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제도가 7월1일로 시행 4년을 맞는다. 장기요양제도는 도입 당시에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환영을 받지 못했다. 제도 설계 과정에서 공공성이 워낙 뒷전으로 밀렸기 때문이다. 재원은 준조세 형식으로 조성해 놓고 운영은 민간에 전부 맡기는 형식을 취했다. 민간 요양보호기관이 우후죽순으로 늘었다. 경쟁이 격화되다 보니 당장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이 엉망이다. 먼저 요양보험제도를 시행했던 일본도 같은 길을 걸었다. 임금은 낮고, 장시간 노동에, 비정규직 고용 문제가 불거졌다. 노동사회단체들과 일부 협회에서 최근 노인장기요양법 개정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장기요양보험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영리추구→출혈경쟁→요양보호사 피해, 악순환 끊어야”

윤지영 변호사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3년 전 평가에서 걱정했던 것과 지금 걱정이 똑같다. 문제제기를 계속 했는데 바뀐 게 없다. 사실상 개인 누구나 돈을 벌기 위해 개인사업자로 요양기관을 운영할 수 있다. 난립하고 있다. 난립하다보니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 출혈경쟁으로 인한 책임은 요양보호사가 떠맡는다. 요양기관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요양보험은 사회보험료로 운영된다. 요양기관을 영리 목적으로 운영해서는 안 된다. 요양기관의 난립을 막으려면 현행 신고제를 허가제로 바꿔야 한다. 공급을 조절하고 요양보호사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게 법을 바꿔야 한다.

요양보호사를 자조적인 말로 국가공인 파출부라고 한다. 제공해야 할 서비스는 노인요양에 관한 내용으로 한정돼 있는데 실제로는 일반 가사일을 한다. 수급자들이 시켰을 때 거부할 방안이 없다. 수급자인 노인들이 요양보호사를 성희롱하거나 폭행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가족에 의해 폭언이나 폭행이 일어나기도 한다. 거기에 15%인 본인부담금을 내지 않는 수급자들이 많다. 이를 요양보호사가 떠안고 있다. 공급자가 워낙 많아서 수급자가 어떤 행위를 하더라도 묵인하는 것이다. 성희롱이나 폭행을 금지행위로 명문화하고 수급자가 본인부담금을 공단에 직접 내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마련해 놓고 있다.


 
“부실 요양기관 퇴출, 요양보호사 4대 보험 적용 시급”

김선희 한국노총 사회정책국장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다음달 1일로 시행 4년을 맞는다. 가장 큰 문제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부실한 요양기관이 우후죽순 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요양급여를 지급하는 주체는 건강보험공단인데, 요양기관과 요약기관 이용자인 노인들을 관리하는 주체는 지방자치단체인 이중구조이다 보니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로 40~50대 중년 여성인 요양보호사의 노동권 문제도 심각하다. 적정임금이 보장되지 않고, 노인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근골격계 질환 등 직업병에 노출되고 있다. 또 시설에서 근무하는 경우는 사정이 낫지만, 재가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의 경우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점도 문제다.

처음 제도가 만들어질 때 정부는 중년 여성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며 광고했고, 수십 만명이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해 교육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민간 학원들이 막대한 이윤을 챙겼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해 보니 노동강도는 높고 임금은 적은 질 낮은 일자리였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의 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실제 노동계가 현장조사를 해본 결과 정해진 시간에만 기저귀를 갈아줘 서비스를 받는 노인들이 욕창 등으로 고생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또는 요양보호사가 웃돈을 낸 노인들만 특별히 돌봐주는 식의 편법이 발생하고 있다. 불법 파견근로 형태의 요양보호사도 늘고 있다. 사무실에 전화기 한 대 놓고 요양보호사 몇 명을 파견 보내는 식이다.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하기 전에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 그러려면 현재 이중구조인 관리체계를 건강보험공단으로 일원화하고, 부실한 요양기관은 과감하게 퇴출시켜 요양서비스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이와 함께 요양보호사에 대한 4대 보험 적용 역시 시급한 과제다.


 
“3%에 불과한 공공요양시설 30%로 늘려야”

현정희 공공운수노조·연맹 부위원장

초기에는 공급이 부족하게 될까 봐 염려했지만 실제로는 공급과잉 상태에 있다. 이 때문에 요양서비스 질이 담보되지 않는 문제가 크다. 제도를 만들면서 공급구조를 시장에 맡겼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뿐만 아니라 시설도 과잉이다. 그동안 110만명의 요양보호사가 배출됐지만 4분의 1도 일을 못하고 있다. 재원은 공적으로 마련해 놓고 공급구조는 시장에 맡기면서 서비스의 질 관리도 안 된다.

구체적으로는 장기요양보험은 보험급여와 노인 수급자들이 내는 자기부담이 있다. 재가요양의 경우 80%의 수급자가 본인부담금을 안 낸다. 경쟁이 격해지면서 요양기관에서는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줄 테니 우리 기관으로 오라고 유치경쟁을 한다. 본인부담금인 15%만큼 돈을 못 받으니까 요양보호사에게 돈을 안 준다. 야간도주하는 곳도 있고, 4대 보험도 가입하지 않는다. 시장화 때문에 정부차원의 규제와 관리가 안 된다. 노인과 요양보호사가 모두 피해를 입고 있다. 이용자들도 혹시 급여가 끊길까봐 얘기를 못한다.

요양보호사들의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 재가요양보호사들은 한 달에 50~60만원 버는 게 고작이다. 한 집 떨어지면 급여가 30만원으로 준다. 요양사를 파출부 부리듯이 하고 성희롱 성폭력도 많다. 문제를 제기하면 시설에서는 과당경쟁이니까 자리 뺏긴다고 말도 못하게 한다. 근본적으로 100% 시장에 풀다보니 공공요양시설이 3%도 안 된다. 30% 정도는 공공시설로 만들어야 한다. 요양서비스 질을 결정하는 사람이 요양보호사이기 때문에 8시간 노동제와 생활임금을 보장받고 적어도 아플 때는 치료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앞으로 제도 정착 속도 빨라질 것”

김영달 한국요양보호사협회 회장

7월1일이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지 4년째다. 우리나라의 장기요양보험은 일본의 개호보험과 비슷한데 제도 정착 시간은 우리나라가 매우 빠른 편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서툰 점이 많았지만 4년 전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안정됐다.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효사상이랄지 어른을 존중하는 미풍양속이 배경이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복지의 대부분이 찾아가는 서비스인데, 만족도가 높게 안 나온다. 그런데 장기요양보험은 이용자의 90% 이상이 만족도를 표시하고 있다. 정서적인 부분과 목적, 취지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빠른 정착에 요양보호사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한 것이 크게 공헌했다. 초기에 높던 사고율이 2010년 이후에 현격히 떨어졌는데 요양보호사 직무교육이 실효성이 있었던 셈이다. 재가요양기관 운영자들도 성실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 더욱 빠르게 제도가 안정될 것이다.

아쉬운 점은 요양보험제도가 너무 자주 바뀐다. 예를 들어 동거가족의 요양 지원제도가 그것이다. 가족이 다른 가족을 보호하는 게 나쁘지 않다. 동거가족 인정시간을 2시간에서 90분으로 줄이고, 다시 60분으로 줄이고 지금은 없애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책이 집행되는 과정에서 관련 단체와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목소리,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아야 한다. 얘기를 들어서 통합적 합의에 따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요양보호사들에 대한 처우랄지, 개선책이 마련되고 기관 운영자도 사회적 책임과 윤리적 책임의식, 경영적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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