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훈 의원실

“청년실업이나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 내 좌파가 된다는 마음으로 치열하고 개혁적으로 일하겠습니다.”

지난 4월3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선자대회에서 이종훈(52·사진) 새누리당 의원이 했던 말이다. 이 의원은 지난 2007년 옛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 정책자문을 했고, 2010년에는 박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교육·노동 분야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때문에 그는 박근혜 전 위원장의 정책브레인으로 알려져 있다. 정책브레인의 ‘새누리당 좌파’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박 전 위원장이 유력한 대선후보이기도 하지만 이 의원의 말이 실제 새누리당의 정책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문제와 경제 민주화 이슈가 그것이다.

최근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이 의원은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좌우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사내하도급 다음에는 특수고용직이 이슈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최저임금 노동자와 쌍용차 해고노동자를 만나고 싶다”는 말에서도 그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야당과 관심사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기자의 질문에 "현장이 똑같은데 어떻게 다를 수 있겠느냐"고 답했다. 인터뷰는 지난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노동 얘기하면 좌파인가”

- 국회 상임위원회로 환경노동위를 선청했다. 이유가 궁금하다.

“지역구 주민들에게 내가 환노위를 안 하면 일신의 영달을 위해 국회의원을 하는 것이라고 말씀드린다. 많이 알기도 하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총선 전에 선거운동 전략을 짤 때 명함 뒷면에 경제전문가, 일자리 전문가를 썼는데 주위에서 일자리 전문가는 빼자고 권했다. 분당구에는 안 맞는다는 이유였다. 경제전문가로만 하는 게 낫겠다는 것이다. 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분당 사람들은 노동자가 아니냐고 했다. 하고 싶은 정치는 일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노동을 공부했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교수를 하다가 정치에 뛰어든 이유도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게 진심이고, 그러면 진심을 털어놓고 평가를 받아야지, 화장하기는 싫다고 설득했다. 주위 우려와 정반대로 반응이 좋았다.”

- 노동을 강조하면 대개 색안경을 쓰고 보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그러지 않았을까.

“지역구 정서에 안 맞는다고 하는데, 세상에 노동을 얘기하면 좌파라는 논리가 어디 있나. 일하는 사람이 행복해야 할 것 아닌가. 어떤 사안에서는 좌파적 접근을, 어떤 사안에서는 우파적 접근을 택할 수 있다. 나는 이념에 치우친 사람이 아니다. 목표는 하나다. 그걸 위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열정을 정책에 반영하겠다. 여태 새누리당은 노동전문가를 한국노총 몫으로 받은 적은 있지만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 적은 없었다. 그게 현실이다. 내가 처음이고 그만큼 당내에서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

“양극화 때문에 공동체 흔들려”

- 당선자대회에서 ‘새누리당 내 좌파가 되겠다’는 인사를 했는데, 그런 의미였나.

“전부터 경제는 진보 쪽으로 가고, 안보는 보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보·보수로 분류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참다운 보수는 공동체를 지키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흔들리고 있다. 사회 양극화 때문에 내부에서 무너지려고 한다.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는 양극화를 치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좌파적 접근을 피해서는 안 된다. 보수주의자라고 해도 경제적으로는 진보를 택해야 한다. 서구에서 보수주의자들이 복지제도를 도입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물론 국방력 강화를 비롯한 안보를 지켜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새누리당이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경제 민주화라는 말은 추상적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현재 시점에서 경제 민주화를 얘기해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양극화다. 양극화 문제라고 하면 경제구조 양극화와 소득 양극화가 있다. 둘이 연결돼 있다. 연결고리는 일자리다. 양극화 해결 없이는 일자리도 없다. 우리나라 일자리 구조의 변동을 보면 경제가 좋아질 때는 일자리가 안 늘어났다가 경제가 나빠질 때는 확 준다. 성장이 한쪽에 치우치기 때문이다. 수출대기업에 성장이 집중되는데, 그쪽에서는 사람을 잘 안 뽑는다. 그런데 경제가 나빠지면 그 영향이 내수나 중소기업에 집중된다. 이쪽은 고용탄력성이 큰 곳이다. 사람이 확 준다. 더 심각한 것은 줄어드는 일자리가 저임금계층 일자리라는 것이다.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 저소득층 일자리다. 그러면 양극화는 더 심해진다. 경제구조 양극화가 소득 양극화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경제구조 양극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소득 양극화를 해결하지 못한다.

