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구은회 기자

“한국노총의 미래가 궁금하거든 대협본부를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백대진(48·사진)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장은 “대외협력업무의 기본은 책임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이 가능하려면 무엇보다 노조간부들에게 진정성과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대외 연대활동을 다니면 아직도 ‘한국노총도 이런 데를 와?’라고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한국노총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 역시 대협본부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겠죠. 본부장을 포함해 3명뿐인 적은 인원이지만 헌신하는 자세로 일하고 있습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정신 강화, 새누리당·통진당과도 소통"

한국노총 대협본부는 연대사업국·통일국·정치국으로 구성돼 있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있는 올해는 정치국의 비중이 어느 때보다 크다. 노동조합 활동과 직결되는 복수노조·타임오프 관련 내용이 포함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재개정과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는 올해 대협본부의 핵심 사업목표다.

“대협본부의 덕목은 이런 거라고 생각해요. 한국노총이 민주통합당에 참여하고 있는데, 노조법 개정 등의 문제는 민주통합당만의 힘으로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러니 대협본부는 민주통합당과의 통합정신을 강화하면서 새누리당이나 통합진보당 등과도 소통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전방위 사업을 벌여야 합니다. 한겨울 얼어붙은 강물 밑으로 꾸준히 물이 흐르는 것처럼 일을 해 나가려 합니다.”

민주통합당은 오는 9일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를 치른다. 한국노총 소속 정책대의원에게 배정된 2천표의 향방이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문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누구를 결정할지도 관심거리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이 담화문을 통해 “모든 당직에서 물러나 위원장직에 전념하겠다”고 밝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인물이 당에 들어가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할까.

“이용득 위원장을 대신할 최고위원을 누구로 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누가 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과의 소통 속에서 최고위원이 결정돼야 한다는 겁니다.”

백 본부장과의 인터뷰가 진행된 다음날인 지난 5일 한국노총은 정책대의원 대표자 간담회를 거쳐 김한길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 1인2표제에 따라 1순위 표는 김한길 후보를 선택하되, 나머지 한 표는 각 조직별로 친노동자 성향의 후보를 결정하도록 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당의 통합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한 손학규 전 대표와의 관계를 감안해 손학규계 인물로 분류되는 조정식 후보에게 힘을 실어 주자는 내부 목소리도 있다. 민주통합당 경선이 ‘친노 대 반노’의 구도로 좁혀지는 상황에서 한국노총의 이번 결정은 특정 계파 위주의 정치를 경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국노총 정치방침, 노조간부 정계진출 수단에 그쳐선 곤란"

한국노총은 내부적으로 민주당과의 통합을 결정한 정치방침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한국노총 집행부는 민주당을, 집행부와 대립각을 세워 온 한국운수물류노조총연합회 소속 산별은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있다.

“대선 투쟁에서 승리하려면 순서가 있어요. 한국노총 대의원대회가 열리고, 대회 결의를 바탕으로 힘 있게 대선투쟁을 벌여야 합니다. 정치방침을 둘러싼 내홍이 한국노총에 남긴 교훈은 작은 것 하나라도 조직의 의결절차를 거쳐 조직적 결의를 받은 뒤에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겁니다.”

백 본부장은 “정치방침이 몇몇 노조간부의 정계진출을 위한 교두보에 그쳐서는 곤란하다”고 잘라 말했다. 대의원대회를 통해 한국노총의 정치방침을 재확인하고, 한국노총 집행부와 산별 위원장들이 현장의 요구를 똑똑히 들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노동자들은 본래 보수여당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번 대선에서 노동조합이 어느 쪽을 지지해야 할지는 답이 나와 있어요. 어지러운 정치현실이 자꾸 국민들의 눈을 가리려 하는데요. 한국노총이 노동자와 국민들에게 선명한 길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점심시간 한국노총에 오면 보온도시락을 설거지하는 백 본부장을 만날 수 있다. 매일 아침 직접 도시락을 싸 오고, 설거지까지 한다. “또 설거지 하세요?”라고 물으면 “부인 일손 좀 덜어 주려고 하는데, 깨끗하게 닦이지가 않네요”라며 싱긋 웃어넘긴다.

"노동조합 간부는 24시간 활동가 모드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상의 대부분을 노조활동으로 보내고 있지만 집에서는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시민·사회단체 활동도 가급적 열심히 해 보려고 해요. ‘나’ 보다는 ‘우리’를 위해 살자는 것이 저의 소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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