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은 국내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과 임금채권보장법을 통해 체불된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 고용노동부에 진정하거나 법원에 소송을 하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회사가 부도나면 체당금을 신청하면 된다.

하지만 이주노동자의 국내 체류기간은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법)상 3년밖에 되지 않는다. 퇴직한 이주노동자는 대부분 출국을 앞두고 있다. 행정절차로 체불된 임금·퇴직금을 받기는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만들어진 제도가 출국만기보험(퇴직보험)과 임금체불보증보험(체불보험)이다.

노동부는 24일 “외국인근로자 보호를 위해 각종 보험제도를 뒀고, 임금이나 퇴직금 지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도만 놓고 보면 이주노동자는 퇴직보험·임금채권보장법 등에 따른 진정이나 소송, 체불보험으로 이어지는 삼중의 보호를 받고 있다.

진정이나 소송은 이주노동자 현실상 쉽게 선택하기 어렵다. 이주노동자 사이에 “체불임금 소송하다 불법체류자 된다”는 말이 떠돈다.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를 보완하는 퇴직보험은 해당 노동자가 청구해야 지급의무가 생긴다. 민간보험사들은 이를 이용해 최근 8년간 2만7천819건(215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중 37억원은 청구시효(3년)가 지났다는 이유로 보험사로 귀속했다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이태희 노동부 인력수급정책관은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외국인근로자의 상당수가 불법체류자라서 소재 파악이 쉽지 않아 보험금 지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정책관은 "불법체류 신분이라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며 "청구시효가 지났더라도 지급신청이 들어오면 반드시 지급하겠다”고 덧붙였다.

체불 퇴직금과 관련해 이주노동자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언덕은 지급한도가 200만원에 불과한 체불보험이다. 하지만 지난달부터는 체불보험에서 지급받는 길마저 막혀 버렸다. 노동부가 "판례와 학설에 따라 퇴직금을 임금으로 볼 것인지 견해가 다르고, 출국만기보험과 임금체불보증보험 제도의 취지가 달라 체불퇴직금을 임금체불보증보험에서 지급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노동부의 의견은 법리나 판례와 전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윤지영 변호사(민변 이주노동팀장)는 "대법원(2007년)과 헌법재판소(1998년)는 퇴직금에 대해 노동자의 임금을 일부 축적했다가 나중에 지급하는 후불적 임금으로 규정했다"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퇴직연금과 같은 사전수단을 규정하고 이와 별도인 임금채권보장법이 지급되지 않은 임금(퇴직금)에 대비하는 사후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두 보험 역시 사전·사후 수단의 상호보완 개념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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