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부유관기관노조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지부 조합원들이 지난 15일 저녁 투쟁 문화제를 열고 있다. 노동노조

단체교섭을 벌이고 있는 노동부유관기관노조 한국승강기안전기술원지부(지부장 김봉섭)가 조합원 95.5%의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했다. 승강기안전기술원(이사장 김윤배)은 지난 4월 단체협약이 만료된 직후 그동안의 잠정합의안을 모두 파기하고 새로운 단협안을 제시해 논란을 빚고 있다.

17일 노조에 따르면 지부는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전체 조합원 227명 가운데 223명이 투표에 참여해 213명(95.5%)이 찬성했다. 노사는 올해 3월부터 4월까지 진행한 교섭에서 단협 110여개 조항 중 103개 조항에 대해 잠정합의해 타결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기술원측은 그러나 단협 만료일인 4월26일 직후 열린 교섭에서 “단협이 만료됐으므로 이전 단협안은 고려하지 않겠다”며 새로운 단협안을 제출했다. 이전까지 잠정합의한 모든 사항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다.

지부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해 임금협약 당시 “직원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사항은 노사협의회 및 단체교섭시 개선하기로 한다”고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부는 단협에 직위수당과 장기근속자 우대·경조사 지원 조항을 신설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기술원은 "임금교섭 때 다루자"며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기술원은 또 지부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시간 축소 △조합비 일괄공제조항 삭제 △조합사무실 임대료 지급 △사내게시판을 통한 홍보활동 제한을 요구했다.

고용노동부 타임오프 매뉴얼에 따르면 조합원이 230여명인 지부의 경우 최대 4천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 현재 노조 전임자도 지부장과 사무처장 2명이다. 기술원은 이를 1천600시간으로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부터는 조합비 공제도 거부하고 있다.

지부는 지난 15일 오후 서울 구로동 본사 앞에서 수도권 조합원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단체협약 쟁취를 위한 투쟁 문화제’를 열었다. 김봉섭 지부장은 “단협 만료 직후 제로 베이스를 선언한 것은 사측과 노측의 교섭위원 모두를 무시한 것”이라며 “실질적 권한을 가진 이사장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노사는 19일 중노위 최종 조정회의를 앞두고 있다. 김윤배 이사장은 노동부 출신으로 중노위 사무처장과 대전지방노동청장을 지냈다. 김 이사장은 상견례 이후 교섭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기술원 관계자는 “조정 중에 있는 사항이라 어떠한 것도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조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인상 공공연맹 위원장은 “중노위에서 중책을 맡았던 분이 이사장으로 있는 사업장에서 노사관계를 파행으로 몰고 가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연맹 차원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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