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논란이 불붙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시·군·구 조례를 제정해 대형마트에 의무휴무일을 지정할 수 있게 됐다. 대형마트의 휴업으로 재래시장을 살리는 효과가 있는지, 마트가 영업손실 상쇄를 위해 어떤 꼼수를 부리는지 각종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심지어 제도 시행 두 달여 만에 벌써 고용대란설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그런데 여기에 빠진 것이 있다. 마트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 얘기다. 다른 가족들이 다 쉬는 일요일에 나가서 일할 수밖에 없었던 마트 직원들 말이다. 며칠 전 기자와 만난 박승권 홈플러스테스코노조 위원장은 “마트 휴무 논란에 10만명의 유통업 종사자 이야기는 없다”며 “실제로 일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는가에 대한 논의조차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될 때 전통시장과 동네상권 보호취지도 있었지만 다른 한 축으로 서비스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 보장취지도 있었다. 법 개정은 서비스노동자들이 벌인 투쟁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법이 시행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목소리는 어디에도 없다.

일요일인 지난 10일 홈플러스테스코노조 조합원들이 야유회를 떠났다. 의무휴무일 덕에 다같이 야유회를 떠날 수 있었다. 입사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날 홈플러스 목동점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은 야유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목동점은 대형마트가 아닌 쇼핑센터로 등록돼 의무휴업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최근 개점을 앞둔 한 홈플러스 매장은 대형마트가 아닌 쇼핑센터로 등록하려다 요건 미비로 반려되기도 했다. 대규모 점포인 대형마트·전문점·백화점·쇼핑센터·복합쇼핑몰 가운데 대형마트만 규제한 법의 허점을 파고든 것이다.

전통시장 상권과 노동자의 건강권·휴식권을 보장하려는 법의 취지를 살리려면 대규모 점포 모두 규제해야 할 것이다. 서비스연맹은 규제대상을 백화점과 면세점으로 확대하고 주 1회 의무휴무를 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L백화점에서 명품 화장품을 판매하는 조아무개(26)씨는 “일요일에 친구들 결혼식이 많이 있는데 쉬는 건 꿈도 못 꾼다”며 “이러다 내 결혼식에 아무도 안 오겠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유통노동자들의 공동휴식권을 권고하고 있다. 한 사업장의 모든 노동자에게 동시에 휴일을 부여해 공동휴식권을 보장하고 국·공휴일 등 보통의 시민이 쉬는 날에 주휴일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들 쉬는 일요일, 서비스노동자도 같이 좀 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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