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기자

통상임금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진앙지는 법원이다. 법원은 최근 들어 통상임금의 개념을 폭넓게 해석하는 판례를 쏟아내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14일 통상임금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김건우(44·사진) 우리로공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올해 3월 대법원 제1부가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금아리무진 사건)을 내놓으면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95년 무노동무임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법원은 상여금 명칭을 쓰더라도 실질적인 성격이 임금인지, 아닌지를 중심으로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판단했다"며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판결은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경기 군포시 환경미화원 임금소송에서 통상임금 산정 범위에 상여금을 인정한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인정되면서 통상임금 소송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우리로공동법률사무소는 지난해 한 해 동안 대법원에서 12건의 통상임금 관련 판결을 이끌어 냈다.

김 변호사는 환경미화원 통상임금 집단소송의 발원지가 된 울산 남구청 사건을 맡은 이후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서 획기적인 판결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의 중첩지급에 대한 판결도 김 변호사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 11월 서울고법은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낸 임금소송에서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시간외근로가 휴일에 이뤄졌다면 휴일수당과 시간외근로수당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사실상 휴일근로가 주 1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한 연장근로에 포함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대법원에서 이를 인정할 경우 그동안 연장근로와 휴일근로가 별개라고 주장해 온 고용노동부의 입장은 설 곳을 잃게 된다. 김 변호사는 "성남시가 환경미화원들에게 토요일과 일요일 4시간씩 일을 시키고 일급(8시간분)을 지급해 보상 차원에서 통상임금 산정시 일급으로 인정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법원에서 받아들이지지 않았다"며 "그래서 휴일에 일했으니 연장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을 모두 달라고 다시 요구했더니 법원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임금체계가 왜 이렇게 복잡한 구조로 돼 있는지 이해가 안 갔는데, 노동자들의 얘기를 듣고 무릎을 쳤다"고 말했다.

"얼마 전 소송을 같이 하면서 만난 한국지엠 노동자들이 '임금은 노조가 쟁취한 역사'라는 말을 하더라고요. 배춧값이 오를 땐 김장수당이 붙고, 기름값이 오르면 유류수당이 붙고…. 오른 물가만큼 임금을 높이기 위해 노사가 타협한 역사적 산물이었던 겁니다. 통상임금 판례도 지금 그렇게 한 발짝씩 내딛고 있는 것 같아요. 장시간 저임금 임금체계를 끝내는 분기점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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