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은회 기자

시티백 오토바이를 탄 25살의 청년이 노동조합 신문을 실어 나른다. 4페이지짜리 대판신문 1만부를 실은 오토바이가 향하는 곳은 경북 구미공단 내 크고 작은 공장들이다. 60개가 넘는 사업장에 신문을 내려놓은 오토바이 주인이, 이번엔 취재를 시작한다. 노조의 대소사에서부터 조합원들의 경조사까지 하나도 버릴 게 없다. 하나 둘 적어 두면 다음호 신문의 좋은 소재가 된다. 인터넷도 SNS도 없던 시절, 시티백 오토바이의 주인은 노조와 조합원을 잇는 소통의 메신저였다. 강훈중(47·사진) 한국노총 대변인(홍보선전본부장)의 22년 전 모습이다.

"노동계 소식 외면하는 언론, 다시 불러들여야죠"


지난 1일 오전 한국노총 기자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강 대변인은 “세상이 너무 많이 변해 공부할 게 너무 많다”고 했다. 인터넷과 정보통신 기술의 진전은 노조의 홍보기법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25살에 한국노총 구미지부에 들어가 홍보선전 업무를 시작했어요. 그때 전국에서 유일하게 구미지부가 대판 판형의 노보를 만들었는데, 그게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그러다 28살에 한국노총으로 올라왔어요. 벌써 19년이나 흘렀네요.”

그때 한국노총에는 딱 두 대의 데스크톱 컴퓨터가 있었다. 사양은 286. 한 대는 정책실, 나머지 한 대는 홍보실 몫이었다. 전동타자기로 성명서를 찍어 팩스로 보내던 때다.

“매체가 엄청 늘었잖아요. 일반 방송에 종편, 종이신문과 인터넷신문 등 우리가 상대해야 할 매체가 너무 많아요. 그런데 역설적인 것은 그 많은 매체 중에 노동 문제에 관심 있는 언론을 찾기가 어려워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노총 기자실은 노사정 관련 최신 정보가 유통되는 장소였다. 기자들이 상주하고, 노동계 관계자는 물론 정부기관 관계자들까지 찾아와 정보를 주고받았다. 그런데 상황이 달라졌다. 이날 인터뷰가 진행되는 내내 기자실은 텅텅 비어 있었다. 원인은 두 가지다. 강 대변인의 지적대로 노동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줄었고, 한국노총의 홍보전략이 언론을 유인해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노총이 총·대선을 앞두고 노동복지 정책을 내놓아도 언론은 주목하지 않아요. 정치권의 신변잡기나 기업들의 홍보성 기사를 다루는 기자는 흘러넘치지만,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려는 언론은 점점 줄고 있는 것 같아요. 노동 문제를 다루더라도 노조나 노동자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노동부 등 정부기관에서 나오는 자료에만 의존하더라고요. 이들에게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시키는 것이 저에게 주어진 임무겠죠.”

"조합원들의 일상을 담은 기관지 만들고 싶어요"

현재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에서 일하는 간부는 5명이다. 이 중 한 명은 현재 육아휴직 중이다. 언론을 상대하는 일과 함께 한국노총 기관지를 발행하는 일이 주요 업무다. 일손 부족현상은 홍보선전본부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노총은 일일 소식지인 ‘노동과 희망’과 ‘월간 한국노총’을 발행하고 있다. 노동과 희망에는 단위 사업장 투쟁 소식이 주로 실리고, 월간 한국노총에는 한국노총의 주요 사업과 현안에 대한 심층분석기사가 주로 실린다.

“중요한 건 무엇으로 채울 것이냐죠. 정보의 홍수 속에 살아가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읽힐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 하는데, 대개 한국노총 중앙의 소식 위주로 기사가 작성되니 재미가 없어요. 단위 사업장의 소식이나 현장 노조간부 인터뷰처럼 조합원들의 일상을 담는 기관지를 만들고 싶어요.”

강 대변인은 홍보선전본부로 발령나기 전 조직본부에서 오래 일했다. 전국에 산재한 한국노총 소속 단위 사업장의 살림살이를 꿰뚫고 있다. 어느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했는지, 어느 사업장에 신규 조합원이 대거 가입했는지, 또는 어느 사업장에 우환이 있는지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는 이러한 자신의 강점을 한구노총 홍보선전의 밑바탕으로 삼겠다는 생각이다.

"좋은 일 하고도 괜히 부끄러워서 대놓고 말을 못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한국노총이 딱 그래요. 밖에 계신 분들은 '한국노총 왜 이리 조용해', '한국노총은 일을 안 하나'라고 말을 하시지만 결코 그렇지 않아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변인으로서 한국노총의 일거수일투족을 제대로 알려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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