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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통합진보당 의원] "진보정당, 심상정의 뿌리인 노동에서부터 다시 세우겠다"
정기훈 기자

“새누리당이 무노동 무임금을 결의했다고 하는데 지난달 30일 임기를 시작하고 20일 동안 토론회만 18건, 상담만 25건을 진행했습니다. 이거 반납된 세비 좀 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웃음)”

심상정(53·사진) 의원이 다시 돌아왔다. 17대 국회에서 ‘여야 의원이 뽑은 최고 국회의원’으로 뽑힐 정도로 심 의원의 의정수행 능력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19대 국회 상임위로 택했다. 이미 활동은 시작됐다. 최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개정안을 내고, 21일에는 민주통합당 의원들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해 사내하도급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심 의원은 “이미 제출된 비정규직 법안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2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19대 국회 노동권 강화의 전환점, 환노위는 운명”

- 19대 국회 상임위원회를 환경노동위로 택했는데. 이유가 있나.

“19대 국회는 노동권이 획기적으로 강화되는 전환점이 돼야 한다. 어느 상임위를 가든 역할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마침 환노위를 희망하는 의원이 없어 운명적으로 내 일이라고 생각했다. 새누리당·민주통합당이 모두 비정규직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선정하고 노동의제를 선점하려고 하고 있다. 그만큼 시대적 전환기로 보고 있다. 핵심은 바로 노동이다. 이래저래 법안 1호를 선점하려고 하는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을 수도 있다.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도록 하는 책임을 지겠다. 진보정당도 위기에 처해 있는데 정체성의 위기, 주체의 위기 측면에서 보면 노동의 위기하고 맞물려 있다고 본다. 진보정당의 뿌리이자, 심상정의 뿌리인 노동에서부터 다시 세워 가야 한다는 복합적인 이유에서 환노위를 택했다.”

- 최근 제출한 비정규직법 개정안은 과거에 주장했던 내용에서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부분적인 쟁점은 있지만 제도적인 차원에서 범노동·진보계에서는 이미 입장정리가 돼 있다. 문제는 현실화시킬 수 있는 힘의 문제다. 법을 제도화기 위해 3가지에 주력하려 한다. 일단 노동권의 획기적인 변화가 있으려면 분단과 독재하에 유배됐던 노동, 또는 노동자라고 하는 단어의 시민권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의 가치에 대한 국민들의 큰 인식전환이 전제될 때 국회 내에서 노동권의 전환도 이뤄질 수 있다. 노동과 노동자의 시민권을 회복하는 정치활동에 주력할 생각이다. 87년 이후 우리사회가 민주화됐지만 노동은 민주주의와 충분히 만나지 못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투표도 못하고, 노조도 못 만들고, 교섭도 안 된다. 파업이나 집회·시위도 안 된다. 아직까지 노동은 민주주의의 사각지대에 있다. 또 한국은 세계 13위권의 경제대국이다. 보수정치권과 기득권 세력은 말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하고 있다. 노동권도 경제규모에 걸맞은 국제적인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 ILO 협약 87호처럼 노사정이 함께 참여한 기준들을 준수함으로써 노동후진국의 오명을 벗어나야 한다. 이러면 여러 단결권에 관련돼 제기되는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마지막으로 통합진보당이 지금 내홍을 앓고 있는데 제대로 혁신해서 야권공조를 회복하고, 야권연대 파트너로서의 신뢰를 회복해 내고, 무엇보다 노동관련 정책과 제도개선에 공조하는 활동을 할 생각이다.”

-노동중심성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나. 당의 노동위원회를 강화하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을까.

“그동안 당이 했던 노조지원 역할로는 위기를 근본적으로 반전시키기 어렵다. 정당으로서 보편적인 노동자들의 문제에 대해 정책과 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질 때 노동의 대표성이 확립된다고 본다. 단지 민주노총이 세운 정당이라든지, 민주노총 조합원 당원이 많다는 것만 가지고 노동대표성을 자임할 수는 없다. 800만 비정규 노동자를 비롯해 고통 받고 있는 저임금 노동자들, 미래가 암울한 청년세대들에게 뭔가 희망을 열어 갈 수 있는 비전과 힘을 갖출 때 대표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단순하게 노동자들하고 사업을 강화하는 정도의 보완으로는 지금의 노동대표성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정당은 정치의 힘으로 노동대표성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동안 민주노총에 의지해 진보정당을 유지·발전시켜 왔다면 이제는 진보정당이 자신의 비전과 정책, 정책 영향력을 가지고 운동의 희망을 만들어야 한다.”

