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직선제 중간 점검 토론회가 열렸다. 조현미 기자

민주노총이 올해 1월 정기대의원대회 결정에 따라 오는 12월 차기 집행부(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를 직선제로 선출할 예정인 가운데 모바일 투표가 가능할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르면 임원선거는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투표에 의해야 하는데 모바일 투표가 이 원칙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박성현)는 7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직선제 중간 점검 토론회'를 열고 직선제 관련 쟁점을 논의했다.

◇모바일 투표 '직접·비밀·무기명투표' 가능할까=투표는 현장투표·모바일투표와 부재자(구속자)에 한해 우편투표로 실시된다. 모바일투표는 선거·투표안내 문자를 휴대전화로 발송한 후 문자로 발송된 웹페이지에 접속해 안내에 따라 투표하는 것이다. 투·개표가 신속하게 진행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새로운 투표방식이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노조법상 직접·비밀·무기명투표가 가능한지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권두섭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장은 "모바일투표의 경우 문자전달과 착신전환이 기술적으로 차단되지 않는다면 이를 통한 대리투표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이러한 투표시스템은 대리투표에 대한 위험성이 내재된 방식으로 직접투표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다만 문자투표 방식은 착신전환 또는 문자전달 방식의 대리투표를 기술적으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우윤식 변호사(민변 노동위 출판연구부장)는 "모바일투표는 친분 있는 사람이 삼삼오오 모여 투표했을 때 서로 투표한 내용이 알려지면 비밀투표 원칙에 어긋난다"며 "통합진보당 사태의 경우 선거관리 부실이나 대리투표 등 여러 문제가 있지만 '집단투표에 의한 공개투표'가 행해진 의혹이 있어 현재 진보진영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인명부 작성은 어떻게?=
민주노총 직선제에서 단위노조 조합비를 미납하거나 징계처분으로 선거권 제한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모두 선거권을 가진다. 선거인명부는 민주노총 가맹조직 선관위가 작성해 중앙선관위로 보고하면 중앙선관위가 수정·보완하고 선거일 10일 전까지 확정해야 한다.

박경수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직선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선거인명부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선거인들의 조합비 납부사실을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최근 3개월치 조합비 납부사실을 증빙할 수 있는 은행거래내역서 등을 선거인명부와 함께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다"고 말했다. 박 노무사는 이어 "선관위가 없는 투표구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만약 투표구 선거관리가 공식적인 선관위에 의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에 대한 이의가 제기된다면 해당 투표구의 투표는 전부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vs "전면 재검토해야"=
이날 토론회에서는 직선제 시행 자체에 대한 이견이 나왔다. "직선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의견이 더 많았지만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용식 민주노총 경북본부 사무처장은 "선거인명부 작성과 투표 관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직선제를 하면 위기에 빠질 것"이라며 "좀 더 솔직해지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용직 충북본부 사무처장은 "통합진보당 사태 때문에 굉장히 우려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차분히 준비하면 못할 것도 없다"며 "선거인명부는 지역본부와 산별연맹이 크로스 체크를 하면 명수를 부풀리는 등의 행위를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희 금속노조 정책기획실장은 개인의견임을 전제로 "현재 민주노총 직선제는 제도시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조직적 논란과 갈등, 행정적·정치적 비용이 과도하게 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그러나 몇 차례에 걸쳐 직선제 실시를 결의했고, 직선제 시행 자체가 민주노총 혁신의 가늠자가 돼 있어 이를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은 8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직선제 시행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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