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외노협) 협력 상담소인 엑소더스 관계자는 지난달 서울보증보험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올해 5월부터 임금체불보증보험(체불보험) 보험금에서 체불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으니 앞으로는 신청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사업체 사정으로 퇴직금을 받지 못한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A씨를 대신해 보험금 지급을 신청한 터였다. 외노협 관계자는 "올해 4월까지도 체불보험에서 체불퇴직금을 받았는데, 갑자기 신청하지 말라니 당황스러울 따름"이라며 "이주노동자들이 어디에서 퇴직금을 받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주노동자들이 퇴직금을 받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24일 고용노동부와 이주노동자단체에 따르면 노동부는 서울보증보험이 지난 4월 질의한 체불보험 보장범위에 대해 "퇴직금은 제외하는 게 타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서울보증보험은 노동부의 질의회시를 근거로 5월부터 체불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노동부는 이주노동자 보호와 임금·퇴직금 체불 예방을 위해 사업주가 출국만기보험(퇴직보험)과 임금체불보증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했다. 그런데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퇴직보험을 관리하는 민간보험사들이 2004년부터 8년간 2만7천819건에서 215억원의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노동자가 청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홍희덕 전 민주노동당 의원이 2010년 공개한 자료에서는 사업주가 보험료를 연체한 사례가 2008년부터 3년간 2만1천360건(237억원)에 달했다. 보험료를 연체하면 그만큼의 퇴직금을 받지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서울보증보험마저 노동부의 답변내용을 근거로 체불퇴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권오현 외노협 사무처장은 "퇴직금은 이주노동자들이 땀 흘려 일한 보수이며 반드시 받아야 할 임금"이라며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보살펴야 할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의 마지막 보루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퇴직금은 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노동부 질의회시는 법리 논란에 휩싸여 있다. 윤지영 변호사(민변 이주노동팀장)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모두 퇴직금을 임금으로 판결했다”며 “노동부의 답변은 법리상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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