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물류를 멈출 때가 됐다. 현재 기름값과 운송료 수준은 적자운행 때문에 대부분의 화물노동자들이 운전대를 놓았던 2008년 5월과 비슷하다. 교통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운송료는 2008년 7월 이후 가장 낮아졌고, 반대로 경유가격은 최고로 높아졌다, 현 운임은 2008년 5월에 비해 7%밖에 인상되지 않았지만, 경유가격은 24.2% 상승했다.

지난 10년간 운송비용 구조를 살펴보면, 기름값이 전체 비용 중 57~58% 선을 넘어서면 화물노동자들이 적자운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매월 들어가는 고정비(차량의 감가상각비·톨게이트비·지입료·할부금 등)가 운송수입의 42~43%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현재 화물노동자들은 전체 비용의 55%를 기름값으로 사용한다. 기름값이 1~2%만 올라도 바로 운행이 정지된다.

가까스로 적자운행만 면하고 있는 화물노동자들의 월 평균 수입은 190만원이다. 언제나 현실보다 후하게 조사하는 정부 통계로 그렇다. 하지만 정부 통계를 인정해도 화물노동자들의 초장시간 노동을 고려하면 이들의 시급은 최저임금 선이다. 실노동시간이 일 12.1시간, 월 315시간에 달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화물노동자가 주 40시간 사업장에서 일했다면, 연장근로수당·주유급휴가 등을 고려할 때 시급은 4천500원가량이다. 지입차주인 화물노동자들에게는 상여금이나 성과급도 없다. 연간 노동소득으로 보면 최저임금 사업장과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 반해 대형운송사들은 그야말로 돈벼락을 맞고 있다. 글로비스·대한통운·동방·세방과 같은 대형 육상화물 운송사들은 자신들의 차가 아니라 지입차주를 통해 운송업무를 하고 있는데, 올해 1분기 대부분의 업체들이 전년 동기보다 30%에서 300% 많은 이익을 냈다.

대한통운은 31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상승했고, 세방은 16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32% 올랐다. 동방은 4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333%나 올랐고, 글로비스는 1천113억원으로 45% 상승했다.

보통 기름값이 오르면 운송사들의 수익구조가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다단계 하도급을 통해 운송을 하는 한국의 대형 운송사들은 그렇지가 않다. 화물운송을 의뢰하는 화주에게는 기름값 인상을 근거로 운임을 인상해 받고, 지입차주에게는 이런저런 핑계로 운임을 높여 주지 않기 때문이다.

세방의 예를 보자. 세방은 서울-부산 40피트 컨테이너의 왕복 운임을 2010년 112만7천원에서 올해 1분기에 122만8천원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지입차주가 같은 구간을 왕복했을 때 운임은 82만4천원에서 77만5천원으로 오히려 4만9천원이 하락했다. 세방이 간단한 문서작업만 해서 중간에서 가져가는 돈이 2010년 30만2천원에서 올해 1분기 45만원으로 늘어났다. 이들 대형운송사들의 수익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지입차주인 화물노동자들의 수입은 급감할 수밖에 없다.

이런 비정상적인 시장 상태는 화물운송기업들이 지입제를 이용해 다단계 하청구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물노동자는 ‘고용’되기 위해 화물차를 직접 구매해야 한다. 재벌 대기업의 물류를 독점하고 있는 대형운송사들은 이들의 낮은 교섭력을 악용해 노예계약서와 비슷한 위수탁 계약을 맺는다. 위수탁 계약서는 화물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을 막고, 심지어 각종 비용 인상도 화물노동자가 모두 책임지는 악소조항들로 채워져 있다. 정부조차도 화물운송 시장의 다단계 하청구조에 문제가 있다며 제도개선을 매년 이야기했지만, 대형 화물운송사들의 로비에 막혀 수년째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책임방기와 대형 운송사들의 횡포 속에서 화물노동자들만 죽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필자가 보기에 화물노동자들의 운송료는 최소한 현재보다 40% 이상 인상돼야 한다. 먼저 기름값이 정점을 치고,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통해 운송료 인상을 쟁취했던 2008년 3분기 수준 운임을 회복하려면 현재보다 8%는 운임이 올라야 한다. 그리고 각종 비용이 오른 점을 감안해 2008년 이후 소비자 물가인상률인 15% 정도는 추가로 올라야 한다. 여기에 대형 운송사들이 지금까지 수탈해 간 화물노동자들의 운임에 대한 회복 또한 이뤄져야 한다. 운수대기업의 종사자 1인당 부가가치 증가율이 2008년에 비해 35% 정도 오른 것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한 절반의 인상만 요구만 해도 운임이 17%는 올라야 한다. 이렇게 계산하면 합계가 약 40% 정도 된다. 40피트 컨테이너의 부산-수도권 왕복 운임을 기준으로 하면 현 78만원 수준에서 108만원으로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화물연대는 대형 운송사들의 협회인 한국통합물류협회를 상대로 운송료 인상에 대해 직접 교섭할 계획이다. 대형 운송사들이 지입차주에 대한 운송료 인상에 나선다면 그나마 화물노동자들의 여건이 조금은 나아질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볼 때 이들이 자발적으로 나설 가능성은 없다. 이들은 언제나 물류대란 상태에서 마지못해 교섭에 나서곤 했다.

6월 말 화물연대가 다시 물류를 멈춰야 하는 이유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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