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고용 문제를 국정운영의 중심에 두고 일자리 예산을 늘리고 있다는 점을 가장 인상 깊게 보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긴축재정 정책을 펴면서 덩달아 일자리 예산도 줄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야나툴 이슬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 부국장은 6일 오전 스위스 제네바 ILO본부 회의실에서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등 한국 대표단을 만나 "한국의 고용정책이 세계 흐름과는 상반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상반됐다’는 표현을 썼지만 ILO 입장에서는 한국의 고용정책이 모범사례인 셈이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사회 양극화와 실업 문제는 각국에서 사회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ILO는 일자리 확대뿐만 아니라 일자리의 질(양질의 일자리) 문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경제성장의 종속변수로 여겨지던 고용 문제를 독자적인 정책영역으로 만들고, 고용확대와 내수증진을 통한 성장의 기반을 조성하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ILO는 한국의 고용정책을 좋은 사례로 평가하고 관련 정책을 다른 국가에 전파하기 위해 '한국, 두 번의 경제위기를 통한 일자리 중심의 경제사회정책 발전(Development of Job-centered Economic and Social Policy through Two Economic crises)'이라는 제목의 고용정책보고서를 9월 발간 목표로 작성 중이다. 이채필 노동부장관이 지난해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ILO 아시아태평양지역 총회에 참석해 발표한 '한국의 고용노동정책'이 주목받으면서 ILO가 관련 보고서 작성에 나선 것이라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한국의 고용정책은 다른 나라, 특히 ILO가 보기에 어떤 점이 특별할까. 이슬람 부국장은 “일자리 예산과 관련 정책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수행되는 것 자체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제제도와 복지정책도 고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 다른 나라와는 차별적인 특색"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은 실업자나 청년을 고용할 경우 최대 7%까지 세제공제를 해 주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를 2010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또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 소득구간을 최대 2천600만원(5가구 기준)으로 확대하고 구간별로 지원금액을 달리해 근로유인을 강화한 것도 다른 나라의 EITC와는 다른 특색으로 꼽힌다. ILO 관계자는 "조세나 복지제도가 가진 원래 취지를 넘어 고용 문제를 반영했다는 것이 다른 나라에 깊은 인상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부국장은 특히 한국이 고용 문제를 국정운영의 중심에 두고 관련 예산을 늘려 나가는 것에 대해 "인상 깊다"고 표현했다. ILO가 작성 중인 한국고용정책 보고서 초안을 살펴보면 한국의 고용 관련 예산은 2010년 8조8천898억원에서 지난해 9조4천720억원, 올해 10조4천947억원으로 늘었다.

이슬람 부국장은 "한국 정부가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고용 문제를 국정운영의 중심에 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포함해 범정부 차원에서 운영하는 '국가고용전략회의'와 '고용정책조정회의'를 운영하면서 예산을 늘릴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슬람 부국장은 “보고서를 완성하면 ILO 회원국과 공유할 수 있도록 널리 전파할 것”이라며 “한국의 고용정책이 다른 나라에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자기사] 제101차 총회 끝으로 떠나는 소마비아 사무총장

“균형 있는 성장 길 열었다” … 임기 2년 남기고 사퇴



후안 소마비아 ILO 사무총장이 제101차 총회를 끝으로 고국 칠레로 돌아간다. ILO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어 가이 라이더 ILO 사무차장을 새 사무총장으로 선출했다.

ILO는 매년 총회에 앞서 사무총장 명의로 보고서를 발간하고 그해 총회에서 논의할 주요 의제를 제시한다. 그러나 소마비아 사무총장은 이번 총회에서 새로운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고 지난해 보고서를 다시 제출했다. ILO를 이끌 새 사무총장에 대한 배려로 풀이된다. 소마비아 사무총장 자신이 지난해 보고서 제목인 ‘사회정의의 새로운 시대’를 중시하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그는 6일 열린 본회의 기조연설에서 “경제위기 사회에서 사회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지속적이면서도 균형 있는 성장으로 가는 길”이라며 “그것을 세계를 대상으로 주창했고, 세계가 그렇게 가고 있다는 것을 가장 뜻 깊게 생각한다”는 소회를 남겼다.

그는 99년 임기 5년의 ILO 사무총장에 선출된 뒤 내리 3번 당선했다. 임기가 2년 남았음에도 스스로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났다. 13년이나 사무총장을 했으니 적지는 않은 시간이다.

그는 고국 칠레를 오래 떠나 있으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적은 데다, 아내의 건강이 악화돼 투병에 들어가면서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소마비아 사무총장은 ‘양질의 고용’이라는 단어를 상용어로 만들어 세계인의 머리에 각인시킨 분”이라며 “그가 남긴 흔적은 ILO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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