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월 행정부노조 경찰청지부 위원장

경찰청에 공무원노조가 있다는 사실에 아직도 놀라는 이들이 많다. 2006년 온갖 탄압을 뚫고 세워진 행정부공무원노조 경찰청지부는 벌써 6년을 버텨 왔다. 경찰청지부를 지켜 온 이연월(47·사진) 위원장은 공무원 노조운동이 탄생시킨 여성지도자이기도 하다.

<매일노동뉴스>가 12일 오후 서울시 서대문구 경찰청지부 사무실에서 이연월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지난달 18일 경찰청지부 임원선거에서 4선 연임에 성공했다. 현재 공노총 수석부위원장과 행정부노조 수석부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 경찰청에 노조가 들어선 배경은.

“경찰청지부 조합원은 경찰공무원을 제외한 일반·기능직 등 국가공무원이다. 86년부터 경찰청에서 일했는데, 국가공무원들은 경찰공무원의 보조인력으로서 업무도 분명치 않았다. 기안권조차 없었다. 경찰청은 국가공무원에 대해 교육과 관리도 없이 방치할 뿐이었다. 그저 경찰공무원의 그림자로만 존재했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경찰청 탄압 뚫고 경찰청노조 세워

이 위원장은 “우리도 공무원인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선 여직원 모임을 만들었다. 정보과에서 압력이 들어왔다. 그래도 버텼고, 여직원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었다.

98년 공무원직장협의회법이 제정됐다. 이 위원장은 “이거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합법적 조직을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웬걸, 조직이 쉽지 않았다. 경찰청은 직협을 사실상 노조로 간주했다.

직협을 인정받기까지 과정은 이 위원장에게 ‘눈물의 역사’였다. 그는 "당시 경찰청의 탄압이 얼마나 집요했던지 죽음을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2003년에 직협이 출범했고, 2006년 노조가 만들어졌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경찰청 노사관계는 어떤가.

“노조 출범식을 앞두고 전 조합원에게 ‘노조는 자주적 조직이기에 스스로 휴가를 내고 출범식에 참석해 달라’고 편지를 보냈다. 3분의 2 이상 참석하지 못하면 출범식과 동시에 해산식을 갖겠다고 했다. 결국 출범식에 전 조합원이 다 모였다. 그 힘으로 2006년 조합원을 참관인으로 참여시키며 교섭을 벌였고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 경찰청이란 조직에서 여성 위원장으로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여성으로서 어려움은 없었다. 노조 출범식에 전 조합원이 다 올라오니까 어려움이 눈 녹듯 다 없어졌다. 그 뒤 노사 질서가 확실히 잡혔다.”

- 4선 연임에 성공했는데. 올해는 어떤 일을 할 생각인가.

“최근 경찰청이 경찰지구대 6곳에 행정인력을 배치했다. 경찰지구대는 치안행정의 최접전지대다. 경찰과 행정인력의 존재목적에 차이가 있는데 이를 무시했다. 치안행정에 경찰관 1명이라도 더 보내야지, 행정인력을 보내는 것을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경찰청이 이를 계속 묵인한다면 노조가 대국민 설득작업에 나설 것이다. 반드시 해결하겠다.”

“공무원 스스로 노동자임을 자각하는 게 중요”

- 공노총과 공무원노총이 오는 20일 통합하는데.

“통합의 의미는 크다. 대통합노조는 (양대 노총 소속이 아닌) 독자조직으로서 공무원 노동자를 대변하면서 공무원 스스로 노동자임을 인식하고 노조의 필요성을 각인하게 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통해 공무원 노동기본권과 근로조건을 보호받는다면 그 결과는 대국민 서비스 질의 향상으로 나타나지 않겠나.”

이 위원장은 “경찰관 역시 노동자임을 인식하고 경찰관노조를 만드는 날이 내가 노조활동을 그만둘 시점이자 나의 목표”라며 “그들이 노조가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경찰청에는 무기계약직노조인 경찰청주무관노조도 있다. 어떻게 협력해 나갈 것인가.

“정부는 공무원 인력이 부족해서 비정규직을 썼다. 이들은 공무원과 거의 같은 일을 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솔선수범해서 이들을 공무원화해야 한다. 그래야 민간에도 정규직 전환을 말할 수 있다. 이들과 연대투쟁을 해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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