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민주노총 미조직
비정규실장

나는 SNS를 믿지 않는다. 인터넷도 믿지 않는다. 1%의 진실한 글을 찾기 위해 99% 쓰레기통을 뒤지다 보면 허탈하기 이를 데 없다.

그래서 ‘4월11일 오전 11시 현재 타워팰리스 투표율이 78%’라는 트윗 글을 보면 웃음이 날 뿐이다. 여수 엑스포 돌고래쇼 논란도 마찬가지다.

엑스포나 박람회는 원래 가진 자들의 정치적 욕망이 만들어 낸 허구의 산물이다. 그래서 초기 박람회는 늘 원주민을 ‘전시’했다. 일본도 1910년대에 박람회를 열면서 식민지 조선의 사람들을 잡아다가 전시물로 세웠다.

세느강 위쪽의 사이요 궁전에서 보는 에펠탑은 아름답지만 강을 건너 에펠탑 바로 밑까지 걸어가서 보면 흉물스런 쇳덩어리에 불과하다. 군데군데 녹슬어서 누렇게 떠 있고, 늘 보수공사 때문에 초록색 그물망을 쳐 놓았다. 에펠탑의 역사도 박람회로부터 기원한다. 1889년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혁명 100주년 기념 박람회를 개최하면서 랜드마크로 에펠탑을 만들었다. 수많은 식민지 노동자들을 동원해 만든 에펠탑은 제국주의의 심장이다. 돌고래쇼가 문제가 아니라 엑스포 자체를 거부하자고 해야 한다.

나는 사이버 공간에서 치열한 열혈투사가 현실세계에선 얼마나 비굴한지 여러 번 목격했다. 그래서 사이버 투사들의 말을 안 믿는다. 그들이 좌든 우든 간에.

그러나 총선이 끝나고 새누리당이 과반을 획득하자마자 KTX 민영화와 영리병원 도입을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변화에는 민감하다. 지난 23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취임 1주년을 맞아 직접화법으로 “KTX 경쟁체제를 반드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한국일보 24일 17면)

맥쿼리가 서울의 지하철 9호선과 지방의 각종 SOC에 투자해 우리 세금을 곶감 빼 가듯 먹어 치우는 꼴을 보고서도 사회기반시설의 민영화에 매진하는 이 정부의 장관을 우리는 뭐라 불러야 할까.

최근 외신들은 페이스북의 기업가치를 과대평가한 모건스탠리의 보고서 때문에 수많은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했다고 호들갑이다. 배금주의가 만든 그 공간에서 빠져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포감을 느낀다. SNS가 휘둘러 대는 흉기에 상처 입은 줄도 모르고 사는 현대인은 스마트폰을 놓지도 못하고 불안해한다. 안구건조증으로 벌건 눈을 하고서도 하루종일 핸드폰의 노예가 돼 가고 있다.

언론이 점차 SNS가 돼 간다. 휘발유처럼 잠시 불탔다가 금세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국민을 허우적거리게 만든다. 엊그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전국의 병원을 평가한 자료를 내놓자 중앙일보는 자체 병원평가팀의 분석이라며 “심장 수술은 삼성서울의료원과 충남대병원이 가장 싸고 잘한다”고 보도했다.(24일자 3면)

해마다 보건복지부가 상급의료기관 평가를 하면 늘 서울대병원·현대아산병원·삼성서울의료원이 최상위 등급을 받는다. 서울대병원을 빼고 나면 모두 재벌회사다. 한국에선 자동차와 전자제품으로 떼돈 번 회사가 병원도 운영한다.

의료보험이 엉망인 미국에서도 자동차 만드는 GM(제너럴 모터)이나 포드가 병원장사 한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존스홉킨스병원이 휴대폰을 만든다는 얘기도 들지 못했다.

사돈네 병원이 좋은 병원이라고 칭찬하는 기사를 보고 국민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깐느로 갔던 영화감독 임상수가 자기 영화 <돈의 맛>에서 “재벌의 권력도 비판하고, 쌍용차 노동자들의 죽음도 담았다”고 하지만, 그 영화의 유통망은 철저하게 재벌권력의 치마폭에서만 움직일 수밖에 없다.

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실장 (leejh6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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