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7.16 화 08:00
상단여백
HOME 기획연재 현장탐방
"최저임금 받고, 최고 가격 부담하며, 최장 시간 일하는 택시노동자"정치권 여야 대표 모두 "택시 살리기" 약속
▲ 전국택시노조연맹·민주택시노조·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단체 소속 택시노동자 6만여명이 20일 오후 서울 시청 앞 광장에 모여 “LPG 가격 고공행진과 정부의 외면으로 죽어 가는 택시를 살려내라”고 촉구했다. 김은성 기자

"하루에 사납금 11만원 내고 LPG 값 7만~8만원 제외하고 밥·커피값 빼면 5만원도 채 안 남아요. 한 달 동안 버는 돈이 고작 120만원 안팎입니다. 평균 12시간 정도를 일하는데, 사납금이 채워지지 않는 날에는 월급에서 떼이기 때문에 15시간을 일할 때도 많아요. 살려고 시작한 일인데 이젠 막장 직업이 돼 버렸습니다."

7년차 택시노동자 박정훈(50·가명)씨가 목청을 높였다. 박씨는 "노조 조합원은 아니지만 제 아무리 발버둥을 처도 적자가 개선되지 않아 악이 받쳐 처음으로 집회에 참석했다"며 "택시기사는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것 같다"고 토로했다.

20일 오후 뙤약볕 아래 땀으로 온몸이 흥건히 젖은 40대에서 60대 택시노동자 6만여명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였다. 택시업계 노사(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노조연맹·민주택시노조)는 이날 처음으로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택시산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공통의 위기감 때문이다.

◇유가 48% 치솟는 동안 임금은 깍여=택시업계에 따르면 유가는 최고치를 갱신하고 대리운전 등 택시를 대체할 교통수단도 다양해지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앞다퉈 발표한 택시 공약은 공수표가 됐고, 하락하는 택시 요금에 노동자들의 노동시간은 한없이 늘어나고 있다. 택시업계 노사가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이유다.

택시업계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LPG 가격 안정화와 택시의 대중교통 법제화를 꼽았다. LPG 가격은 최근 10년 새 210% 급증했다. 특히 이명박 정권 동안에만 43%가 치솟았다. 연료비는 택시 운송원가의 30%를 차지한다. 반면 택시요금은 3년째 동결돼 물가인상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깎인 상태다. LPG 공급사는 택시업계가 연료 선택권이 없다는 사정을 악용해 담합과 폭리를 취하고 있다. 최근에는 최대 과징금인 6천689원울 물기도 했다.

택시업계는 "정부가 독과점을 악용한 LPG 공급사들의 과도한 이익추구를 제재하고 불합리한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가격 급등시 정부가 일정한 가격상승분을 보조해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고가격제를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택시의 대중교통 법제화를 요구했다. 택시의 경우 버스와 대등하게 45%의 수송분담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도 택시는 대중교통에서 제외돼 있어 정책적·재정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 버스는 대중교통으로 법제화돼 연간 6천억원가량 정부 지원을 받는다. 이석현 민주통합당 의원은 택시를 대중교통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지난해 발의했으나, 정부와 새누리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통령 후보 시절 ‘택시의 대중교통 법제화’를 공약했지만 결국 백지수표가 돼 버렸다.

◇정치권 여야 "택시 살리기" 한목소리=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은 "정부의 보조를 받는 버스와 지하철 요금은 최근 5년간 꾸준히 요금이 오르고 있는데 유독 택시만 고통을 강요받고 있다"며 "택시업계의 정당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계속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대회에는 여야 원내대표 등 정치인 30여명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택시업계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논의 중에 있다"며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고 연료를 다변화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통해 택시 종사자들이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 일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LPG 소비세 면제·심야시간 버스 전용차로 진입 허용·대중교통 인정 등이 포함된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19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 시키겠다"고 다짐했다.

김은성  kes04@labortoday.co.kr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은성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