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필 전 서울지하철노조
구속수배징계원상회복투쟁위원회 의장

이달 1일자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달 서울도시철도공사 해고자에 이어 서울메트로 해고자들이 복직한 것이다. 대부분 99년 서울지하철노조 4·19 파업과 2004년 궤도노조 공동파업으로 해고된 노동자들이다. 그들은 8년에서 13년의 세월을 견뎠고, 결국 현장으로 돌아왔다.

<매일노동뉴스>가 19일 오전 서울메트로 숙대입구역 역무실에서 나상필(51·사진) 전 서울지하철노조 구속수배징계원상회복투쟁위원회(지해투) 의장을 만났다. 나 전 의장은 2004년 궤도 공동파업 당시 노조 교선실장으로 일하다 해고됐다. 그는 해고 당시 근무했던 숙대입구역 역무실에서 말끔한 서울메트로 제복을 입고 역무업무를 하고 있었다.

- 이번에 몇 명이나 복직했나.

“당초 해고자 16명 전원을 복직시키기로 했는데, 최종적으로 13명이 현장에 복귀했다. 현재 암 투병 중인 조합원과 얼마 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합원이 제외됐다. 석치순 전 노조위원장은 서울도시철도공사 기술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 복직한 해고자 중에는 이름이 알려진 이들이 많다.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대림 승무사무소 근무)·허섭 전 노조위원장(창동 차량사무소)·서형석 옛 공공연맹 사무처장(상계 승무사무소) 등이 현장에 복귀했다.

“워낙 오랜만이어서 그런지 모든 게 낯설다. 특히 시스템이 수동에서 자동으로 다 바뀌어서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회사에서도 한 달을 적응 및 직무보수기간으로 설정했다. 다른 복귀자들도 모두 각자 업무에서 적응하느라 열심이다.”

- 해고기간 동안 힘들었을 텐데.

“아무래도 가족들이 힘들어했다. 동료들도 연민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지난 10여년을 버틴 것은 조합원들이 물적·심적으로 지원해 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만큼 해고자들은 복직을 앞두고 “조합원을 위해 몸 바쳐 일하자”고 각오했다고 한다.

“복직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 기뻤다. 가족들도 좋아하더라. 박원순 서울시장이 해고자 복직 약속을 지켜 줘 고맙다. 집행부의 노력도 컸고 끊임없이 동료애를 보여 준 조합원들 덕분이다. 때문에 누구보다 성실하고 모범적으로 실천하자고 결의했다.”

나 전 의장은 그러나 "아직 해고자 2명이 남아 있어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검찰은 이달 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복직 대상이던 노동해방실천연대(해방연대) 대표 최아무개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그는 “박원순 시장은 그간 국보법 폐지를 주장해 왔던 사람”이라며 “최종 판결 전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이 존중돼야 하는데, 서울메트로가 기소를 이유로 최씨의 복직을 유예시킨 것이 박 시장의 의중인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 석치순 전 노조위원장이 서울도시철도공사 기술본부장에 임용됐다. 어떻게 생각하나.

“해고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으나 결국 보내 드리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석 전 위원장은 현장경험이 풍부하다. 이를 바탕으로 시민을 위한 편리한 시스템 개선 등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노조 활동가 출신이 공기업 CEO가 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은가.”

- 지해투 의장 역할을 마친 소감은.

“지해투 의장을 4년간 맡았다. 모두가 깔끔하게 복직하지 못하고 지해투가 해산돼 아쉬움이 남는다.”

- 이번에 복직한 해고자들은 노조 내 민주파로 분류된다. 앞으로의 계획은.

“현장에 복귀해 보니 노조의 존재감과 주체성이 상실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사권을 가진 회사가 부당한 대우를 하고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지시를 하는데도 노조가 반대하지 못한다. 현장에서 작은 투쟁을 실천하면서 회사의 부당한 지시에 제동을 걸고 조합원의 자긍심을 회복시키는 노력을 할 것이다. 또 내년 1월 노조 임원선거에서 민주파 활동가들이 집행부로 선택될 수 있도록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고 외연을 확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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