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호 MBC기자회 회장이 24일 오전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와 2억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신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파업 중인 MBC 기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와 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언론사 기자들이 자사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청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MBC 기자회와 영상기자회 소속 기자 140명은 24일 언론중재위에 지난 17일 MBC 뉴스데스크 보도 내용과 관련해 "명백한 허위 왜곡 보도로 MBC 기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사측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MBC는 MBC 뉴스데스크 톱 뉴스로 "권재홍 앵커가 퇴근길에 차량 탑승 도중 노조원들의 저지 과정에서 허리 등 신체 일부에 충격을 받아 당분간 뉴스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언론노조 MBC본부가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기자들이 권 본부장에게 시용 기자 채용에 반발해 해명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신체 접촉은 없었다.

박성호 MBC 기자회 회장을 비롯한 기자 140명은 정정보도 신청서에서 "동영상에는 권 본부장이 청원경찰들에 둘러싸여 넉넉한 공간을 확보한 채로 승용차에 타는 모습이 담겨 있다"며 "탑승 과정에서 허리에 충격을 받았다는 뉴스 내용은 명백한 허위보도"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관련 동영상을 언론중재위에 제출했다.

MBC는 보도 이튿날인 18일 "권 앵커는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두통과 탈진 증세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 보도에서는 신체적 충격을 받았다고 보도하고 이튿날에는 정신적 충격으로 말을 바꾼 것이다. MBC 기자회·영상기자회는 "이번 왜곡 보도는 파업으로 노사가 대치하는 상황에서 노조에 폭력집단 이미지를 덧씌우려는 음모에서 비롯됐다고 본다"며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의 뉴스를 홍보전의 도구로 삼은 MBC 사측과 보도 책임자들에 대해 향후 민·형사상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제기자연맹(IFJ)은 최근 5개 언론사(MBC·KBS·YTN·국민일보·연합뉴스)의 파업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고 "노조의 단체행동은 이명박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의 정치적 개입 의혹에서 촉발된 것"이라며 "한국기자협회와 함께 보도의 자유와 언론의 독립성 회복을 위해 싸우는 한국 언론인들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맹에는 131개국 기자 60만명이 가입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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