당원제는 두 가지 측면이 다 있다. 우선 합리적 토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진성당원제하에서 정파가 연합해 독식한다든지 하는 폐해가 있었다. 그런 우려는 정당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다른 쪽에서 보면 당원들의 동의나 다수 당원들의 합의를 얻어 내기 어려운 조건에서 국민참여라는 이름하에 역선택이 있을 수 있다. 유명인사들이 개인적인 욕망으로 당원들의 의사와 반대되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 당원들이 지켜 온 진성당원제를 일방적으로 매도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은 또 다른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 당대표로 선출된다면 무엇을 할 생각인가.

“세 가지를 할 것이다. 우선 당원들의 마음을 추슬러야 한다. 당원들이 마음의 상처를 엄청나게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당을 바꿔야 한다. 거듭나게 만들 것이다. 당원들의 지혜를 모아 이번 기회에 거듭나고 혁신할 생각이다. 연말 대선에서 역할을 못한다면 당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 지금까지는 야권연대를 통해 정권교체를 하자고 했는데, 이번에 당 사태를 보면서 야권연대에 대한 회의론도 일고 있다. 당이 내부를 수습하고 변화해 나간다면 야권연대가 복원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어쨌든 새누리당이 다시 집권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통합진보당이 그것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한다. 대선이 끝나고 나면 곧바로 우리 당을 실질적으로 이끌 정상적인 새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 3주체가 통합하면서 이미 그 시기를 특별한 과도기로 설정했다. 이번에 뽑는 지도부는 당원들의 마음을 모아 선출되는 것이지만 기간이나 성격으로 봤을 때는 과도기적 지도부로 볼 수 있다.”

- 노동할당 부활을 공약했는데. 그것만으로 노동중심성을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몇 가지 준비한 게 있다. 비례대표 순번에서 확정적으로 앞 순번에 배치하는 문제, 노동자 동지들이 당직에 조직적으로 파견될 수 있도록 하는 문제, 비정규직의 직접참여가 가능한 특위설치 문제를 공약으로는 준비했다. 물론 미진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사무총장을 노동자가 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의견을 수렴해서 좋은 의견이 있으면 반영할 것이다. 3주체가 통합하면서 노동중심성이 약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일면 타당하다. 설득하겠다. 참여계가 들어오면서 우려가 많았는데, 긍정적으로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통합하면서 나왔던 워딩이 '전태일과 노무현의 만남'이었다. 확장의 측면에서 보면 참여계 분들도 노동중심성에 동의한다고 본다. 집권을 향해 나아갈 때 속도가 맞았느냐는 논쟁이 될 수 있지만 결국 길게 보면 노동중심성을 확장돼 나가는 것이다.”

강병기 후보 약력

경상남도 제2청사 진주건립범도민운동본부 상임대표
경상남도 민주도정협의회 공동의장
경상남도 정무부지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
가톨릭농민회 경남연합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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