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노무사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법률원)

근로기준법은 연장·야간 및 휴일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50%를 추가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통상임금이란 노동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所定)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금액을 말한다.

통상임금의 범위를 넓게 보면 볼수록 근로자는 유리해지는 반면에 사용자는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리나라 대부분 사업장의 복잡한 임금체계를 감안하면 통상임금의 범위에 관한 노사 간 다툼은 당연한 귀결이다.

통상임금 범위에 관한 노사 간의 다툼을 보면 고용노동부의 행정편의적 일처리도 한몫하고 있다. 그동안 대법원은 지속적으로 관련 판례를 통해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해 왔다. 이를 ‘통상임금의 확대화 경향’이라고 칭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런데 노동부는 대법원의 태도와 상당부분 배치되는 내부지침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같은 사건에 대해 노동부와 법원의 결론이 정반대인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통상임금에 관한 이런 다툼은 순전히 법적 테두리 내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함이다. 적어도 법치주의가 성숙하지 못한 국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법권에 대한 행정부의 몽니이거나, 노동법 교과서에 소개될 만한 학설의 대립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과서의 내용이 현실로 나오는 순간 지극히 현실적인 폭력에 직면하게 된다. 경제적 약자에게 법은 멀고 주먹이 가까운 것은 상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식에 맞선 어느 청소 노동자들의 사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광주시 자치구의 청소노동자들은 2008년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초 대법원은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노동자들이 법에 호소해 당당히 승리한 것이다.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정당하게 산정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출된 법정수당을 지급한 사용자와 자치구청. 그들은 쓰디쓴 패소 판결을 뒤로 하고 주먹을 움켜쥐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했어야 했다. 법보다 주먹이 강하다. 그들은 소송을 제기한 자와 제기하지 않은 자를 차별하기 시작했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자에게는 소송포기 각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그 대가로 1년 정년연장과 매월 5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소송을 제기한 자에게는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토요일 연장근로를 배제했다.

승소 판결의 기쁨도 잠시, 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일부 청소노동자들은 법에 호소하려 했던 자신의 어리석음을 한탄해야 했다. 연장근로의 배제는 임금하락으로 이어지고 결국 평균임금에 영향을 미쳐 십수 년 노동의 대가인 퇴직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제 상황이 바뀌어 소송포기 각서를 제출한 노동자들의 눈빛은 부러움에서 안도로 바뀌었다. 내가 뭐라 했던가.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하지 않았던가. 십수 년 삶의 지혜란 바로 이러한 이치를 깨닫고 처신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자치구청·사용자 그리고 동료 노동자들에게 그들은 배신자고, 돈에 눈이 먼 속물들이다. 사필귀정(事必歸正). 이 넉자가 당당히 살아 있음을 보여 준 비운의 주인공들이다.

이것이 법치주의국가에서 벌어진 일이다. 감히 법에 호소하려고 한 어느 청소노동자들의 결말인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이요, 핵안보 정상회의 개최국이며 UN 사무총장을 배출했노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던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상식에 벗어나 법에 호소하려고 한 청소노동자들은 법보다 주먹이 먼저인 상식을 바꾸기 위해 민주노조의 문을 두드렸다. 온전한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주먹을 움켜쥐고 있다. 법보다 주먹이 먼저인 이 사회의 몰상식을 깨뜨리고자 이 악물고 버티고 있다. 드라마틱한 반전을 위해 오늘, 이들의 주먹은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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