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경영개선계획 이행약정서(MOU) 철회를 위한 금융노조 농협중앙회지부(위원장 허권)의 파업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에 대응하는 농협중앙회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부는 13일 “사측이 파업 저지를 위해 내부기구를 구성하고 조합원 설득에 나서는 등 노조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부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최근 ‘비상대책위원회’라는 명칭의 내부기구를 구성해 파업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 중이다. 비상대책위는 지난 11일 회의를 갖고 18개 지역본부장과 본점 부서장들에게 "조합원들을 설득해 파업참여를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부는 사측의 이러한 움직임이 MOU 체결과 관련한 노사 간 대립이 격화하면서 조합원들의 투쟁의지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상급단체인 금융노조가 임단협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쟁의행위 절차를 밟아 가는 것도 또 다른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부 관계자는 “과거 단 한 번도 전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그동안 사측이 파업 가능성을 낮게 봐 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조합원들이 압도적으로 파업 찬성의사를 밝히는 등 단결된 모습에다, 금융노조의 쟁의행위 돌입방침이 더해지자 사측이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농협중앙회는 지부가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경북 문경에서 개최한 분회장 노동교육에 분회장들의 참석을 불허했다. 노조활동을 보장하고 있는 단체협약과 그동안의 전례를 감안했을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자 전국적으로 1천여명에 달하는 분회장들은 일제히 개인휴가를 내고 교육에 참석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10일에는 서울 충정로 농협중앙회 본점 로비와 입구에 설치돼 있던 지부의 천막농성장을 외부 용역직원을 동원해 철거했다. 철거 다음날 지부가 조합원들과 함께 천막농성장을 다시 설치하자, 사측은 재철거에 나섰다. 지부의 반대로 중단했던 MOU 관련 사내교육도 재개했다.

이상흠 지부 노사대책실장은 “사측의 대응에 흔들리지 않고 조합원 전체가 내부 지침대로 움직일 것”이라며 “금융노조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지역본부 조합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상경투쟁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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