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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사태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도가니"쌍용차 범국민대책위 지난 11일 대한문 앞서 거리강연 '톡톡톡' 개최
▲ 공지영 작가가 지난 11일 저녁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거리강연에서 쌍용차 사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조현미 기자

"아주 쉽게 원고를 썼습니다. 직원이 7천명인 기업에서 회계조작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정말 도가니같습니다. 정부와 기업·회계법인끼리 무슨 말이 오갔을까요."

쌍용자동차 사태 관련 르포를 쓰고 있는 공지영 작가가 지난 11일 저녁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거리강연에 나섰다. 쌍용차 희생자 추모와 해고자 원직복직을 위해 10일부터 16일까지를 범국민행동주간으로 선포한 쌍용차 희생자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 대한문 앞에서 거리강연 '시대를 묻다 톡톡톡(talk talk talk)'을 개최했다.

거리강연은 8월3일까지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두 차례씩 열린다. 지식인과 문인, 투쟁 사업장 노동자가 짝을 이뤄 강연에 나선다. 이날 첫 테이프는 공 작가와 최일배 코오롱 정리해고분쇄투쟁위원회 위원장이 끊었다. 강연에는 노동자와 학생·시민·종교인 등 100여명이 참여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추고 강연을 지켜봤다.

공 작가가 준비하는 작품은 평범한 작가가 쌍용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 가는 과정을 담았다. 80년대 광주를 기록했던 황석영 작가의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와 같은 작품을 떠올리면 된다.

"칠레의 마르께스가 혁명을 기록했고, 네루다가 스페인 내전에 대해 쓴 적이 있습니다.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작가들이 나서서 하는 일입니다. 이런 작가들은 나중에 훌륭한 작가가 됐다는 후문이 있죠.(웃음)"

한 강연 참가자는 "쌍용차 노동자와 해고자 가족들을 만나면서 느낀 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공 작가는 "이 세상에 해고가 절대 없을 수 없다는 것은 안다"면서도 "인간을 바닥으로 내팽개치는 해고는 정말 사람을 죽인다"고 안타까워했다.

"인간을 바닥으로 내팽개치는 해고"

"예를 들어 강도를 당했는데 오히려 피해자를 야단치고, 손가락질하기 시작하면 그 상처는 절대 가시지 않습니다. 쌍용차 가족대책위 분을 만났을 때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해고하고 회계를 조작한 쪽이 나쁜 쪽인데 마치 알카에다 폭격하듯 과잉진압하고, 보상은커녕 건강보험비까지 청구하는 정부가 나쁜 것인데도, 여태 이해받지 못하는 그분들은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까요."

공 작가는 끝내 눈물을 훔쳤고, 질문한 청중도 눈물을 흘렸다. 그는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지나가는 분들도 이 자리에 올 수 있다"며 "연대하고 이해하고 서로 돕지 않으면 (대한문이) 상설 농성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대 국회가 정리해고를 문제 삼지 않으면 대한민국 모든 노동자들이 언제나 이 자리에 와서 죽어 가는 동료들을 추모해야 할 겁니다. 이번에 끝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실 것을 믿습니다."

이날 거리강연 사회는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맡았다. 김 지부장의 표정은 여느 때와 달리 한결 부드러웠다. 유머도 곁들였다. 그는 최일배 위원장을 "대한문에서만 들을 수 있는 정리해고 8년 투쟁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고 소개했다. 최 위원장은 '정리해고자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에 대해 참석자들과 공감했다.

"정리해고자를 전과자 취급하는 사회"

"선전이나 시위를 하다 보면 지나가는 시민들이 마지막에 던지는 얘기가 있어요. 아무 잘못도 없는데 잘렸겠냐고. 나이도 젊은데 다른 일자리를 찾아보라는 조언이 이어집니다. 이것이 정리해고자를 바라보는 단편적인 시각이죠."

최 위원장은 "코오롱에서 정리해고되면 다른 데서 받아 주지 않는다"며 "정리해고자는 마치 전과자와 같은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코오롱은 2005년 구미공장 노동자 430명을 희망퇴직시킬 당시 재계서열 23위였다. 이후에도 코오롱은 정리해고를 멈추지 않았다. 지금은 50위권 밖으로 추락했다.

"2000년에 17일 동안 파업을 한 적 있어요. 예전에는 임금인상만 요구하다 처음으로 구미공장에 설비투자를 요구하는 파업을 했죠. 파업은 승리로 끝났고 회사는 구미공장에 신규투자를 했습니다."

파업 후 현장관리자가 최 위원장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고 한다. 자기들은 아무리 연구개발과 제품 생산을 위해 회사에 투자를 요구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노조가 파업을 하며 신규투자와 고용창출을 요구하니 회사가 그제서야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회사는 긴박한 경영상 이유가 아니라 이윤을 더 착취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노조를 없애려는 목적으로 정리해고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는 자본이 제대로 경영할 수 있도록 견제하고 질책하는 상생의 파트너"라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투쟁 사업장들이 함께 모여 싸울 것을 제안했다. 그는 "한곳에서 모든 민중이 함께 모여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송경동 시인은 "16일 1만인 걷기대회가 일주일도 안 남았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함께 모여 달라고 호소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현미  ssal@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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