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6대 쇄신안은 원내 지도부의 1회용 깜짝쇼다.” 지난 9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연찬회 이틀째, 김성태(53·사진) 의원이 기자회견을 갖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연찬회는 총선공약 실천과 국회 쇄신 결의안을 채택하는 자리로 19대 국회 개원을 대비하고 대선 준비에 시동을 걸기 위해 마련됐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선출방식을 놓고 토론을 벌이기로 했지만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반대하는 지도부에 반발해 원내소수파인 비박(박근혜)계 의원들이 연찬회에 불참했다. 이런 터라 김 의원의 목소리는 더욱 도드라졌다. 6대 쇄신안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 △의원연금 제도 폐지 등을 담고 있다.

그의 발언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개혁 성향 초선의원 모임인 ‘민본21’에 참여하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같은 현안에 지도부와 다른 의견을 내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 10일 서울 강서구당원협의회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김 의원은 “19대 국회에서도 소장파로 여당 속 야당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제로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안을 조만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6대 쇄신안, 초선의원들 줄 세우기"

- 연찬회에서 쇄신안을 놓고 논란이 있었는데.

“6대 쇄신안이라고 제시했는데 기가 찼다. 초선들 줄 세우기도 아니고 마치 뭐 대단한 일을 하고 무용담을 들려주는 것처럼 행동했다. 대표적으로 불체포 특권을 없애는 것은 헌법의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하는 거다.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도 마찬가지다. 무노동 무임금이 법률적으로 구현될 수가 없다. 더군다나 국회 개원이 늦어지는 것은 1차적으로 여야 원내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 지도부가 연찬회에서 그 책임을 국회의원들한테 전가시켰다. 그래서 지도부 책임론을 얘기했다. 국회법을 준수하지 않는 폐단을 척결하자는 강력한 의지가 있으면 지도부가 사퇴하고, 특단의 결의를 하는 게 맞다. 통합진보당 사태 때문에 여론이 받쳐 준다 싶으니까 치졸하고 우스운 짓을 하는 거다. 깜짝쇼다.”

- 오픈프라이머리에 관해 지도부와 생각이 다른가.

“지도부가 옹졸하게 해서는 안 된다. 온실 속의 화초는 온갖 비바람, 거센 강추위에 견디지 못한다.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해 국민적 참여로 새누리당 후보가 처절하게 넘어지면서 자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알려 내야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국민이 공감하는 새누리당 경선 후보를 선출해야 본선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이길 수 있는 거다. 지도부가 당헌·당규를 도입 반대근거로 얘기하는데, 그게 어디 영원불변한 규칙인가. 6개 쇄신안은 전부 헌법이나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그건 덮어 놓고 하자더니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위해 당헌·당규를 고치는 것은 안 된다고 한다. 말이 안 된다. 지도부가 오픈프라이머리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참여를 위해, 진정으로 당내 화합과 단합을 위해 요구한 적이 없다. 이건 누가 뭐래도 박근혜당이다. 독선적이고 독단적으로 비춰진다.”

- 연찬회에서 일자리분과에 참여했다. 연찬회에서 비정규직법에 대한 이견은 없었나.

“비정규직법과 사내하도급법은 18대 국회에서 의원총회까지 거쳐 19대 우선처리법안으로 선택됐기 때문에 이견은 없었다. 하지만 비정규직법은 생색만 내서는 결코 처리할 수 없다. 새누리당 전체가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의지가 있어야 한다. 개정안은 19대 1호 법안으로 발의하려고 준비했다가 정책위의장이 양보해 달라고 해서 선뜻 양보했다. 김성태 대표법안보다 새누리당 당론법안이면 법안처리에 힘이 실릴 수 있으니까 그랬다. 앞으로 당 지도부가 비정규직법 처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당의 안 대로 경영성과 상여금이나 명절 상여금 같은 차별을 없애면 임금이 정규직의 80% 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사내하도급법, 첫술에 배부를 수 없어"

- 사내하도급법은 노사 모두 반발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원래 김성식 전 의원과 내가 준비했던 안인데 새누리당 정책위에서 제출하는 과정에서 법 내용이 일부 달라졌다. 그러나 사내하도급법은 제정법이다. 제정법은 어느 법이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사내하도급법을 만들면 사내하도급과 원청의 차별과 불합리를 없애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처음부터 한쪽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았다. 비정규직법의 사각지대에서 변칙적이고 편법적으로 기생하는 사내하청 문제가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그걸 바로잡는 시도다.”

- 연찬회에서 정년연장 얘기도 나왔는데.

“지난 총선 때 비정규직·일자리 부문 총선공약 팀장을 맡으면서 정년 60세 연장안을 마련했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 내려고 한다. 정년연장은 임금피크제를 전제로 도입해야 한다. 임금피크제를 거부하면서 정년연장을 하자는 것은 맞지 않다.”

- 선거판을 흔들 만한 노동의제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무래도 일자리, 비정규직 문제다. 특히 청년·고령자 일자리 문제는 심각하다. 청년과 고령자 일자리는 단시간 근로이자 파트타임·파견근로 등 대표적인 비정규직 고용형태다. 청년과 고령자 일자리를 안정되게 공급할 것인가가 과제가 될 것이다. 근로시간단축을 검토하고 있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두고 근로시간 단축을 할 경우 되레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노동강도나 복지 격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 실질적인 근로시간단축은 되지 않는 측면이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 청년실업 문제의 경우 정부가 재원을 엄청나게 투입했는데도 잘 풀리지 않는다. 이유가 뭐라고 보나.

“이명박 정부에서 청년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수십 가지 정책과 예산이 투입되는데도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원인은 재벌 중심, 대기업 위주의 경제시스템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모드로 전환하지 않고서는 청년 일자리,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 해소는 요원할 것이다. 재벌의 편법적 문어발 식 경영확장을 경제민주화를 통해 개선시켜야 한다. 규제를 강화해서라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상생하도록 해야 한다. 재벌이 기득권의 일부분을 청년 일자리와 경제민주화를 위해 헌신적으로 기여해야 한다. 정권이 단호한 의지를 보이고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도 강한 입장을 가져야만 문제점을 변화시킬 수 있다.”

"한국노총, 대선서 엄정중립 지켜야"

- 대선이 본격화하면 새누리당이 한국노총과 관련해 일정한 역할을 요구할 듯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정치는 절대 일방적 편협성이 허용되지 않는다. 한국노총 지도부도 그걸 알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노총 지도부가 연말 대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더 깊은 관계로 간다면 한국노총은 정치판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될 것이다. 그러면 조합원 간 갈등과 불신만 팽배해질 것이다. 정치하는 사람이 집안에 있으면 망한다는 속설이 있다. 노동운동이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처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말 대선에서 엄정한 중립을 유지하면 오히려 양당으로부터 한국노총의 가치를 크게 인정받을 거라고 본다. 새누리당도 연말 대선에 활용하기 위해 한국노총 조직에 무조건적인 협조와 협력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 국회 상임위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희망하는 상임위가 있다면.

“마곡지구 개발이나 김포공항 활성화 등 지역현안이 있어 국토해양위원회를 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런데 평소 정치철학으로 삼는 차별과 불평등 해소를 위해서는 환경노동위원회로 가야 한다. 전반기에 갈지, 후반기에 갈지 고민하고 있다. 당에서는 앞으로도 쇄신과 변화를 위해 소장파의 역할을 할 생각이다. 18대에서도 그렇듯이 19대에서도 여당 속 야당 역할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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