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노 금융노조 경남은행지부 위원장

“우리금융에 속한 지방은행을 분리매각하는 것은 지역분권과 경제자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경제논리에만 입각한 일괄매각을 고집하고 있어요. 이는 지방은행을 담보로 고리대금업을 하겠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박재노(45·사진) 금융노조 경남은행지부 위원장은 요즘 출근하자마자 인터넷 검색창에 ‘우리금융 민영화’를 두드리는 것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새로운 소식을 기대하며 모니터를 훑어 보지만 결과는 늘 마찬가지다. 지난 4월 중순 정부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벌써 세 번째다.

경남은행지부를 비롯한 금융권 노조들이 지방은행 분리매각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의 입장은 한 치의 변함도 없다. 박 위원장은 13일 오전 <매일노동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일괄매각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측면에서도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방침”이라며 “대국민 서명운동과 지역 유력인사들과의 연계활동을 통해 독자생존의 중요성에 대한 여론을 환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분리매각을 주장하는 이유는.

“2000년 경남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3천500억원가량이다. 재작년 예금보험공사가 발행한 ‘공적자금관리백서’를 보면 이 중 90% 가량이 회수됐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350억원만 되갚으면 독립이 가능하다. 현재 경남은행이 보유한 내부 유보금을 보면 여유 있는 수치다. 그럼에도 금융위원회는 통매각 방침으로 독자생존의 길을 차단하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금융산업 발전에 대해 아무런 고민 없이 스스로 고리대금업을 하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지난 10년 동안 경남은행 자산가치가 세 배 뛰었다. 지역사회와 지방은행이 손을 잡고 만든 성과다. 일괄매각이나 인수·합병은 단순히 돈을 많이 주는 곳에 은행을 팔겠다는 장사치의 논리에 불과하다.”

- 노조 요구에 대한 금융위의 반응은 어떤가.

“지난 2010년 처음으로 우리금융 민영화가 추진할 당시에는 경남·광주은행의 분리매각이 정부의 기본 방침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 말이 바뀌었다. 공적자금 회수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두 달 전 이상채 광주은행지부 위원장과 함께 추경호 금융위 부위원장을 만났다. 통매각 방침을 그렇게 고수하는 이유를 묻자 '분리매각이 이뤄지면 은행의 부실화가 우려된다'고 했다. 또 '지역 정치인들과 유지들에게 은행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했다. 모두 다 핑계다. 공무원들의 습성대로 큰 고민 없이 비싼값에 한꺼번에 팔아 버리려는 것이다.”

- 정부는 공적자금 회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 설명하는데.

“몸집이 큰 매물이라야 눈에 띄니 일면 맞는 말처럼 보일 수 있다. 금융위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공적자금 회수의 극대화, 금융산업 발전, 조속한 민영화를 3대 원칙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통매각이나 인수·합병 방식은 금융산업의 발전과 정반대의 길로 가자는 것이다. 최근 상황으로는 공적자금 회수에도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거론되던 유력한 후보들이 우리금융의 큰 몸집에 부담을 느껴 하나 둘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 지방은행의 역할론을 강조해 왔는데.

“경남은행의 총여신 중 지역 중소기업 대출이 80%를 차지한다. 또 직원의 90% 이상이 경남 출신이다. 지방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경제논리에 천착해 있는 통매각과 인수·합병의 방식으로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면 과연 이러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특정 기업이 우리금융을 통째로 사들인 후 시장 상황에 따라 은행별로 되파는 것이다. 그럴 경우 해외·투기자본 유입 가능성이 커지고,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사업장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 앞으로의 계획은.

“아침에 뉴스를 보니 강원도에서 예전에 사라진 지방은행을 부활시키자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고 한다. 지방분권 실현과 경제자립을 위해 시간이 지날수록 지방은행의 역할은 커질 것이다. 이러한 인식을 경남지역에 확산시켜 나갈 것이다. 아울러 광주은행과 함께 지방은행 독자생존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국회의원 등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지도층 인사 100명을 선정해 함께 여론전을 펼치고, 지역 상공인들을 상대로 한 대주주 제안운동도 진행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의 여론이다. 당분간 여론 조성에 집중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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