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23일 대법원은 "현대차 사내하청 최병승씨는 현대차가 해고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2년 이상 불법파견 노동자를 현대차 정규직으로 본 것이다. 이어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차가 최씨를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며 원직복직을 명령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대법원 판결에도 해고가 정당한지 부당한지 다시 따져보자며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등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그런데 2년 이상 고용의무(의제)가 적용되는 불법파견 노동자들을 모르쇠로 일관하던 현대차가 2년 미만 한시하청 노동자를 직영 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최근 8월2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파견법에 대비한 조치다. 불법파견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꼼수를 써가며 버티는 현대차, 이를 막을 대책은 없을까.

“모든 고용형태에 사용사유 제한해야”

김성희
고려대 연구교수

현대자동차가 최악의 대응방안을 선택했다. 직접고용을 한다고 하나 오히려 간접고용보다 열악한 수준으로 고용해 불법파견 판결을 피해가는 방법이다. 간접고용은 사용할 수 없게 되는데 모두 해고할 수는 없고, 생산인력은 필요하니까 직접 고용하되 계약직 신분으로 전환하는 선택을 한 것이다. 지금 정치권을 중심으로 간접고용 해법이 나오고 있는데 해법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상시업무에 비정규직을 사용할 경우 정규직화하는 원칙이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파견법에 따라 불법파견은 직접고용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직접고용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다. 단기계약직으로 할 수도 있고, 간접고용과 유사한 노동조건으로 뺑뺑이만 돌리는 것이다. 이 고용형태에서 저 고용형태로 옮겨갈 뿐 보호수단이 되지 못한다.

야당이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법을 내 놓겠다고 하는데 기간제에 국한돼 있다. 간접고용 상태에서 출발하는 노동자가 직접고용되면 2년이 지나야 정규직화하는지, 바로 정규직화하는지도 불분명하다. 해법은 모든 고용형태에 사용사유 제한을 적용하는 것이다. 그래야 법적용에 일관성을 가질 수 있고, 악용사례를 막을 수 있다.

"불법파견 시인한 현대차의 정규직화 회피 꼼수"

김지희
금속노조 대변인
2년 미만 사내하청 노동자를 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발상은 불법파견 논쟁을 어떻게 해서든 피해 보려는 임시적 조치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가 8월2일부터 적용하는 '불법파견 즉시 고용의무' 제도를 피해 불법파견 대신 기간제라는 궁여지책을 들고 나온 것이다. 궁지에 몰린 현대차가 허술한 법망을 이용해 법적 책임을 면피해보려는 꼼수에 기가 막힌다.

만약 현대차가 불법파견 문제를 조금이라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비정규직 특별교섭이 진행되는 현 시점에서 어떤 논의나 협의도 없이 이렇게 일방적인 방식으로 추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기업'을 표방하는 현대차에 경고한다. 사회적 책무는 망각한 채, 고용불안을 극대화하고 단기 아르바이트로 전락시키는 기간제 계약직 전환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강력한 원·하청 투쟁과 거센 사회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현대차는 일명 '정몽구법'이라고 불리는 새누리당의 사내하도급법 입법안에 기대 시간을 끌어보려는 꼼수를 버려야 한다. 특별교섭을 통해 노사가 머리를 맛대고 올바른 대안을 찾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다.

“파견-도급 기준 더욱 명확하게, 사업장 내적 유연성 높여야"

이문호
워크인조직혁신
연구소 소장
현대자동차가 개정 파견법 시행에 앞서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영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결국 현대차가 불법파견의 소지를 인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 현대차의 사내하도급 활용 관행이 불법적인 파견근로에 해당한다는 점을 확인한 대법원의 판결이 사업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전면적인 정규직화는 아니더라도 대법원 판결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변화시키는 데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때일수록 파견과 도급의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완성차 업체를 놓고 보면 외부환경의 변화나 생산 시스템의 특성상 특정 시기나 특정 직무에 도급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어느 시기 어떤 직무에 도급을 쓸 건지, 도급활용이 불법파견 시비로 이어질 여지는 없는지 꼼꼼히 따져 현실적인 테두리를 마련해야 한다.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도급 활용의 기준을 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더불어 사업장의 내적 유연성을 높이고 외적 유연성을 낮추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현재는 정규직 보호가 너무 강해 근무체계 변경이나 노동시간 조정과 같은 내적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가 없다. 그러니 정리해고나 비정규직 확대 같은 외적 유연성이 확대돼 온 것이다. 공장 안의 내적 유연성을 높여야 기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여지가 커진다.

"대정부 압박과 현장투쟁으로 돌파해야"

기형노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
그동안 현대차는 최병성 조합원이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끊임 없이 불법파견을 사용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이 확정 판결을 내리기 직전까지 그런 주장을 했다. 합법적으로 도급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대차가 이번 교섭에서 발표한 한시 사내하청 노동자 초단기 기간제 계약은 앞뒤가 안 맞는 것이다. 자신들의 불법파견 사용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그동안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해 자신들이 실질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그리고는 직접고용 의무가 부과되는 8월2일 전에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계약해지하고 일괄 단기 계약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를 한 것은 자신이 실질적 사용주임을 스스로 고백한 것이다.

스스로 불법파견임을 인정한 만큼 현대차는 노동자들을 계약해지할 것이 아니라 1천564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원하청 공동교섭에서도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대차의 발표는 결국 정규직화하지 않겠다는 꼼수에 불과하다.

대법원 판결이 나왔으니 정부가 강제로라도 현대차 자본을 압박해야 한다. 대법원 판결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도 무거운 처벌 장치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와 사내하청지회가 공동교섭단을 구성해 정규직화를 핵심 요구로 내걸고 싸우고 있다. 결국 투쟁과 여론전을 통해 돌파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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