“파견법 찢어진 그물, 다시 엮어 봐야 소용 없어”

- 사내하도급과 관련한 현대차의 태도가 가관이다. 이렇게 막나가게 된 배경이 뭐라고 생각하나.

“지난해 미국 UCLA 노동센터에 가서 강연을 했다. 강연주제가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였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우리의 다양하고 복잡한 비정규직 고용형태를 너무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우리나라는 비정규직 고용의 백화점이다. 파견·용역·도급 같은 변종의 고용형태를 직접고용으로 돌리는 것이 이번 국회의 핵심 과제다. 사용자들이 파견법을 피해 가는 노하우를 다 알고 있다. 그런 마당에 찢어진 그물을 다시 엮어 봐야 소용없다. 파견과 도급의 경계선에 있는 용역·호출근로·도급을 파견법으로 규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경계지역에 있는 사각지대 고용형태, 즉 간접고용을 규제하는 모법은 직업안정법이다. 직업안정법 개정과 파견법 폐지를 검토해서 제출할 예정이다. 17대 국회 때였는데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비자금 조성으로 3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2013년까지 8천4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이분의 주식자산을 보니까 지난 15일 기준으로 6조7천800만원이다. 현대차 사측의 계산에 따르면 사내하도급 노동자 8천299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돈은 2천600억원이다. 정규직화하는 데 드는 돈이 본인 재산의 4%밖에 안 된다. 결국 8월2일 개정 파견법 시행에 따라 하도급 노동자 2천여명을 정규직화해야 하는 타이밍에 꼼수를 쓰려고 한다. 이런 자신감은 결국 새누리당으로부터 나왔다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이 사내하도급법을 낸 것은 편법을 뒷받침하기 위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사내하도급법대로라면 정몽구 회장이 하는 사내하도급을 불법파견 혐의에서 해방시키기 때문이다.”

- 노동계는 노조법 개정을 우선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가.

“제도개선 중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역시 단결권이다. 당사자들이 노동자로서의 기본권을 누리도록 배려하는 것이 첫 번째 순서가 돼야 한다. 이른바 특수고용 노동자를 비롯해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분, 중소·영세소기업 노동자들, 많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헌법상의 권리조차 보장돼 있지 않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다. 스스로 자기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시민권을 부여해야 한다. 노조법 개정안을 다 마련해서 25일 의총을 거쳐 발의할 것이다.”

“비정규직 문제 대선의제 부각은 우리 사회 진일보 증거”

- 대선에서 부각될 만한 노동의제가 뭐가 있나. 일자리 문제가 되지 않을까.

“비정규직 문제가 아니겠는가. 역대 대선주자들이 청년실업 문제, 일자리 창출을 중심적인 슬로건으로 했다. 이번에 비정규직 문제가 전면에 부각된 것은 진일보한 것이다. 그동안 청년일자리 창출이라는 슬로건으로 역대 정부가 한 일은 비정규직 인턴 숫자를 늘리는 것이었다. 참여정부 때도 보면 국민연금공단의 상담사를 월 60만원에 1년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청년실업 대책으로 내놓았다. 이명박 정부 때는 인턴사업을 확대하는 안을 추진했다. 과연 월 60만원, 1년 계약직 일자리가 청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일자리인가. 비정규직 문제가 중심의제가 됐다는 것은 고용이 양에서 질의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디지만 문제의 본질에 다가서고 있다. 양극화 심화와 벼랑 끝으로 내몰린 노동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 수동적으로 받아안은 것이다. 노동권을, 일할 권리를 확립하는 것이 국가의 임무라는 인식전환이 아니라 시대의 뜨는 의제이기 때문에 수용한 것이라 회의가 드는 부분도 있다. 노조가 이런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투지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용두사미가 돼 버리고 말 것이다.”

