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의 염원을 담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과 함께 걷는 날이다.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에서 대한문까지 7~8킬로미터밖에 안 되는 길이다. 하지만 이 길을 걸으며 많은 이들은 22명의 죽음을 생각할 것이고, 정리해고 제도의 극악함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함께 해결할 것인지 고민할 것이다. 따가운 햇볕 아래가 될지, 아니면 쏟아지는 빗속이 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길을 함께 걷는 이들은 작은 고행을 통해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아픔과 이후에 우리가 만들어야 할 세상의 꿈을 나누려고 한다.

정규직과 함께 싸우는 쌍용차 비정규직

쌍용차에는 정규직 해고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한문 천막과 평택공장 앞 농성장에는 비정규직 해고자들도 함께한다. 그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리해고를 당하기 이전에 이미 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대규모로 강제휴직을 당하고 해고됐다. 그래서 이 노동자들은 “쌍용차에서 잘려 나간 이들은 2천646명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포함한 3천명”이라고 이야기한다. 강제휴직과 휴업, 그리고 해고로 내몰린 비정규직을 대표하고 있다. 지금도 경찰과 맞서고,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선전물을 돌리고, 서명을 요청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이 있다.

쌍용차 비정규 노동자들은 77일의 옥쇄파업에도 함께했고,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비정규직 지회장은 정규직 노동자 2명과 함께 70미터 높이의 굴뚝에 올라 헬리콥터와 최루액·강제진압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함께 살자"며 버텼다. 원청과 하청이 연대해 싸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준 싸움이었다. 그런데 사측과의 8·6 합의로 비정규직 19명은 우선복직하기로 했으나 사측은 철저하게 합의를 무시했다. 19명에 대해 면접을 봐야 한다고 하면서 결국 아무도 현장으로 들여보내지 않았다.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그렇게 오래 농성을 해도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정규직지부와 함께 질긴 투쟁을 시작했다.

정리해고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는 결코 다른 문제가 아니다. 대규모로 정리해고되고 난 이후에는 그 자리에 비정규직이 들어차고, 한 번 길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은 다시는 정규직 일자리를 찾을 수 없어 일용직을 전전한다. 식구들 모두가 비정규직이니 모두가 나가서 일해야 먹고살 수 있는 형편이 된다. 정리해고는 그렇게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비정규직이 많아지면 거꾸로 정규직에 대한 압력이 돼 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높이지 못하고, 정규직을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된다.

모두 함께 정규직으로, 현장으로 돌아가자!

쌍용차 노동자들은 “함께 살자”고 주장했다. 노동자들을 고용형태에 따라 나누고, 무급휴직자와 희망퇴직자·정리해고자 등으로 갈가리 찢어 단결하지 못하게 만드는 기업의 분할전략을 뛰어넘어 모든 노동자들이 함께 살 수 있는 길을 만들자고 이야기했다. 그 "함께 살자"는 정신이 남아 있기에 가혹한 조건 속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투쟁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해고노동자들은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데 현장으로 돌아갈 때에는 과거처럼 정규직은 정규직으로, 비정규직은 비정규직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정규직으로 돌아가야 한다. 무급휴직자 복직도 어렵고, 정리해고 철회도 어려운데 어떻게 비정규직 정규직화 요구까지 내놓느냐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무급휴직자나 정리해고자·비정규직 모두 기업이 만든 분할일 뿐이다. 게다가 이미 대법원은 현대차 불법파견에 대해 “자동차공장에서 진짜 도급은 불가능하며,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니 정규직화하라”고 판결했다. 그래서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화하라”고 요구하며 투쟁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함께 살자”고 외쳤던 쌍용차 노동자들이 정규직·비정규직 할 것 없이 모두 정규직이 돼 현장으로 돌아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정리해고와 비정규 노동자들의 고통과 눈물과 아픔을 직접 보여 주는 이들이 쌍용차 노동자들이다. 이 노동자들이 그 아픔을 추스르고 투쟁을 시작했다. 그리고 여전히 “함께 살자”고 말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공동투쟁을 하고 있다. ‘노동운동이 과연 기업이 만들어 놓은 분할을 뛰어넘어 함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분들이라면 쌍용차 노동자들과 함께해 보자. 이 노동자들과 함께 걷는 16일, 쌍용차 비정규 노동자들과 눈을 맞추고, 용기를 내 보자고 같이 응원하자. 기필코 모두가 정규직으로 복직해, 우리 모두의 힘으로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을 없애는 힘을 만들자고 말을 건네 보자.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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