두 번째는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의 불균형이 심해지는 문제다. 경제권력이 정치권력의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나면 걷잡을 수 없다. 국가운영이 힘들어진다. 두 가지가 현실로 나타난다. 양극화가 나타나고, 대자본의 횡포가 이뤄진다. 사람들은 대자본의 지나친 수익경영을 간과하고 있다. 주주자본주의에 충실하면서 경제 민주화를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나는 찬성하지 않는다. IMF 직후 한국의 기업들이 엄청난 수익경영으로 돌아섰다. 실제 기업 내부에서 재무팀의 목소리가 인사노무팀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노조에 대해 좋게 말하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쁘게 말하면 적대적으로 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거기에 더해 사람을 최소한으로 뽑고 비정규직으로 가능한 쓰려고 하는 경향이 생겼다. 그걸 고쳐지 않는 한 양극화를 해결될 수 없다.”

“비정규직 쓰려면 떳떳해야”

- 새누리당이 발의한 사내하도급법에 들어간 몇몇 조항을 이 의원이 넣었다고 들었다.

“2007년부터 앞으로 비정규직 이슈는 사내하도급에 집중해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정규직법이 2009년부터 적용되면 기업들은 아무런 규제가 없는 사내하도급으로 도망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던 박근혜 후보한테 얘기했다. 당시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와 토론을 할 때 사내하도급 문제를 언급하고, 경선에서 지고 나서 그해 9월 정기국회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다시 사내하도급을 언급한 데에는 그런 배경이 있었다. 사내하도급법이 뜬금없이 나온 게 아니다. 사내하도급법이 불법파견을 양산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는데, 불법파견을 하면 파견법에 의해 당연히 벌을 받는다. 불법파견은 당연히 없어져야 하는 것이다. 적법한 도급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그냥 놔 둘 것인지에 대한 대응이다. 사내하도급 문제가 심각해지니까 지난해 김성식 의원이 발의한 것이다. 당시 의총에서도 말이 많았다고 들었다. 여러 차례 당정협의를 하면서 내용이 ‘톤다운’된 것을 사내하도급법 초안이라고 가져와서 이 정도로는 보호가 안 된다고 주장해서 내용을 바꿨다.”

- 제안한 내용이 당정협의를 비롯해 논의 과정에서 논란이 됐는데.

“가장 큰 논란 중 하나가 수급업체 변경시 고용승계였다. 징벌적 배상제도도 새로 넣었고, 말이 많아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나 대표소송 문제도 논란이다. 한 사람이라도 차별이 인정되면 모두 적용받는 것이다. 사내하도급을 차별금지 대상에 넣는 것 자체도 논란이 있다. 사내하도급법의 정신은 기업이 비정규직을 쓰려면 떳떳하게 쓰라는 것이다. 10배의 징벌적 배상이 과하다고 하는데 차별을 안 하면 될 것 아닌가. 대기업 고용형태 공시제가 있는데 비정규직을 어떤 직무에, 얼마를 쓰고, 돈을 얼마나 주는지 공개하고 떳떳하게 써야 한다. 원청이 수급업체 하나 내세우고 뒤에 숨어서 아무 책임이 없는 것처럼 하는 행동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행위다.”

- 새누리당 공약은 100일 이내에 입법한다는 것인데.

“민주통합당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대선구도니까 정쟁을 하기 시작하면, 극단적인 주장을 하면서 서로 정치선언만 하고 끝날 수 있다. 반대로 대선구도이기 때문에 국민을 보고 서로 뭔가 만들어 내려고 할 수도 있다. 자기 욕심을 조금만 줄이면 의미 있는 입법을 할 수 있다. 의견이 근접할 수 있을 때 정치력을 발휘해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것 아니겠나. 몸싸움 방지법 때문에 여야 합의 없이는 어떤 법도 통과될 수 없다는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

- 노사정위 임금근로시간개선위원회에서 공익위원으로 활동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는 어떤 복안이 있나.

“이채필 장관이 추진하다가 스톱됐다고 하는데 그건 정부 일이고, 정치권은 그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 노동부에도 새누리당이 스톱한 게 아니라고 얘기했다. 근로시간을 줄여 신규고용을 창출하는 게 청년실업 문제 해결의 한 축으로 보고 있다. 국회가 정치력을 발휘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은 법·제도만 가지고는 안 된다. 신규고용 창출과 연계되려면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치권이 제시하고 경제주체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 그게 진정한 정치 리더십이다. 대선주자들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약력] 이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전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

전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비정규직 차별시정 담당)

전 노사관계개혁위원회 책임전문위원

전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단 단원

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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