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미 기자

언론노조 YTN지부(지부장 김종욱)의 투쟁은 파업 몇십·몇백 일이 아니다. 2008년 7월 이명박 대통령 특보 출신 구본홍씨가 주주총회에서 40초 만에 날치기 통과로 사장으로 임명된 이후부터 최근까지 지부의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다. 11일로 지부의 공정방송 쟁취투쟁은 1천475일째에 접어들었다.

"공정방송 쟁취투쟁 1천475일."

YTN은 2008년 10월 구 전 사장 선임에 반대하며 공정방송 투쟁에 나섰던 노종면 전 지부장을 비롯한 기자 6명을 해고했다. 이들은 여전히 해직상태다. 1심에서 전원이 해고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2심에서 노 전 지부장을 비롯한 3명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다.

지부는 임금·단체교섭 결렬로 올해 3월8일부터 게릴라 파업과 전면파업을 반복하고 있다. 지부는 돌발영상 무력화와 △공정방송위원회 파행 주도 △보도국장 추천제 일방폐지 △부당발령 △해직사태 장기화 주도 등을 이유로 배석규 사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있다. 파업은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달 7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5가 지부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김종욱(43·사진) 지부장은 "해직기자 문제로 모든 구성원이 가슴 아파한다"며 "배석규 사장이 해직 문제를 안 풀고 방치하는데 어떻게 사장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95년 YTN에 입사했고, 2010년 7월부터 지부장을 맡고 있다.

"젊은 사원 주축 해직자 문제 해결 요구"

투쟁의 물꼬는 사실상 젊은 사원들이 텄다. 지난해 가을 젊은 사원들이 해직자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사원 대토론회를 제안한 것이다. 사원 대토론회에 이어 조합원 총회에서도 "해직자를 이대로 둬서는 회사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는 데 공감했다. 김 지부장은 "해법을 찾기 위해 회사에 공식·비공식대화를 제안했다"며 "회사가 1심 판결을 따르기로 한 노사합의를 어기고 대법원 판결에 따르겠다고 우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직 기자들에 대한 생활비는 조합원들이 '희망펀드'를 만들어 지원하고 있다.

지부가 파업에 들어간 지 3개월째에 접어들었지만 노사는 임금교섭을 제외한 쟁점에 대해서는 대화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김 지부장은 "회사가 진정성을 가지고 논의하자고 하면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문제는 회사가 어떤 안도 내놓지 않고 불법파업을 거론하고 징계와 소송을 이어 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회사는 김 지부장을 비롯한 지부간부 3명에 대해 인사위원회를 개최했다. 회사측이 주장한 인사위 개최 이유는 △불법파업 주도 △업무복귀 명령 거부 △불법 점거농성을 통한 업무방해 △임직원 명예훼손에 따른 사규 위반이었다.

"국회, 언론장악 국정조사권 발동해야"

그런데 회사는 인사위 당일 네번째 항목을 뺐다. 지부가 특보에서 '5적'으로 표현해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했던 해당 임직원 중 3명이 인사위원에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공정한 심사가 어렵다고 판단한 지부는 위원 기피신청을 냈으나 인사위원장이 각하했다. 회사는 인사위를 다시 열겠다고 했다. 지부가 문제제기를 한 인사위원들이 '자발적'으로 빠진 상태에서 인사위를 다시 열겠다는 것이다. 회사 스스로 징계위 절차의 문제점을 인정한 셈이다.

김 지부장은 "합법파업이냐 불법파업이냐는 엄중한 문제를 다룰 인사위가 안건을 넣었다 뺐다 하고 있다"며 "결국 이 사안에 대해 객관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의지는 없고 지부 압박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지부장은 파업투쟁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로 12기 조합원이 집회 때 한 자유발언을 꼽았다. 그 조합원은 "우리가 이기려 싸우는 게 아니라 싸우니까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가 이기는 것이 보장돼 있는 싸움이기 때문에 싸울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결실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치권에 결단을 촉구했다.

"언론장악 국정조사는 이해득실을 따질 문제가 아닙니다. 불법사찰과 그것을 통한 언론장악은 국정을 농단한 사건입니다. 국정조사권을 발동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해직기자가 입은 피해를 원상복구한다면 여야 정치권 자신들에게도 마이너스될 것이 없습니다. 오히려 정치권이 오랜만에 역할을 했다며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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