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가 전면파업 93일 만에 회사측과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연대파업을 벌이고 있는 다른 언론사들의 파업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BS본부와 함께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문화마당 희망캠프 농성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언론사 본부·지부 간부들은 KBS 노사의 잠정합의 내용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공정방송'에 초점 맞춘 노사합의=이날 KBS본부는 "협상 내용은 공정방송 실현에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특보사장'인 김인규 사장의 퇴진까지 이뤄 내지는 못했지만 노사 동수로 '대선 공정방송위원회'를 설치하고 탐사보도팀을 부활한다는 데 합의하면서 공정방송을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대선 공정방송위의 대표를 노사 대표가 함께 맡기로 했기 때문에 공정방송 합의가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을 경우 사장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됐다. KBS 노사는 이 밖에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라디오 주례연설을 없애는 방안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합의를 이뤘다. 김현석 KBS본부장은 "대선을 앞둔 시기에 라디오 주례연설은 공정성에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본부가 지금 시점에 잠정합의를 하고 복귀를 준비하는 이유는 다가오는 대선방송을 대비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대선 공정방송위와 탐사보도팀을 만들어 운영하는 데 적어도 한두 달이 걸린다는 것을 감안한 행보다.



◇MBC본부 "싸움은 더 선명해져"=KBS의 노사합의로 이목이 집중되는 곳은 MBC본부(본부장 정영하)다. MBC본부와 KBS본부는 그동안 연대투쟁을 벌여 왔다. 정영하 본부장은 "연대체가 떨어져 나가면 힘들어지지 않겠냐고 우려하는데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싸움은 훨씬 더 선명해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김재철 사장은 KBS 상황을 보고 굉장히 답답해할 것"이라며 "KBS 흉내를 내보려고 하면 굉장히 많은 것을 돌려놔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KBS 노사의 잠정합의 내용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파업 3개월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KBS본부가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쟁취했다고 본다"며 "KBS가 언론장악 현실을 프로그램으로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고, 이번 투쟁의 첫 승리의 물꼬를 텄다"고 설명했다.

김종욱 YTN지부장은 "KBS 사측이 본부의 상식적인 요구에 더 이상 버틸 수 없기 때문에 항복한 것이라고 본다"며 "김인규 사장 퇴진이라는 물리적 성과를 이루지는 못했지만 김 사장이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것은 투쟁 과정에서 충분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강택 위원장, 단식 계속=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단식을 계속 이어 가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전체 투쟁의 측면에서 봤을 때 KBS가 보도기능을 회복해서 보도투쟁을 통해 다른 사업장을 지원한다면 향후 싸움을 진행하는 데 의미가 있다"며 "종합적인 판단을 해 보면 나름 시의적절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나 "김재철 MBC 사장의 퇴진과 언론장악 국정조사, YTN 해고자 복직 같은 요구는 KBS 노사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돼야 하는 것"이라며 "전선이 좁혀지면서 이런 투쟁은 더 집중력을 발휘해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석 KBS본부장 역시 "조합원들이 현장에 복귀하면 언론파업 문제를 뉴스와 프로그램에서 다룰 것"이라며 "방송을 통해 언론사들의 투쟁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연합뉴스 노사가 지난 5일 협상을 재개해 결과가 주목된다. 회사측은 최근 파업에 참여했던 멕시코 특파원을 조기소환했다가 지부가 사장 출근 저지투쟁을 벌이자 5일 소환을 유예했다. 이에 지부도 출근 저지투쟁을 풀어 달라는 사측 요구를 받아들였다. 공병설 연합뉴스지부장은 "회사측에서 원점부터 새로 얘기할 수 있다고 입장을 전해 왔다"며 "KBS의 기운을 받아 MBC와 국민일보·연합뉴스·YTN 모두 머지않은 기간에 좋은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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