- 통합진보당 사태로 정책의제 자체가 먹히지 않고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진보정당의 역할이 지대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비정규직 문제가 각 당의 1호 법안이 된 것도, 복지와 진보가 대세가 된 것은 진보정당의 역할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금 여야를 막론하고 주요하게 다루는 민생현안들은 17대 국회 때 당시 민주노동당이 제출했던 것이다. 특히 경제현안들, 예를 들어 신용불량자 문제랄지, 반값등록금이랄지, 재벌개혁과 관련한 금산분리법 등 경제관련 이슈는 거의 100% 17대 때 내가 제출했던 안들이다. 의제를 기성정당이 가져가 성향이 비슷하니 진보정당의 정체성이 뭐냐 이렇게 묻는 분도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는 대세가 된 의제를 진정성을 갖고 책임 있게 현실화하려 하느냐의 싸움이다. 신뢰와 책임의 문제다. 또 심화된, 한발 더 나아간 의제를 진보정당이 새로운 비전과 의제로 제기할 과제가 있다. 진보정당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와 있지만 국민들은 한국에서 진보정당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낡은 유산을 고집하는 세력은 안 된다는 게 국민들의 인식이다. 제대로 혁신하고 민생을 주도하는 정당으로서 책임 있게 나서면 오히려 통합진보당이 명실상부한 대중적인 진보정당, 대안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 그 믿음을 노동형제들이 함께하고 힘을 실을 때 노동권 강화를 위한 정치가 가능할 것이다.”

“통합 외치는 속내, NL 총단결 아니냐”

- 통합진보당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전제가 있다면.

“4년 전인 2008년 초반 언론을 뒤져 보면 지금하고 똑같은 보도가 많았다. 나선형 계단을 올라 한 계단 위에서 2008년을 내려다보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때 혁신에 성공했더라면 지금 진보정당은 노동형제들에게 희망으로 우뚝 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혁신해야 할 때 하지 않으면 더 큰 짐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이번에 겪은 것이다. 갑자기 우연히 생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당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당과의 관계 속에서 주체적으로 창의적인 당원으로서의 활동이 이뤄지고 책임 있고 대중적인 리더십을 만나고, 이렇게 당내 민주주주의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폐쇄된 정파회원으로 당을 만나는 구조가 계속됐기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골목에서 정치할 때는 큰소리가 나야 국민들이 무슨 일인지 들여다보지만 의석수가 적더라도 3당이 된 이상 우리는 메인스타디움에 나온 것이다. 관중석이 바로 그라운드에 붙어 있다. 이런 정치환경 변화 속에서 폐쇄된 정파 운영구조는 더 이상 유지가 어려운 한계에 온 것이다. 당내에서 범자민통이나 범NL(민족민주 계열) 결집론, 이런 식으로 NL 대 PD(민중민주계열) 구도로 몰고 가는 분이 있는데 진실이 아니다. 수구보수세력이 종북으로 마녀사냥에 나서니까 그것에 의지해서 이 구도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당을 혁신하고 노동자의 벗으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

- 이번 당대표 선거구도가 ‘혁신’ 대 ‘통합’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통합이라는 게 결국 NL 총단결 아니겠나. 이런 구도는 대중적인 진보정당으로 발전시키는 길이 아니다. 통합정신을 훼손해서 사태를 정치적으로 조율하지 못해 생긴 문제라는 문제의식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돌출된 측면이 있으나 정치적으로 잘 합의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통합정신의 핵심은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대중적 진보정당으로 발돋움하는 혁신과제를 정파테이블에서 적당히 미봉하거나 혁신에 반하는 합의를 하는 것은 오히려 통합진보당의 미래를 암울하게 하는 것이다. 통합은 혁신의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혁신을 거부하는 몸짓으로의 통합은 과거로 가는 것이다. 대중적 진보정당으로의 길을 봉쇄하는 것이고, 동시에 노동자들의 희망으로서의 진보정당의 길을 거꾸로 돌리는 것이다.”

- 혁신을 밀어붙이듯 하면 혁신할 주체가 없어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어떻게 보나.

“진정한 지도자는 개인을 희생해서라도 조직을 살리고, 조직을 희생하더라도 당을 살리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한두 분 때문에 당이 이렇게 풍전등화의 위기까지 왔고, 많은 신뢰를 받고 활동해야 할 공직자들이 소환위기에 처했다. 그럼에도 오직 자신의 정당성만을 고집하는 상황을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부정·부실에 대한 책임을 떠나서도 그렇다. 그 자체가 공인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게 대다수의 시각이다. 정치가는 책임을 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한계희  gh1216@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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